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인하학원, “조현아 사퇴했다”…시민사회, “조원태도 사퇴해야”

▲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와 참여연대는 29일 오후 인천 중구에 소재한 정석빌딩 앞에서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에서 손 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석인하학원은 대한항공 족벌과 지인의 사학피아”

조현아 대한한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에서 비롯된 이른바 재벌의 ‘갑’질에 대한 비판이, 한진그룹이 소유한 사학재단 비판으로 확산됐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이하 인천연대)와 참여연대는 12월 29일 오후 인천 중구에 있는 정석빌딩(정석인하학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땅콩 회항 사건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만연해있는 재벌의 ‘갑’질 횡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의 정석인하학원 이사직 사퇴를 촉구했다.

정석인하학원은 인하대학교, 항공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 인하대학교사범대학 부속 중ㆍ고등학교,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등을 두고 있는 사학재단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재단 이사장이고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와 장남 조원태가 이사이다. 한진 계열사 임원 등이 이사로 등재돼있다.

인천연대와 참여연대는 “정석인하학원의 이사회가 조양호 회장 일가의 족벌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소속 학교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다”며 조현아ㆍ조원태 이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인하대에서는 조 이사장이 2012년에 임명한 총장이 교수연봉제와 단과대학 통폐합, 송도캠퍼스 부지 변경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학내 갈등이 지속됐다.

또한 교육부 감사에서 정석인하학원이 비상근 이사 3명에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14회에 걸쳐 해외 항공료를 부당하게 지급했고, 인하공전에서 2012년에 이아무개 전 기획처장 등 교직원 4명에게 명예퇴직 수당 7억원을 교비로 부당하게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둘 모두 사립학교법 위반에 해당했다.

정석인하학원은 또, 대한항공 소속 직원 8명을 겸임 교원으로 임용하면서 당사자들과 임용계약을 체결하고도, 별도로 대한항공 대표이사와 근로자 전출 계약을 체결해 인하공전 교비를 부당하게 지출했다.

아울러 조양호 회장 일가는 항공대 학교법인 정석학원을 항공대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석인하학원에 통합해 지탄을 받기도 했으며, 2013년과 2014년에는 사립학교법을 위반하면서 인하공전과 인하대 간 인사, 정석항공과학고와 인하대사립대학부속 중ㆍ고 간 인사를 단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과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석인하학원을 방문해 조양호 회장의 두 자녀의 이사직 사퇴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정석인하학원, “조현아 이사, 이미 사퇴했다”

인천연대와 참여연대는 “조현아 이사가 지난 10일께 이사 사퇴서를 제출했다고는 하지만, 정석인하학원은 이를 처리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조현아 이사는 2008년에 인하대 총장에게 막말을 퍼붓고 서류를 집어던지는 행위로 총장 사임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사에서 즉각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원태 이사는 2005년 운전 중 70대 노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고, 2012년 시민단체 관계자와 취재기자에게 ‘그래 개**야, 내가 조원태다. 어쩌라고’라는 등의 막말을 하는 등, 이사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며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이광호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정석인하학원 이사회 17명 중 10명은 대한한공 등 한진그룹 임원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사들 중 최희선ㆍ박도순ㆍ강희중ㆍ박춘배ㆍ신현오 이사는 조양호 회장과 경복고 동문으로, 사실상 조 회장의 족벌과 지인들로만 구성된 사학피아집단이다. 이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학교들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조씨 일가의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1층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차녀 조에밀리리(한국명 조현민) 전무는 인하대병원 지하1층에서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광호 처장은 “인천항만공사가 지난해 11월 사회적기업과 협약을 맺고 수익금 전액을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카페를 정석빌딩 신관에 열었다. 그런데 이 카페로 인해 정석빌딩 신관 인근에 있는 인하대병원 내 커피숍(조에밀리리 운영) 운영에 차질이 생기자, 최근 정석기업이 이 사회적기업 카페 이용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연대와 참여연대는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태가 조현아 전 부사장 개인에 대한 처벌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이번 사태의 해결 과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기업의 갑질이 사라지는 계기로 만들어야한다”며 “정석인하학원에서 조 회장의 두 자녀가 사퇴하고, 차기 인하대 총장을 대한항공의 뜻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의 뜻에 따라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게, 대한항공이 다시 국민들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후 이광호 사무처장과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은 정석인하학원을 방문해 두 자녀의 이사직 사퇴와 대한항공의 사립학교 운영 개입 금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항의서한을 받은 정석인하학원 관계자는 “조현아 이사는 이미 사퇴했다. 본인이 사퇴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별도로 수리하는 게 아니라 자동적으로 이사직을 상실한 것이다. 학교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이사회 명단에서 삭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연대 등은 조현아 이사의 사퇴를 교육부에 보고했는지 물었고, 조원태 이사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이에 정석인하학원 관계자는 “교육부에 보고하는 사안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으며, 조원태 이사 사퇴 촉구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광호 사무처장은 “학교법인의 이사회 구성에 변동이 생기면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육부에 보고하게 돼있다. 정석인하학원은 조현아 이사의 사퇴를 교육부에 보고해 공식화해야한다. 나아가 조원태 이사도 사퇴하는 것으로 학교 구성원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석인하학원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사건

○ 2005년
- 조원태 이사, 승용차 운전 중 70대 할머니 폭언과 폭행 혐의로 입건
○ 2008년
- 조현아 이사, 홍승용 인하대 총장에게 막말 하고 서류 집어던져 : 조양호 회장, “어린애가 그랬는데 이해해 달라”고 해명.
○ 2011년
- 조현아 이사, 한진빌딩(서울 소공동)에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주 입점
○ 2012년
- 9월. 한진그룹 비판(대학등록금으로 기업유지 의혹 제기)한 시민단체 회원 고소
- 12월. 조원태 이사, 인하대에서 1인 시위 중인 시민단체 회원과 이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욕설 : 시민단체 회원에게 “그래 개**, 내가 조원태다. 어쩌라고?”/ 취재 기자에게 “할 말 없어. **야”
- 12월. 조양호 이사장, 정석학술도서관 출입을 요청하는 시민단체 회원에게 “이 학교 주인은 나다. 여긴 사립학교이고 사유지이다”
○ 2013년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인하대병원 내 프랜차이즈카페 가맹점주 입점
○ 2014년
- 교육부, 정석인하학원과 인하공전에 교비 9억원 부당지출 등 11건 적발, 환수 조치 명령
- 정석기업, 정석빌딩 신관 내 사회적기업 카페 이용 제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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