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총학생회, ‘조양호 낙하산 갑질 규탄’ 농성 돌입

인하공업전문대 이어 인하대도 불법 감사 의혹

▲ 인하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4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측근들의 ‘사학 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학 학생회 등 각급 학생자치기구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 4일 조양호(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정석인하학원(학교법인) 이사장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인천시청 앞에서 연 뒤, 학교 본관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중앙운영위는 “대한항공 감사팀이 학생자치 기구에 불법 감사를 자행하고, 학교 식당을 갑자기 외주로 돌리는 등, 조양호 이사장과 그 측근들의 갑질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인하대마저 회항시키려한다”고 주장했다.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의 회계와 교비 회계(=각 급 학교의 회계), 부속대학병원 회계는 각각 독립돼있다. 정석인하학원의 경우 법인ㆍ인하대ㆍ한국항공대ㆍ인하공업전문대ㆍ부속 중고등학교ㆍ인하대의대부속병원의 회계가 각각 독립해 운영된다.

또한 학교 회계 감사는 학교별로 실시하게 돼있다. 학교법인의 감사가 소속 학교 감사를 실시하려면 감사 일정과 대상, 감사위원을 학교에 미리 알려줘야 한다.

아울러 감사위원을 학교법인 내부 인력으로 구성해야한다. 학교법인 외부에서 감사위원을 데려오려면 해당 기관의 장이 동의해야한다. 그러나 정석인하학원은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대한항공 감사팀을 동원해 인하대를 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인하대 회계와 독립돼있는 법인이자 자치 기구인 인하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도 이 감사팀이 감사했다는 사실이다. 인하대 생협은 학생과 교직원 등 조합원의 자치 기구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대한항공은 2012년 인하공전에도 불법 감사를 자행해 사립학교법 위반 논란을 자초했다. 그런데도 변함이 없다. 조양호 이사장과 그의 측근들이 인하대와 인하대 생협을 대한항공의 계열사로 인식해 불법 감사와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낙하산이 대학운영 ‘쥐락펴락’

인하대 학생들의 반발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석인하학원은 대한항공 출신자를 인하공전에 배치해 학교운영을 쥐락펴락했다. 그 후속으로 인하대에도 대한항공 출신자를 배치했다.

일례로 정석인하학원은 부임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인하대 사무처장을 지난해 6월 갑자기 문아무개씨로 교체했다. 문씨는 대한항공 출신으로, 인하공전과 한국항공대 등에서 일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사퇴한 박춘배 전 총장이 인하공전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인하공전에서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인물이다.

인하대 중앙운영위는 문씨가 인하대 사무처장으로 임명된 후 비용절감을 앞세워 생협 근로장학생 감축, 식당 요금 인상, 생협 임대 매장 환수, 직영 식당 외주화, 경비원 해고, 교직원 통근버스 폐지와 학생 버스비 인상 등의 복지 후퇴정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학교당국이 일방적으로 식당 외주화를 추진하고 생협 임대 매장 환수를 추진하자,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총장 직무대행의 뒤집기 발언으로 대한항공 낙하산의 쥐락펴락 의혹은 사실로 굳혀졌다.

학생들이 항의하자, 총장 직무대행은 생협 임대 매장 환수와 식당 외주화를 중단하고 학생들과 다시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번복했다.

인하대 중앙운영위는 학교당국과 면담을 진행했고, 그 자리에서 인하대 교무위원과 실무진들은 ‘총장 직무대행 약속대로 하면 자기들이 징계를 받는다’고 실토했다. 교직원 징계는 학교법인의 몫이다. 재단이 쥐락펴락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학교법인은 이를 부인했다. 정석인하학원 관계자는 “학교 운영에 몇몇 문제점이 있으니 개선하라고 한 적은 있어도, 재단이 그렇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재단으로 책임을 떠넘긴 교무위원들의 일탈이냐?’고 묻자,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한진의 인하대 재정 기여율 3% … 법정전입금 168억원 미납

인하대 재정 운용의 등록금 의존율은 약 67% 수준으로, 한진이 인하대에 기여하는 재정은 3% 남짓이다. 이마저도 재단이 법정전입금을 100% 냈을 때다. 그러나 정석인하학원은 이 법정전입금조차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

인하대 중앙운영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7년도부터 지금까지 재단이 미납한 법정전입금의 누적액은 168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학교는 등록금을 올리고 장학금을 축소하는 한편, 학생들의 복지마저 후퇴시켜 학생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 모든 게 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 배후로 대한항공 출신 사무처장과 조양호 이사장의 최측근인 최희선 정석인하학원 부이사장을 지목했다.

학교구성원 배제한 채 진행하는 총장 선출에 분노

인하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총장 선출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석인하학원은 가볍게 묵살했고,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학생대표가 참관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1차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자 4명을 놓고 오는 13일 투표(위원 1인 1표)를 실시해 최종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0일에는 조양호 이사장이 이 4명을 직접 면접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석인하학원은 인하대 차기 총장 요건으로 학교구성원과 잘 통하는 사람, 지역사회에서 리더십이 통하는 사람을 내걸었다. 하지만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와 직원조차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내용과 각 후보자가 어떤 학교발전계획을 제시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현승훈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학교의 자율권을 보장할 수 있게 재단이 학교법인 정관과 이사회를 민주적으로 개편할 것을 요구한다. 동시에 학사행정에 개입해 대학 자율성을 훼손한 최희선 부이사장과 이에 편승해 학사행정을 쥐락펴락한 사무처장을 해임하고, 대한항공 낙하산 인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인하대 생활협동조합을 고사시키기 위한 임대매장 환수나 개입을 중단하고, 미납한 법정전입금 168억원을 즉각 납부하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총장 선출과정을 학교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4명으로 압축된 인하대 총장후보는 인천발전연구원장을 지낸 김민배(58)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을 지낸 심명필(65)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 민선6기 유정복 시장 인수위원장을 맡은 최순자(63) 화학공학과 교수, 인하대 부총장을 지낸 황선근(68) 전 신소재공학과 교수이다.

1차 투표에서 황 교수가 10표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고, 나머지 교수들은 3~4표씩 받았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11명: 재단 6명, 교수 4명, 동창회 1명) 위원들의 중복투표가 금지된 상황에서 황 교수가 10표를 받아, 그가 총장으로 내정돼있었다는 의혹으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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