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과 평택항 비교] 인천항에 합법적인 중고차수출단지 조성 서둘러야

한국 중고차 좋다는 소문 퍼지는데, 인천에 단지 조성부지 없어

▲ 인천에는 PDI 부지는커녕 합법적인 중고차단지도 없다. 심지어 인천항 내항 자동차 전용부두는 부지가 부족해 한국지엠의 수출차량은 도로 포장조차 돼있지 않은 아암물류2단지에서 흙먼지를 쓰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송도유원지 부근 중고차단지 일부 모습이다.
우리나라 중고자동차 수출물량은 30여만대이다. 이중 80%가 인천항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러시아, 인도차이나반도, 남미 등으로 수출된다. 수도권은 물론 영남과 호남의 수출용 중고차도 인천항으로 모인다.

하지만 수년째 인천항 인근에 합법적인 중고차수출단지를 조성하지 못하면서 평택항에 수입차에 이어 중고차 수출까지 내줄 위기에 처했다.

인천에 소재한 중고차수출업체는 900여개다. 이들은 현재 송도유원지 부지와 대우로지틱스 부지, 경인아라뱃길 경인항 배후부지, 북항 배후부지 등을 중고차 야적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경인항 배후부지에 있는 중고차단지는 해외 바이어의 접근성이 떨어져 점차 활력을 잃고 있다. 이곳은 한국 사람도 찾아가기 어렵다. 또한 이곳에서 중고차를 분해해 컨테이너에 실어 수출하기도 하는데, 중고차 분해 시 차체를 절단해 위험한 상태로 수출하기도 한다. 인적이 드물어 도난차량 불법개조 장소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항 배후부지는 입주해있던 중고차수출업체들이 개발계획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한다. 이전할 부지가 없는 것도 문제다. 송도유원지 부지는 이미 포화상태다. 이곳에 있는 업체 400여개도 자리를 비워야한다. 대우로지틱스 부지에 업체 200여개가 있는데, 이들도 개발계획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한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 이슬람지역에 한국 중고차의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지역 바이어들은 대부분 인천을 찾아온다. 그러나 인천은 중고차수출단지를 확보하지 못해 고객을 잃게 생겼다.

중고차수출업체에 가장 먼저 손짓하고 있는 곳은 평택이다. 평택항 배후부지에 있는 수입차단지에 중고차단지가 함께 조성되기 시작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2009년부터 인천의 중고차수출업체에 평택항으로 이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인천 업체들은 인천에 집중돼있는 중고차수출시장을 고려해 일단 거절했지만, 이대로 가면 평택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인천에 있던 수입차 검사업체, 모두 평택으로 이전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와 경기도, 평택시 등은 785억원을 투자해 평택항 배후부지 143만㎡(=43만평)를 매립해 기반공사를 마치고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했다. 그 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배후부지 143만㎡ 중 57만㎡(=약 17만 2400평)를 수입차 피디아이(PDI: pre-delivery inspection,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되기 전 수행하는 검사) 전용부지로 조성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PDI 전용 부지를 조성하면서 자동차 전용 부두를 제공하고 저렴한 임차료(㎡당 월 500~700원)를 제시하며 인천에 있던 PDI업체들을 끌어들였다. 인천에 있던 폭스바겐ㆍ아우디ㆍBMW 등 수입차 PDI업체들이 이전해, 인천에는 수입차 PDI업체가 사라졌다.

평택항은 PDI센터를 앞세워 중고차수출산업까지 끌어들일 계획이다. 평택항에는 선석 길이가 290m에 달하는 자동차 전용 부두가 두 개나 있다. 배후단지를 제외한 이곳 면적만 23만 2000㎡(약 7만평)에 달한다.
PDI센터가 있는 평택항에 수입차를 하역한 뒤, 바로 그 부두에서 중고차 또는 현대ㆍ기아차, 쌍용차의 수출용 자동차를 선적해 출항하면 그만큼 선사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평택항 배후에는 PDI 부지 이외에 자동차 전용부두까지 마련돼 있다. 자동차 전용부두 면적은 23만 2000㎡에 달하고, 자유무역지대에 추가로 중고차수출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인천에는 PDI 부지는커녕 합법적인 중고차단지도 없다. 심지어 인천항 내항 자동차 전용부두는 부지가 부족해 한국지엠의 수출차량은 도로 포장조차 돼있지 않은 아암물류2단지에서 흙먼지를 쓰고 대기하고 있다.

