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2월 13일까지 최종평가 보고서 작성
평가목적과 평가결과 활용방안 등 걱정스러워

‘160억원짜리 보충수업 프로젝트’라는 비난과 함께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학력향상 선도학교’의 최종 평가를 인천시교육청(교육감 이청연)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청연 교육감은 ‘출발부터 잘못된 정책’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시교육청이 제대로 평가할지는 의문이다.

‘학력향상 선도학교’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공약인 ‘인천 10대 명문고’ 정책에서 출발했다. 일반고등학교 10개를 선정해 학교 당 연간 4억원, 4년간 총160억원을 시와 시교육청이 반반씩 부담해 지원하기로 했는데, 시작부터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시와 시교육청은 몇 개월 만에 ‘10대 명문고’를 ‘학력향상 선도학교’로 그 이름을 바꾸고, 선도학교 외에 ‘잠재성장형 학교’ 15곳을 선정해 교육경비보조금을 연간 5000만원씩 지원하기로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

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진로ㆍ진학팀이 최근 작성한 ‘일반고 성공모형 발굴을 위한 학력향상선도학교 성과 평가계획(안)’을 보면, 시교육청은 평가목적을 ‘공교육 신뢰도 향상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적 수요 흡수에 기여할 새로운 교육 성공모델 발굴, 지역사회 리더형 학교로서 좋은 학교 모델의 확산을 위한 학력향상 선도학교의 책무성 확보’로 정했다.

이 계획(안)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력향상 선도학교의 우수 교육모형을 발굴해 지원을 지속하고, 우수 학교 표창과 유공자 표창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추진 일정을 보면, 지난해 12월 26일까지 학교 자체 평가를 거친 후 올해 1월 30일까지 서면ㆍ방문 평가, 2월 13일까지 평가보고서 작성, 20일 시의회에 결과 보고, 23일 평가 결과 발표이다.

여기서 평가목적과 평가결과 활용방안이 눈에 거슬린다. 대다수 학력향상 선도학교가 예산의 대부분을 보충수업(방과후수업)에 쏟아 부어 ‘160억원짜리 보충수업 프로젝트’라는 비난을 받은 것이나, 이 예산을 인천지역 전체 일반고에 지원했으면 더 큰 효과를 얻었을 것이라는 지적은 무시한 채, 긍정적인 성과만을 평가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2013년 2월 열린 ‘학력향상 선도학교 중간평가 결과 보고회’에서 인천시교육청 관계자가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에게 보고하고 있다.<인천투데이 자료사진>
나근형 전 교육감 시절이던 2013년 2월 진행한 중간평가에서도 이런 문제제기를 무시했다. 전체사업이 ‘우수하다’고 평가했고, ‘학력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인천의 학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법으로 사업이 타당하고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업 초반 ‘학력향상 선도학교’들은 연간 4억원이라는 많은 예산을 어떻게 쓸 줄 몰라 회식비에 수천만원, 교실 꾸미기에 1억원, 우수 교사 해외연수에 수천만원 등을 사용하다 시의회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또한 일부 학교는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해 회수 조치를 받은 일도 있었다.

이런 내용은 중간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부당하게 사용한 예산 회수 조치를 받은 학교가 ‘우수’로 평가된 것만 봐도, 중간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중간평가를 실시한 위원들 대부분이 최종평가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 또한 논란이 된다. 시교육청은 다른 지역 혁신학교 교장 등 새로운 위원 2명을 추가했다고 밝혔지만, 전체 위원 12명 중 2명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천 교육계 한 인사는 “이청연 교육감이 추구하는 ‘선진국형 학력’과 학력향상 선도학교로 향상시키려한 ‘학력’의 의미는 완전 다른 것 아닌가”라며 “어떻게 성과 위주의 평가를 하겠다는 계획(안)이 그대로 추진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인 평가를 억지로 만들어냈다는 지적을 받은 중간평가 위원들 대부분이 최종 평가에 참가하고 있는데, 일부 다른 위원이 참가한다고 해서 전체 평가 분위기가 달라지겠는가”라며 “실패한 교육정책을 명확하게 평가하지 않으면, 그 후과가 이 교육감에게 독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려하는 것은 알고 있다”며 “이 교육감의 학력향상 선도학교에 대한 생각은 명확하다. 평가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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