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사회복지시설 직영화 관련 주민 토론회 열려
참석자들 “민간 위탁 일방적 파기 철회해야” 한목소리

“(동구의 청소년수련시설 직영 또는 폐쇄 방침은) 누구보다 청소년을 생각하던 지도자 선생님들을 실업자의 길로, 청소년수련시설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많은 것을 배우면서 꿈을 키우던 청소년들을 불건전한 사회로 떠밀고 있다. 대체 청소년들은 이제 어디로 가서, 어떻게 꿈을 찾아야한단 말인가? 또, 이 계획은 이렇게 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누구를 위해 만들어져 강하게 추진되는 것인가? 우리는 이에 대한 동구의 대답을 듣고 싶다”

동구청소년수련관 대공연장 로비에 전시된 항의문들 중 시설 내 동아리들이 쓴 글의 일부다. 동구의 대답을 듣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에도 불구, 지난 27일 동구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동구 사회복지시설 위탁 파기와 직영화 추진에 관한 주민토론회’에 동구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토론회를 주최한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 계약 파기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해줄 것을 동구에 요청했다.

동구지역 사회복지시설 관계자와 주민 등 400여명이 모인 이날 토론회에선 민간에 위탁 운영하던 사회복지시설을 직영 또는 폐쇄하려는 동구의 방침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 지난 27일 동구청소년수련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동구 사회복지시설 위탁 파기와 직영화 추진에 관한 주민토론회'에서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추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또 다른 발제자로 초청된 동구 관계자의 자리는 비어있다.

발제자로 나선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추진위원장은 “구청장 취임 직후 수탁기관 등과 상의 없이 직영화 방침을 세운 것은 ‘제왕적 독선’이다. 선거 공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직영을 추진한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 없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동구가 구체적인 직영 방침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구청장의 말에 거꾸로 직영 사유를 꿰맞추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맹수현 사단법인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이사는 “공공성을 지향해야하는 국가기구가 합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하고, 책임 없이 거짓말로 오히려 공공성을 해치고 있다”며 일방적 조치를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상화 시흥시 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은 “사회복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최소 예산 대비 최대 효과가 아니라, ‘적정한 투입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 받은 사람이 행복해졌느냐’이다”라며 “수탁 민간단체가 잘 수행할 수 있는데, 이 시설을 직영 또는 폐지한다는 것은 책무성을 폐기한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했다.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은 “동구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는 노인과 청소년 문제인데, 동구청장은 재정난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복지예산을 제일 먼저 깎았다”며 “이에 반해 갑자기 관용차를 6500만원 상당의 고급 차로 교체하려고 한다. 이밖에도 취임식에서 인천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돈을 들였고, 최근엔 구청장실 리모델링 등에 2000여만원을 썼다. 예산 효율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신 사무처장은 이어 동구의 사례를 “슈퍼 갑인 공권력과 을인 민간복지계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나타난 신종 갑을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토론회에는 불참한 송광식 동구의회 부의장은 의견서를 통해 “전문 연구기관 등이 관내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분석한 결과를 통해 추진하는 것도 아닌 이상, 동구의 직영 방침은 그 명분이 부족하며, 그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도 미미하다”며 “동구의 소통 미흡이 매우 실망스럽다. 관련 문제를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했다.

종합토론에선 관객석에 있던 시설 이용자 등 주민들이 다양한 목소리로 동구의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주민 이월선씨는 “노인복지시설은 노인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생활의 활력소이다. 동구청장은 토론회 등 없이, 어르신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직영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해, 이분들이 상당히 불안하고 괴로운 상황이다. 정책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답답해서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는 화도진중학교 학생 ㄱ양(13)은 “예전에 중구 인현동 호프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방과후에) 갈 데가 없어 그곳에 모인 많은 청소년이 죽었고, 그 후 청소년수련시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고 배웠다”고 한 뒤 “만약 동구 청소년수련시설 두 개가 모두 사라지면 동구 청소년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청소년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동구 관계자들은 객석에만 잠시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동구 관계자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일이 바빠 토론회를 위한 원고를 작성할 시간이 없다”며 불참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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