중고차단지 조성으로 사업 투명화와 규모화 실현

▲ 평택항은 PDI센터를 앞세워 중고차수출산업까지 끌어들일 계획이다. 평택항에는 선석 길이가 290m에 달하는 자동차 전용 부두가 두 개나 있다. 배후단지를 제외한 이곳 면적만 23만 2000㎡(약 7만평)에 달한다. 사진 우측이 자동차 전용부두다.
인천이 중고차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중고차단지를 조성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PDI센터도 인천항에 있으면 좋지만, PDI업체들이 이미 평택으로 이전한 상태에서 PDI센터를 만든다고 해서 수입차물량이 없는 곳에 돌아올 리는 없다.

인천항에 중고차단지를 만들어 중고차수출물량이 지금보다 많아지면, 중고차를 선적하기 위해 입항하는 선박들이 자연스럽게 수입차를 가지고 와 하역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 PDI센터 수요도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인천의 중고차수출산업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중고차수출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해 일본과 달리 주먹구구식으로 수출하고 있고, 거래과정도 불투명해 탈세가 보편화돼있다.

중고차수출산업은 차량 정비와 도색, 부품산업, 금융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중고차수출을 넘어 보관과 정비가 가능하고 수출 관련 행정과 금융을 지원하며, 해외 바이어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합법적인 단지 조성이 시급하다.

아울러 8.25%(=9/109)인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을 점차 줄인 뒤 폐지해 거래과정부터 투명하게 해야 한다. 이로써 난립한 중고차수출산업의 구조를 조정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출 수 있다.

중고차수출 거래과정이 불투명한 데에는 의제매입세액공제 탓이 크다. 이를테면 수출업체가 중고차를 부가세 포함 660만원에 매입해 600만원에 수출한다고 해도, 나중에 부가세 60만원을 돌려받고, 여기에 매매가 600만원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로 49만원을 받기 때문에 수출업체는 손해 보지 않는다.

중고차수출시장에서 발생하는 세금 탈루를 막고, 중고차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을 단계적으로 줄여 폐지하고, 한편으론 인천내항 인근에 합법적인 중고차단지를 조성해야한다.

자동차 전용부두 ‘인천 내항’ 부각에, 재개발 추진세력 반발

남는 과제는 중고차단지 부지를 어디에 조성하느냐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아암물류2단지에 중고차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검토했으나,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아암물류2단지는 기반공사조차 돼있지 않다. 24시간 하역이 가능한 정온수역이자, 자동차 전용부두가 있는 인천내항은 재개발 논란으로 여전히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인천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중고차단지 부지를 찾지 못하는 사이에 인천의 중고차업체들은 이전 독촉을 받고 있고, 평택에서는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중고차단지를 조성하면 수입차 입항까지 다시 살릴 수 있다”고 한 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인천해양수산청, 항만업계가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고차수출산업이 커지면서 인천 송도에 아랍 상인을 상대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바이어이자 곧 관광객이다. 아울러 인천내항 국제여객터미널이 남항으로 집중할 예정인데, 내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이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항 유일의 자동차 전용부두인 내항이 인천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입차 단지와 중고차 단지로 부각하자 ‘국제여객터미널 존치 및 내항 8부두 전면 개방과 내항 재개발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6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항 8부두를 전면 개방하고 국제여객터미널을 존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병호ㆍ하승보 공동 비대위원장 등은 ‘내항을 중고차 전용부두로 활용해야한다는 인천항발전협의회 등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올해 6월 말까지 내항 8부두 우선 개방과 내항 전체 재개발 계획 수립, 1ㆍ2국제여객터미널 존치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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