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구가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일 입법예고한 개정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대폭 축소하고 주민참여민관협의회와 주민참여예산제연구회를 없애는 것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조례는 주민 대상 공모로 동별 10명 이내의 위원을 선정해 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를 두게 했으나, 개정조례안은 ‘사업 공모 등은 각 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일반주민의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예산 편성과정에서 심의 기능을 담당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 수를 기존 ‘100명 이내’에서 ‘19명 이내’로 대폭 축소했다. 동별로 한 명씩만 두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원회 기능도 축소했다. 기존 조례는 위원회가 예산 편성 방향, 중장기지방재정계획, 투융자계획 등 예산 편성과정 대부분에 관여할 수 있게 했으나, 개정안은 주민 제안 사업 심의 정도만으로 한정했다.

아울러 기존 조례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선 민관협력이 필요하기에 민관협의회를 설치하게 했고, 주민참여예산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주민 참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회를 두게 했다. 개정조례안은 이 기구들을 없앴다.

애초 이 조례의 목적은 ‘예산 편성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예산의 투명성을 증대하기 위해서’이다. 조례 제1조에 명시하고 있다. 상위법인 ‘지방재정법’에도 예산 편성과정에 주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조례의 목적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며, 상위법마저 무시하는 처사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단체장의 권한인 예산 편성권의 일부를 주민에게 넘겨줘 예산 편성과정에 주민의 직접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주민 참여를 보장할 각종 위원회 구성은 물론, 그 권한, 주민의 예산 편성과정 참여 경로 등을 충분히 연구ㆍ학습하지 않으면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가 쉽지 않다.

남동구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난 4년간 많은 성과를 내며 다른 지자체의 모범사례로 알려졌다. 동 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에서 주민총회 등을 열어 제안한 예산사업들이 반영돼, 숙원사업 상당 부분이 해결되면서 주민들의 호응도 얻었다.

남동구는 이번 조례 개정의 목적이 ‘한정된 재원의 합리적 예산 편성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합리적 예산 편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 편성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할 때 합리성과 투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번 조례 개정은 지난 4년간 이뤄온 성과를 수포로 돌리는, 퇴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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