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여성근로자 건강지원사업’ 토론회 열려

▲ 왼쪽부터 인천근로자건강센터 황정호 산업보건팀장, 인천여성회 조선희 회장, 인천여성가족재단 홍미희 정책연구실장, 인천여성가족재단 박순주 부연구위원, 전국요양보호사협회 구순례 부회장.
‘돌봄 여성근로자’들의 건강을 지원하는 사업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지난 3일 오후 인천여성가족재단 회의실에서 열렸다.

인천여성가족재단ㆍ인천여성회ㆍ인천근로자건강센터가 공동주최한 이 토론회는 2013년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돼 인천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마련했다.

먼저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만들고 도입할 때 관여한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가 ‘좋은 돌봄,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실행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문제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돌봄의 본질에 대해 사회적으로 천착해야 제도상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한 석 교수는 “돌봄은 상호신뢰와 배려 등 관계가 중요하다. 돌봄 대상자의 욕구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대상자가 자기결정을 알아가게 도와주는 것이다. 생애주기상 누구나 돌봄을 받을 시기가 오기 때문에, 돌봄은 공적 영역으로써 정책적으로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따라서 돌봄 노동이 상품화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돌봄 노동은 도덕적 가치를 본질로 하고 있지만, 자본시장 구조로 흡수되면 도덕이 사라진다’는 한 경제학자의 실험 결과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이어, 석 교수는 ‘좋은 돌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돌봄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고용 불안정 ▲과도한 업무와 모호한 직무경계 ▲무리한 감정 노동과 요양보호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 ▲장기요양보험을 둘러싼 비합리적인 구조 ▲가족과 소통부재 등을 지적했다.

석 교수는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좋은 시민의식운동이 필요하다. 돌봄은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닌,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삶을 살피며 상호존중해주는 관계이다”라며 “이는 역지사지의 인식이 필요하다. 결국 나도 돌봄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서로 존중이 생기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정부가 돌봄 서비스 직접 제공자로 나서야

이어진 지정토론은 홍미희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인천 돌봄 서비스 여성근로자 건강안전망 구축 방안’을 발표한 박순주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여성들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시장으로 인입되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며 “종사자들의 겪는 육체ㆍ정신적 어려움 등이 밝혀졌으나, 그 대처 방안은 미약한 수준이다. 이번 연구 결과가 건강안전망 구축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가 요양보호사 6명과 시설 요양보호사 4명을 1년 동안 신체ㆍ정신적 건강 분야로 나눠 연구한 박 위원은 “두 가지는 결코 분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과도한 힘 사용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과 불편한 노동환경이 신체적 건강에 해를 끼친다. 또한 커피 한잔 마실 수 없는 상황과 (돌봄 대상자) 가족들의 빨래ㆍ청소까지도 해야 하는 제한 없는 노동범위가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데, 참고 일하다보니 소화 장애가 생긴다. 불편한 환경이 불편한 감정으로 이어져 관계갈등이 깊어진다. 가족들은 ‘국가가 공인한 파출부’라는 인식으로 무시하다보니, 감정노동이 심각하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박 위원은 “정부가 공공서비스의 직접 제공자로 나서야한다”고 한 뒤 “아울러 인천시 차원의 조례 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 공공성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돌봄 종사자 건강센터 이용기회 확대해야

이어 구순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부회장은 돌봄 여성근로자 건강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상반기 요양보호사 활력 충전 무료 건강강좌’와 ‘하반기 스트레스 완화와 긍정력 향상을 위한 마음치유교실’의 결과를 발표했다.

구 부회장은 “강좌와 교실 참가자들은 ‘인천시 예산으로 요양보호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존중받는다고 좋아했다”며 “프로그램 만족도가 높았지만, 시간과 장소, 참가인원 등에서 아쉬움이 남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향후 사업에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황정호 인천근로자건강센터 산업보건팀장은 ‘2014 요양보호사 자기 돌봄 프로그램’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황 팀장은 “지금의 돌봄 종사자들은 주로 여성이다. 간호사들이 간호원으로 불리던 시절에 열악한 조건을 바꾸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한 결과, 간호사로 바뀌고 남성 간호사가 많아졌다. 요양보호사도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면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느낀 건 내 몸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좋은 돌봄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의 발표 내용 중, ‘요양보호사 300여명을 검사했는데 뇌심혈관은 비교적 건강했고, 근골격계 질환자가 많았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기본적 스트레칭 교육에 열정적이었고, 교육의 지속성을 요구했다.

황 팀장은 “시설장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요양보호사협회와 근로자건강센터가 협약해 요양보호사들이 자율적으로 근로자건강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지정토론자인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은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에 이 사업을 제안한 당사자로서, 예산 수립만이 아닌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기쁘다”라고 한 뒤 “유정복 인천시장의 공약사항에도 ‘요양보호사 쉼터 건설’이 있다. 하지만 돌봄종사자 건강지원 사업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네트워크에서 이후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돌봄 노동의 사회화가 아닌 시장화가 된 지금 상황에서 좋은 돌봄을 만들기 위해 관련 조직들이 머리를 맞대야한다”며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듯 나름의 왕성한 활동을 해온 세 조직이 힘을 모으니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이후 다른 영역의 돌봄 종사자 프로그램에도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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