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 2014 문화복지포럼 … ‘복지를 넘어서는 문화복지’ 개최

‘복지를 넘어서는 문화복지’란 무엇을 뜻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15일 오후 3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복지를 넘어서는 문화복지’를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주최한 이 포럼은, 지난해 열린 포럼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지역 문화복지의 접점을 모색한 것을 바탕으로 문화복지가 지역의 구체적인 현장과 만나는 사례와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한국 문화정책에서 ‘문화’와 ‘문화복지’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살피고, 문화복지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재단은 이 포럼 개최를 위해 지난 10월에 가칭 ‘인천문화복지기획단’을 꾸려 논의해왔다. 기획단은 교육ㆍ마을ㆍ일자리분과로 구성됐다.

문화복지는 ‘시혜가 아닌 권리’

▲ 인천문화재단은 지난 15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복지를 넘어서는 문화복지’라는 주제로 2014 문화복지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은 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의 주제 발표로 시작했다.

윤 대표는 ‘정책언어로서 문화 그리고 문화복지’라는 주제 발표에서 “문화복지라는 정책언어 자체가 사람들을 소외시킨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인간다운 삶의 욕구를 끌어내는 것이 문화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한 뒤 “문화란 연극ㆍ뮤지컬ㆍ책 등을 본다는 개념이 아니라, 문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경험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윤 대표는 “여가를 즐기며 하는 다양한 생각은 문화적 생활을 이루는 도구이고, 문화적 생활을 한 후 다른 사람들과 그 생각을 교감해 각성하는 것이 문화적 생활의 빛나는 순간”이라고 한 뒤 ‘바란다, 만난다, 생각한다, 표현한다’라는 동사 네 가지를 잘 연결하는 것이 문화복지 사업의 핵심이라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제정된 ‘문화기본법’의 제3조(정의), 제4조(국민의 권리), 제5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을 살펴보면, 문화 소외계층을 따로 분리해놓고 그들에게 ‘향유할 권리를 제공’하는 것을 ‘문화복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표는 “작년에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문화를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복지’를 시혜의 대상으로 발언했다. 정책언어로 쓰이는 ‘문화’는 주체를 대상화하고 ‘문화복지’는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바우처 사업 등으로 한정했다”며 “문화는 시혜가 아닌 권리이기에, 이것이 제한되는 것에 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마을 거점공간과 문화기획자 필요

이어진 사례 발표에서 이성수 인천시자활센터 센터장은 ‘이제는 문화복지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동네에서 벌이는 문화 활동을 예로 들며 문화생활로 당사자와 주변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센터장은 “소득의 양극화가 문화의 양극화로 이어지며 문화의 양극화가 다시 소득의 양극화를 부채질할 것”이라며 “이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청소년 문화에 투자해야하며 지역과 마을에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난장의 문화를 넘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이찬영 인천자바르떼 대표가 ‘공동체와 문화가 만났을 때’를 주제로 사례를 발표했다.

1990년대 초반 ‘200만호 건설’로 시작한 임대주택사업의 일환으로 정부는 영구임대아파트 대단지를 건설했다. 이와 더불어 2000년대 중반에는 복권기금으로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부평구 삼산동에도 시범사업으로 문화부와 인천자바르떼가 함께 문화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대표는 “영구임대아파트가 지어진 지 20년이 넘어 재건축하고 있다. 예전에는 유휴공간에 복지관을 지었다면, 지금은 주거복지동 개념으로, 주거복지를 주거문화복지라는 개념으로 확장해야한다”며 “이제는 삶이 있는 곳에서 문화예술을 지속적으로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 사례 발표는 이혜경 인천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이 ‘우리는 문화를 일상에서 충분히 만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했다.

이 국장은 “문화란 자본의 굴레에서 관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일상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을에서 생겨야한다”며 “마을 안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거점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는 서구 가좌동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의 사례를 들려줬다. 이 도서관은 엄마, 동네 자치위원, 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공간으로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국장은 “거점공간과 함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화기획자가 필요하다”며 “공간과 사람(=문화기획자)을 지원하는 정책을 공공영역에서 담당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관람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함께 해봐야

이어서 이혜정 지역아동센터 오순도순공부방 대표가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문화놀이판’을 주제로 인천지역 공부방 연합 문화제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연합 문화제가 열린 날, 아이들은 또래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마당을 누비며 돈이 없는 친구를 위해 먹거리를 사주기도 했다”며 “수익금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작은 학교를 위한 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나눔 문화를 배우기도 한다. 이런 경험들이 아이들을 문화생산 주체로 만드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경숙 인천시민문화센터 사무처장이 ‘문화바람과 문화복지’라는 주제로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회원 1000여명이 만든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을 사례로 들며 회원들이 회비를 내 공간을 함께 운영하고, 그 속에서 배우고, 소통하고, 힘을 얻어 세상을 향해 나가고 있는것을 들려줬다.

최 처장은 “의식주에 밀려온 문화예술이, 사실은 의식주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문화는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고, 내가 속한 지역과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문화예술의 힘은 의식주 복지를 넘어 삶의 기쁨을 누리게 하는 문화복지로 나아갈 때 힘이 더 커진다. 문화복지는 단순한 관람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함께 해보는 것으로 발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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