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섭 남구청장,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도전 “지방분권 개헌 추진”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에 도전한 박우섭 남구청장.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소속 박우섭(59) 인천 남구청장의 도전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구청장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기초단체장으로서 소속 정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아, ‘생활현장에서 정치를 바꾸겠다’는 그의 포부가 중앙정치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2월 8일로 예정된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의 후보 등록이 30일 끝났다. 문재인ㆍ박지원 의원 외에 박주선ㆍ이인영ㆍ조경태 의원 등이 당대표 후보로 등록했다.

최고위원 후보로는 문병호ㆍ오영식ㆍ유승희ㆍ이목희ㆍ전병헌ㆍ정청래ㆍ주승용 의원과 노영관 수원시의원, 박우섭 남구청장 등 9명이 등록했다. 7일 예비경선(컷오프)에서 당대표 후보 3명과 최고위원 후보 8명을 가린다.

박우섭 구청장의 당선 여부는 60년 역사의 제1 야당뿐 아니라 다른 정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방자치와 깊은 연관이 있다.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 실시를 위해 단식투쟁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 승리란 토대를 바탕으로 1997년 정권교체의 기반도 만들었다.

박우섭 남구청장 주요 이력

박우섭 남구청장은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용산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신정권 시절인 1972년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에 입학했다. 연극배우를 하는 꿈을 버리고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긴급조치 위반으로 김근태ㆍ이해찬 등과 함께 수배와 구속을 반복했다.

또한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긴 수배생활을 했다.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김근태 전 의원과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을 결성했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이 구속된 뒤에는 의장직을 맡아 투쟁을 이어내기도 했다.

인천에서 노동을 하며 도피생활을 하다 아내 이미영을 만났다. 그것이 인연이 돼 인천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민선 3기와 5기 남구청장, 김근태 당의장 비서실장, 임채정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냈고, 현재 민선 6기 남구청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우섭 남구청장 도전 '눈길'
“지방분권 개헌 추진하겠다”

박우섭 구청장은 12월 30일 국회와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현장이 정치를 바꾼다는 신념으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6.4 지방선거 후 새정치연합 소속 기초단체장 81명은 협의회를 구성하고 ‘여의도 정치를 풀뿌리 정치’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의했다. 논의 결과, 협의회 회장인 박 구청장이 십자가를 매기로 했다.

박 구청장은 “새정치연합의 강점은 자치와 분권이다. 당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한다. 새 바람은 생활정치의 바람이다”라고 했다.

박 구청장은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권한과 재원을 장악한 무능한 중앙정부’와 ‘결정권과 재원이 없는 무력한 지방정부’ 때문에 아이들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을 잘 아는 자가 책임과 권한을 가져야한다. 지방분권을 지역에서 아무리 외쳐도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외면하고 있다. 중앙집권적 구조가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지방의 운명을 지방정부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할 수 있게 헌법적 권위를 부여해야한다. 주민의 주권 강화와 편익 증대를 위한 ‘지방분권 개헌’을 당론으로 만들겠다”

이밖에도 당을 풀뿌리 정당으로 바꾸고, 지방의 힘으로 정권교체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풀뿌리 정치와 여의도 정치의 화학적 결합을 으로 당력을 키워야한다는 문제의식과 한국 정치의 긍정적인 미래가 풀뿌리 정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었다”고 박 구청장의 출마 의도를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풀뿌리 정치인은 1597명에 달한다. 광역단체장 9명, 기초단체장 81명, 광역의원 349명, 기초의원 1158명이 생활정치 현장에서 뛰고 있다.

박 구청장은 최고위원 당선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전폭적 지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당내 지지층이 두터운 편이다.

▲ 박우섭 남구청장.<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인천 정치의 무게중심 될 듯

박 구청장이 최고위원에 당선되면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풀뿌리 정치 의제가 중앙정치에서 무게감 있게 다뤄질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박 구청장의 정치적 중량감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패배하면서 인천에서 박 구청장의 정치적 중량감은 높아진 상태다. 적지라 할 수 있는 남구에서 기적같이 재선에 성공했고, 당의 무게중심을 잡는 인물이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에서 박 구청장은 새누리당 구청장 후보에게 698표 차로 신승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자세히 보면, 남구에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유정복 시장에게 1만 5506표 차로 졌다. 남구는 보수층이 밀집된 구도심으로 새누리당 윤상현(남구 을)ㆍ홍일표(남구 갑)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곳이다. 이런 지역에서 박 구청장의 재선은, 의미가 남다르다. 박 구청장은 여야를 떠나 친화력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차기 인천시장 후보감이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8월 <인천투데이>과 한 인터뷰에서 ‘인천시장 출마보다는 구청장 3선 도전에 무게를 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최고위원 당선 여부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그의 도전 방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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