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영세공장 밀집해 화재 위험성 여전
도시개발 사업 답보로 뚜렷한 해결책 없어

▲ 계양구 효성동 보람농장의 한 금속공장에서 지난 9일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사진제공ㆍ계양소방서>

소규모 영세공장들이 밀집한 계양구 효성동 보람농장 일대(효성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에서 지난 9일 공장 11곳을 태우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화재 발생이 빈번하고 화재 발생 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돼, 화재 경계지구로 특별 관리 중인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빈번한 화재 발생에도 이를 막을 대안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9일 오전 11시 16분께 이곳에서 큰 불이 나자, 계양소방서는 인근 소방서에서까지 지원받는 ‘광역 1호’를 발동하고 소방차 38대와 소방관 118명을 동원해 45분 만에 불을 진압했다. 공장 11곳은 전소했지만, 공장 노동자들은 화재 경보에 따라 신속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12일 현재까지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금속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 낡은 공장의 기계나 전기 설비에서 발생한 불꽃이 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이 지역에선 최근 5년 동안 화재가 21건 발생했다. 공장ㆍ창고ㆍ고물상에서 발생한 화재가 1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원인은 부주의와 전기적 요인이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 보람농장 내 도로는 자동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폭이 좁다.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들어선 보람농장 입구 길은 차량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특히 길을 올라갈수록 짐을 싣기 위해 주ㆍ정차된 차량들이 있어 길을 간신히 통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방차 진입은 불가능해보였다.

또한 보람농장에는 소규모 영세공장과 고물상 등이 450여개 밀집해있는데, 이 건물들은 대부분 무허가 건축물이다. 특히 목조 뼈대에 양철을 이어 붙인 판넬 구조 가건물들이라, 화재 발생으로 건물이 뜨거워지면 구조물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소방관의 진입도 어렵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공장들은 보람농장 입구에서 한참 들어간 위쪽에 있었는데, 길이 꼬불꼬불 한 데다 미로처럼 이어져 찾기가 쉽지 않았다. 힘들게 방문한 현장은 공장 11개가 모여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면적이 좁았다. 현장에는 타다 남은 검은 자재들이 쌓여있었고, 소방관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었다.

계양소방서 관계자는 “이번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다행히 길에 주ㆍ정차 차량이 거의 없어 소방차가 빨리 진입해 진압할 수 있었다”며 “화재 경계지구로 지정돼 소방특별조사를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정기적으로 소방훈련도 실시하고 있는데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서에서도 더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모든 공장에서 소화기를 구비하고 있지만, 불이 나면 소화기만으로 끄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현재로선 영세 사업자들이라 기계를 새로 구입하기도 어렵고, 도시개발 예정지라 건물을 새로 지을 수 없으니, 뚜렷한 방안이 있겠는가?”라고 상황을 전했다.

한편, 보람농장 일대 43만 4989㎡에 공동주택 3200여 세대를 건립하는 효성도시개발 사업은 당초 효성도시개발(주)가 추진하려했으나, 효성도시개발(주) 대표이사 등 관련자가 부산저축은행 비리사태와 관련해 470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답보상태이다.

▲ 보람농장의 금속공장 등 11개 영세공장이 화재로 전소했다.
▲ 보람농장 한 건물 벽에 설치된 비상 소화 장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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