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종사자ㆍ주민들, 구청장실 앞 농성
구청장은 ‘못 본 척’…부구청장이 대신 ‘구청장 면담’ 약속

▲ 동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주민 등 80여명이 15일 오전 동구청 앞에서 ‘일방적인 사회복지시설 직영ㆍ폐쇄를 반대’하는 주민 1만 4440명의 서명을 이흥수 동구청장에게 전달하기에 앞서 구청장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화 없인 소통도 없다. 3개월이 넘는 ‘불통’에 참다못한 동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주민 등이 이흥수 동구청장과 대화하기 위해 구청장실을 찾았다. 하지만 이 구청장은 이들을 못 본 척 구청장실을 빠져나갔다. 이후 부구청장이 대신 ‘구청장과 면담’ 약속을 잡았다.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계약 파기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주민비대위)는 지난 15일 오전 동구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동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주민 등 80여명은 구청장에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주정연 화수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은 “우리 시설은 최근 인천청소년진흥센터로부터 인천지역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활성화 기여를 인정받아 우수 운영기관으로, 직원 한 명은 우수 지도자 표창을 받았다”며 “많은 분이 ‘공인된 우수 기관을 폐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어오신다”고 말했다.

자녀 둘을 각각 화도진중학교와 서흥초등학교에 보내는 장수경씨는 “화도진중학교 학생들은 하굣길에 삼삼오오 모여 화수청소년문화의집을 들르곤 한다”며 “요즘 우리 지역에선 ‘동구에선 투표권 없는 학생 시설만 족친다’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구청장은 딸을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고자 연수구 연수중학교에 보내면서, 왜 멀쩡한 (동구 중학생들의) 시설을 없애는가. 이 구청장과 오성배 복지환경국장은 반성하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이 구청장이 교육혁신지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자신을 지지하지 않으면 소위 진보세력으로 규정짓고 일방적 행보를 보이는 구청장이 동구에서 혁신교육을 얼마나 실천할지 학부모들 사이에 말이 많다”며 “구청장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라. 반쪽짜리 구청장이 되지 않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덕수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중동지부장은 “이 구청장이 연말까지도 대화를 거부한다면, 주민비대위는 구청장 취임 6개월 주민대토론회를 개최해 주민들의 뜻을 물은 뒤 내년 7월 주민소환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이 자리에선 ▲동구의 동구지역자활센터 센터장(=원순철 신부) 교체 요구 ▲동구의 청소년수련관 종사자 수 20명에서 4명으로 감원 요구 ▲구청장의 공무원노동조합 탄압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 이흥수 동구청장에게 주민 서명을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하러 간 주민비대위 대표단이 박진표 부구청장과 대화하는 도중, 이 구청장(빨간색 원)이 구청장실에서 나와 이들을 못 본 척 지나치고 있다.
기자회견 후, 참석자 중 일부는 이 구청장과 면담하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폐쇄ㆍ직영 반대 주민 서명)에 동참한 동구 주민 1만 4440명의 서명지를 들고 구청장실로 향했다.

이들이 구청장실 앞에 도착하자, 박진표 부구청장이 나와 “내가 대신 서명을 받아 전달하겠다”며 “이렇게 떼거지로 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양쪽이 이야기하는 도중 구청장실에서 나온 이 구청장은 못 본 척 지나쳤다. 주민들에게서 야유가 터져 나왔고, 한 주민은 “주민이 정말 무서운 줄을 모르시나보다”라고 외쳤다.

주민들은 구청장과 면담 약속이 잡힐 때까지 구청장실 앞에서 농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들른 송광식 동구의회 부의장은 “이 구청장이 ‘순수하지 않은 주민, 즉 시민사회단체 등에 소속된 사람들과는 대화하지 않겠다. 그들이 주민들을 부추긴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박원일 주민비대위 집행위원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그 지역 주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더욱이 주민비대위에 속한 단체 33개 중 30개는 동구 소재 단체”라며 “구청장이 ‘순수’를 운운하는 것은 주민들과 그냥 만나기 싫다는 뜻”이라고 평했다.

주민비대위의 유인물을 보고 왔다는 예비학부모 장아무개(38)씨도 “동구 주민인 게 창피하다”며 “동구에서 아이를 키워야하는 앞날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오후 3시께, 박 부구청장이 “구청장에게 위임 받았다. 이번 주 내로 구청장과 면담 자리를 잡겠다”고 약속했고, 주민들은 농성을 해제했다. 이 구청장이 과연 어떤 태도로 대화에 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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