[인터뷰] 김성률 ‘함께하는 교회’ 목사

평일에는 북카페
주일에는 교회로


▲ 김성률 ‘함께하는 교회’ 목사
주일이나 예배를 하는 시간 이외엔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로 운영하는 교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김성률(38ㆍ사진) 목사가 계양구 효성동에서 운영하는 ‘함께하는 교회(효성 2동 553-10번지 2층)’가 바로 그곳이다. 이 교회는 2013년 5월 문을 열면서 ‘바오밥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교회를 방문해보니, 커피향이 가득한 가운데 아늑한 구조, 책장마다 가득 차 있는 책, 차를 마시거나 책을 볼 수 있는 테이블 등, 교회보다는 북카페 같았다.

자발적으로 비용을 내는 거라 거의 무료나 다름없이 제공되는 원두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이야기하거나 토론할 수도 있다. 단, 10명 이상이 함께 이용하려면 미리 전화를 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지역민들이 책ㆍ퀼트ㆍ기타ㆍ미술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진행한다. 한 회사는 이곳에서 사업설명회를 하기도 했다.

주일이나 예배를 하는 시간엔 테이블을 구석으로 옮겨 예배당으로 바꾼다. 불편할 법도 하지만, 신도들과 함께 논의해 결정한 것이기에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게 김 목사의 설명이다.

어떻게 이렇게 교회를 운영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김 목사는 “성경의 기본 정신을 보면, 교회는 이웃과 더불어 살고 사랑도 주고받는 장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나누는 공간이 돼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홍보하지 않고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서 편하게 쉬러오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의 교회들이 대형화되면서 성경의 기본정신을 잃어가고 돈만을 쫓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성경의 기본정신에 충실한 교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목사는 북카페를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억지로 전도하지 않는다.

▲ ‘함께하는 교회’가 운영 중인 ‘바오밥 북카페’ 모습.
북카페는 성도들이 내는 헌금과, 성도는 아니지만 북카페의 취지에 동의하는 주민들의 후원금, 자발적으로 내는 커피 값을 모아 운영한다. 난방비가 많이 드는 겨울에는 운영비가 만만치 않아 어려움도 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도 꾸준히 한다.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에게 학용품 사주기 활동이나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일도 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인근 초등학교 앞에 관광호텔이 들어선다고 해, 주민들과 함께 반대서명을 받는 일도 했다. 교회가 지역공동체를 위한 일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김 목사의 신념이다.

김 목사는 “어린왕자에 나온 ‘바오밥 나무’를 따서 북카페 이름을 지은 만큼, 이 공간이 큰 행사를 하는 공간이기보다는 지역민들이 작은 모임을 진행하며 함께 배우고 소통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재능이 있지만 발휘하지 못하고 살던 주민들이 이 공간에서 재능을 다시 찾기도 하고, 문화생활을 함께 공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문의․070-828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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