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얼마 전 계양구 효성동에 갔다.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사이에 공터가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관광호텔 부지라 했다. 교통이 편리한 곳도 아니고, 상권이 발달한 곳도 아닌데 이곳에 왜 관광호텔을 짓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호텔이 지어지면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위해 날마다 관광호텔 앞에서 신호를 기다려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교육은 환경이 중요하건만, 교육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교육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교육부는 행정예고가 끝나고 이틀 만에 ‘관광호텔업에 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규정’(훈령) 시행했다. 서울과 인천의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700여명이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는데도 말이다.

이 훈령 시행으로 교육감은 학교 주변에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사업자를 찾아 ‘학교정화위원회에서 사업계획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무적으로 알려야한다.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자의 로비까지 사실상 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1일 이 훈령이 ‘교육감의 재량권을 침해하고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사업자에게 위원회 출석과 사업계획 설명 등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 역시 위원회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라는 입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교육부는 여전히 상위법 위배도 교육감 권한 침해도 아니고, 오히려 위원회의 보다 심도 있는 검토를 위해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교육부인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010년에 국회의원으로서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 입주를 절대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번 교육부 장관 임명 청문회에서도 학교정화구역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이 되자마자 교육환경을 훼손하는 행위에 사인했다. 투자 활성화와 고용창출이 중요하다 해도, 아이들 학습 환경마저 훼손하면서까지 그래야겠는가.

계양구 학부모들은 교육환경 보장을 위해 서명운동을 했고, 교육부 훈령(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도 제출했다. 그리고 효성동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기에,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연결해 훈령 철회를 요구하는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 시작은 학교 앞 관광호텔 건립 반대 싸움을 처음 시작한 ‘서울 송현동 호텔 건립 반대 시민모임’과 함께 교육부 훈령의 위법성을 알리고, 전국 교육감들의 훈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될 것이다. 아울러 훈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계양구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으로만 생각했을 텐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니 결국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맞물려 있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계양구 학부모들이 소신을 지켜갈 수 있게 시민들이 함께하는 게 필요하다.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인 사회, 아이들 교육보다 투자 활성화가 우선인 사회를 바꿔가기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아울러 교육청이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들의 등교를 맞이하고 함께 점심을 먹는 교육감의 행보가 학습 환경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학부모들에게도 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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