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 사내하청 비정규직도 평가…“원청 사용자성 스스로 인정”

▲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에 걸린 현수막.
한국지엠 군산ㆍ부평ㆍ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불법파견’ 집단소송을 제기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지엠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관계자 등은 지난 20일 부평공장 정문에서 ‘불법파견 집단소송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국지엠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58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불법파견 중단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소송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창원 47명, 부평 10명, 군산 1명이 이 소송에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지엠은 창원공장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와도 어떠한 사과나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지엠은 더는 불법파견을 외면하거나 숨기지 말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13년 2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바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창원지법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정을 내린바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대규모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생산시설에서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업무를 함에도, 각종 차별을 받아왔다.

1998년 ‘근로자파견제’ 도입 이후 이런 비정상적 고용형태는 난무하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형식상으로 하청업체에 고용돼있지만, 노동은 원청업체에서 하는 비정규직이다. 원청업체는 직접 고용할 때보다 임금을 낮출 수 있고, 인력을 줄여야할 경우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만 해지하면 되는 이점이 있다.

한국지엠 사내하청업체들에선 비정규직 해고(=계약 해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00여명을 해고했다. 군산공장에선 지난해 4월 350여명이 해고됐고, 생산물량 축소에 따라 추가적인 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한국지엠 군산ㆍ부평ㆍ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관계자 등이 지난 20일 부평공장 정문에서 ‘불법파견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비정규직 우선해고를 중단하고 총고용을 보장하라”며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비정규직 보호대책’을 폐기하고,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고 주장했다.

부평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대책’은 노동자가 아닌 대기업을 위한 법”이라며 “노동자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찾는 데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유정 변호사는 “한국지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소송은 제조업에 만연한 불법파견이라는 비정상적 고용형태를 바로잡기 위한 작은 걸음”이라고 한 뒤 “소송을 하면서 소송인단에 대한 회사의 회유와 협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은 “한국지엠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비정규직에 대한 회유와 탄압을 중단하고 정규직화에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부평과 군산공장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생산라인이 명확히 구분된다”며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인사와 감독권은 하청업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법파견 소송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한국지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열악한 처우로 인해 겨울에도 전기장판 하나로 온 가족이 버티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엠, 사내하청 비정규직도 평가…‘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논란 예상

한편, 지엠(GM)은 최근 ‘이상한’ 평가를 한국지엠에서 실시했다. <인천투데이>이 단독으로 취재한 결과, 지엠(GM)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표준지침이라 할 수 있는 ‘지엠에스(GMS=Global Manufacturing System)’ 평가를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지난해 말 실시했다.

GMS는 지엠이 전 세계 공장에서 단일한 표준에 의해 차량을 생산하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엠의 검열단이 GMS 표준에 근거해 생산ㆍ인원ㆍ품질ㆍ안전 등 몇 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GMS ‘안전보건 18대 핵심 요소’도 정해 놓고 운영하는데, 핵심 요소는 ▶공장 안전 점검위원회 운영 ▶안전순찰 ▶안전작업 절차 ▶비상 대응계획 등이다. 평가 등급에 따라 생산물량을 조정하기도 한다.

지엠은 2003년부터 한국지엠에 GMS를 도입했다. 2004년 GMS 평가에서 한국지엠은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 평가대상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도 포함돼, ‘불법파견’과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엠 소속의 외국인이 공장에 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함께 평가했다”며 “원청의 모(母) 회사가 하는 평가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포함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청의 간부가 비정규직 몇 명을 불러 GMS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공정훈련을 시키기도 했다”며 “평가에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아 올 3월에 재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부평공장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무형태가 달라 (비정규직은) 평가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지엠 정규직 직원은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GMS 평가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 뒤 “하지만 GMS 평가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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