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재래시장 만들기] 지역 특성에 맞는 재래시장 특화전략을 찾아서 <8>

편집자 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길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시장 특성에 맞는 활성화 전략은 특히 더하다. 이에 소비자가 ‘가고 싶은 재래시장 만들기’라는 제목 아래에 부평 지역 특성에 맞는 시장 특화전략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연재 순서>

1. 부평의 재래시장 어디로 가나? - 현황과 실태
2. 재래시장 육성 관련법과 정부의 지원시책
3. 시설 현대화만으로 대형 유통업체 이길 수 없다
4. 재래시장 살리기 성공 사례를 찾아 ①, ②, ③
5. 재래시장 접근성 강화가 우선이다
6. 대형 유통업체 입점규제, 영업시간 제한 가능한가?
7. 새로운 경영기법 사례


▲ 삼산지구 신복사거리에 2007년 12월 오픈 예정인 롯데마트 삼산점 건축현장. 오피스텔과 함께 들어설 롯데마트는 지하2층, 지상1층 11,400여평 규모로 주변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할인매장 입점에 대한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의 거센 반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규제 소식이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광진구 강변역 근처에 위치한 구의공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광진구가 삼성 홈플러스 자본을 끌어들여 이 공원 지하에 공영주차장도 건립하고 할인마트를 짓는 계획을 추진하려하자, 교통혼잡과 매연유발·공원파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우리 구에서도 한화아파트 주민들이 이와 비슷한 이유로 롯데마트 산곡점 신축을 반대하며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전라북도 전주시는 지역 영세상권 보호를 위해 롯데마트의 신규 입점을 허용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는 대형할인점 입점으로 영세 상점과 재래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고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도시계획심의를 강화해 대형유통업체들의 입점을 최대한 규제해 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롯데쇼핑 측이 마트를 신축하기 위해 제출한 지구단위계획 신청(안)을 반려하자, 롯데쇼핑 측은 행정심판 등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 9월 성남시는 대형유통점 입점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대형유통점 입점 관련 조례 등 법령을 정비해 규제방안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올 초 창원시장은 할인점의 추가 입점을 반대한다고 밝혔으며, 마산시장은 마산에 대형할인마트가 더 들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올 1월 현재 조례를 만들어 대형유통점을 규제하고 있는 지자체는 부천·대전·영주·제천·청주·대구(남구청)·대전 등 7개로 일정 수의 인구를 기준으로 대형점의 숫자를 제한하고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는 대형유통점을 아예 짓지 못하거나 짓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점은 허가를 해주지 않는 방식이다.


지역 영세상권 초토화 등 대형유통점 폐해 공론화


이러한 지자체의 대형할인매장 입점 규제 움직임은 대형마트 폐해의 심각성을 지자체에서도 체감하기 때문이다.
대형할인점이 장사를 시작하면 직접적인 경쟁관계를 맺는 재래시장 상인부터 무너진다. 지난 6월 <한겨레21>의 보도에 따르면, 대형할인점의 진출로 재래시장은 2002년 매출 15조원에서 2003년에는 13조5천억원으로 1년 만에 1조5천억원이 줄었다. 1996년에서 2004년까지 할인점이 247개 늘어날 때 영세소매상 8만개가 감소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마트들이 지역 소비자가 내는 돈을 싹쓸이해가기 때문에 지역에 돌아다니는 돈의 씨가 마르기 시작한다. 결국 대형할인점은 지역 내 통화 순환체계를 무너뜨린다. 더군다나 할인점이 지자체에 내는 세금은 주요 세원인 법인세가 국세이기 때문에 보잘 것 없다. 

대형할인점 입점으로 발생하는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변의 생활환경에 미치는 피해, 수많은 납품업체나 업자들에게 미치는 막강한 권력 그리고 그 노동자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 등도 뒤따른다.  


대형유통점 입점 국가적 통제 필요, 정치권 입법 움직임 가시화


하지만 현재 나타나는 지자체의 입점 규제는 임시방편일 뿐 국가적인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형유통업체가 소송을 제기하면 꼼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안산시가 안산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롯데마그넷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자 (주)화성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주)화성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렇듯 대형할인점의 무차별적 진입에 무방비 상태인 한국에 반해 외국은 국가적 규제를 마련해 놓고 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 따르면, 프랑스는 1973년부터 점포 면적 3천㎡, 매장 면적 1,500㎡ 이상을 증설하는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1천㎡ 이상 점포를 설립할 때는 신설계획을 공표하고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영국은 ‘대형마트 설립 가이드라인’을 두고 총매장 2만㎡ 이상의 대형마트는 ‘중소소매업에 대한 영향조사 보고서’를 지방정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3천㎡ 이상의 점포 개설은 해당 구청에 등록만 하면 되고, 3천㎡ 이하는 사업자 등록으로 끝난다.
이로 인해 대형할인점의 입점을 규제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등 10명은 대형할인점 건설 전에 주민 공청회와 유통산업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인구당 점포 수와 면적을 규정하도록 하는 ‘지역유통산업 균형발전특별법’을 발의했다.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24시간 영업제한과 허가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대규모 점포사업 활동 조정 특별법’도 발의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대형할인점 입점 규제와 영업시간 제한을 위해서는 국가적인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는 국민들의 의식 전환과 공론화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대형할인점이 낳고 있는 여러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변의 생활환경에 미치는 피해, 크고 작은 주위의 상권과 지역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 여러 문제들을 떠올리노라면 대형할인점에 가는 일이 결코 즐겁지 않을 것이다. 
가능한 한 대형할인점에 가지 않고 다른 상점들을 이용하려고 애쓰는 국민이 많아질 때 관련 입법도 강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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