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함흥차사, 풍랑주의보 해제되면 여의도로 출항”

인천 서해5도 어민들이 풍랑주의보 해제를 기다리고 있다. 조업을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2차 해상 상륙시위를 벌이기 위해서이다. 농민들의 생존권 보장 시위가 ‘아스팔트 농사’라면, 어민들의 시위는 ‘아스팔트 조업’인 셈이다.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어민들로 구성된 ‘서해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애초 23일로 계획했던 2차 상경시위를 26~27일로 연기했다. 풍랑주의보가 또 발령됐기 때문이다. 풍랑주의보가 해제되면 어선 90여척을 동원해 다시 경인항과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여의도로 상경하겠다는 계획이다.

옹진군이 올해 6월과 10~11월 발생한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를 집계한 현황자료를 보면, 백령ㆍ대청 어장에서만 어구 틀 747개가 훼손됐다. 어구 피해금액만 12억 4000여만원에 달하고, 조업 손실액은 약 62억 1000만원에 이른다.

이에 어민들은 지난 11월 26일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의 어선 84척을 동원해 1차 여의도 상륙시위를 벌였고, 이 시위는 소청도 남단 3마일 부근에서 일단 회항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당시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어민들과 정부 관계부처 합동대책회의를 열겠다고 하자, 뱃머리를 돌린 것이다.

그 뒤 대책위와 정부 관계부처의 간담회가 지난 12월 3일 오후 옹진군청에서 열렸다. 이 간담회에는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 국민안전처, 국방부(합참 포함), 인천시, 옹진군의 각 담당자가 참석해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당시 대책위 대표단은 13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 요구안은 중국어선 불법조업 차단, 어구 피해와 조업 손실 보상, 서해5도 어장 확장, 불법조업 방지시설 설치, 어업지도선 대체 건조, ‘서해5도 특별법 개정’을 통한 서해5도 지원 사업 확대 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정부는 시원한 답변을 못했다. 해수부가 예산 10억원을 들여 불법조업 방지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중국어선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민들의 요구 중 핵심사항인 어구 피해와 조업 손실 보상에 대해 정부와 대책위 대표단은 간담회가 끝난 후 추가 협의했지만, 정부 대표단은 내년 2월 국회가 열리면 ‘서해5도 특별법’ 개정으로 보상 방법을 논의하겠다고만 했을 뿐이다.

간담회 후 대책위는 ‘12월 11일까지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2차 상경시위를 벌이겠다’는 뜻을 밝혔고, 간담회 후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않자, 대책위는 지난 12일 대청도와 백령도에서 각각 어민회의를 열어 2차 상경시위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최철남 대책위 총무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 통화에서 “대책을 마련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사이에 중국어선이 우리 어구와 어장을 싹쓸이해, 이미 올해 조업은 끝났다. 간담회 이후 정부의 대책을 기다렸다. 그런데 함흥차사이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어민들이 직접 여의도로, 청와대로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총무는 또한 “2차 상경시위에는 큰 배에서 작은 배까지 90여척이 참여하기로 어민들이 뜻을 모았다. 23일 출항하려했는데 풍랑주의보가 계속 발효 중이라 출항할 수 없다. 풍랑주의보가 해제되는 대로 출항해 서해뱃길을 통해 상경시위를 벌일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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