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인천자바르떼’

사회적기업 인천자바르떼의 이찬영(43ㆍ사진) 대표를 지난 2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자바르떼(jobarte)는 잡(job)ㆍ아트(art)ㆍ플레이(play)라는 뜻이 녹아있는 영어와 프랑스어의 합성어이다. 인천자바르떼는 ‘나눔이 있어 신나는 일, 창조하고 소통하는 예술, 상상하고 체험하는 놀이’를 추구한다.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교육을

▲ 인천자바르떼 이찬영 대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졌다. 청년 실업문제가 대두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실업극복국민재단(이하 재단)에서는 문화단체에 특별한 제안을 했다.

“문화예술교육이란 말도 없을 때였죠. 문화예술인들이 ‘강습’이라는 말로 예술을 기능적으로 전수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때 민관 거버넌스 기구인 재단에서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의 혜택을 주려고 사업을 벌였어요”

2004년 6월, 재단과 문화예술인들은 일자리만들기사업단 공동 구성에 합의했다. 서울ㆍ인천ㆍ안산지역의 문화예술 활동가 50여명이 ‘신나는 문화학교’ 교사협회를 결성했고, 그해 수도권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실 95개를 운영했다. 대상자는 지역아동센터나 자활센터, 이주노동자 등 저소득 소외계층이었다. 문화예술인들은 교실에서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문화예술 순회 공연단인 ‘자바르떼 원정대’를 꾸려 교육의 기회조차 만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원칙 두 가지가 있었어요. 예술가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문화권은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누구나 향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다가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후 문화단체로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어요”

문화예술교육은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

▲ 인천 자바르떼의 다양한 사업 중 공연사업의 모습. <인천 자바르떼 자료사진>
“문화예술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죠. 단어 세 개로 이뤄졌는데,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하는지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엘리트 예술가들은 문화예술이 그들만의 것이라 사고하겠죠. 그러나 우리는 시민들과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문화예술이라는 걸 시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술이란 사람의 창조적ㆍ자발적ㆍ내면적 동력을 키우는 것이기에 교육이 핵심이고, 생명력 있는 예술 발전을 위해서 창의력을 죽이는 교육구조와 싸워야한다’고 했다. ‘기존 예술교육이 창작자를 배출하는 데 주력하고 일반인들에게는 교양만을 주거나 취미생활 수준만 갖추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줬다면,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을 창의성을 키우는 기본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모든 정치인이 세계 경쟁력을 얘기하는데, 그 힘은 창의성이에요. 현 정권에서도 창조경제를 얘기하잖아요. 창의력과 창조력을 키우려면 문화예술교육을 중요시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입증하고 있어요. 누구나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을 교육으로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문화예술교육으로 자존감이 높아지는 사람들

▲ 인천 자바르떼의 다양한 사업 중 마을사업의 모습. <인천 자바르떼 자료사진>
이찬영 대표는 문화예술교육 과정에서 수강생들의 정서적ㆍ이성적 발달이 이뤄지고, 수강생들이 예술행위를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동이 변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 생생한 사례로 부평구 삼산동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5년째 진행한 미술교육을 들었다.

“장애인들은 자기표현을 하는 데 서툴잖아요. 그런데 미술로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가지죠. 자기 표현력이 늘면서 자신을 새롭게 봅니다. 처음에는 교사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했는데, 지금은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의견을 많이 내기도 합니다. 말이 많아지면서 피곤해졌어요.(웃음) 특히 동네 사람들 말로는, 예전에는 동네에서 사고를 많이 치던 사람도 미술교육을 받고 사고치는 게 훨씬 줄었다고도 해요.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하는 색깔도 예전에는 어두운 색을 주로 사용했다면 지금은 밝은 색깔을 많이 사용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대중화하는 데 자바르떼의 역할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 역할이 안정적이고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문화예술을 공공영역으로 끌어올려야

▲ 인천 자바르떼의 다양한 사업 중 교육사업의 놀이 수업 모습. <인천 자바르떼 자료사진>
자바르떼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대부분 지역 문화재단이나 관공서의 공모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다양한 기획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교육 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교육하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게 유도해야 했는데, 그걸 아직 못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난해 말에 제정된 문화기본법의 실질적 담보’라고 말을 이었다.

“국민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할 기본권의 하나인 ‘문화권’을 최초로 명시한 이 법이 제대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을 (자본)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문화예술을 시장에 맡기면 기초예술은 사라지고 방송ㆍ연예 등 선정적인 부분만 살아남아요. 문화예술진흥법이나 문화기본법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정부에서 문화예술을 보호하고 지원해야합니다. 문화예술을 공공영역 차원에서 고민해야한다는 거죠”

이 대표는 예전에는 예술가들을 개인적으로 바라봐 권력자에게 귀속시키거나 고립시켰다고 했다.

“고대나 근대 예술가들은 왕이나 귀족들의 그림을 그리며 연명했는데, 이는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파괴했던 것이죠. 예술의 속성상 예술행위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끊임없는 질문으로 민주적 시민으로 성장하게 시킵니다. 정권에서는 그걸 통제하기 위해 예술을 왜곡했어요.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기 발언을 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예술이 필요하고, 예술은 공공성이 담보돼야합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연대

▲ 인천 자바르떼의 다양한 사업 중 이주민 난타 수업 장면. <인천 자바르떼 자료사진>
문화의 공공적 측면이 있지만, 이 대표는 공공기금에만 의존하려하지 않는다. 그는 일상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술행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비즈니스가 중요합니다. 예술가들 또한 생산자이면서 수용자이기도 하죠. 그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그게 협동조합일 수도 있고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중요합니다. 인천지역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많아요. 그 단체들의 행사도 많은데, 지역에서 지속적인 교감으로 행사할 때 드는 사회적비용을 윤리적이고 내용 있는 문화단체와 같이 하자는 거죠. 그것을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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