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교수, 노동자교육기관 주최 ‘노동자평화통일 아카데미’서 강연
“외교적 위상 높이려면 남북관계 개선해야…그 시작은 5.24조치 해제”

▲ 김연철 교수는 “북한을 설득하는 능력만큼, 동북아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과정으로서 통일을 중시하는 관점이다. 여기선, 남북의 경제력 차이를 줄여 통일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북한과의 교류ㆍ협력을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수준 높게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기조가 이랬다. 다음으로 결과로서 통일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북한붕괴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김영삼ㆍ이명박 전 대통령이 고수한 관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도 결과론적 통일에 해당한다. 여기선, 우리가 바라는 통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하느냐를 논의하지 않고 먼 미래의 추상적 가치만을 얘기하는데, 이는 문제가 있다. 과정 없는 결과는 쪽박이다”

지난 21일 노동자교육기관의 주최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천지역본부 지하 강당에서 열린 ‘노동자 평화통일 아카데미’에 초청된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가 한 말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던 김 교수는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이날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90년대 이후부터 우리는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라는 표현을 써왔지만, 지금은 그 ‘급변’의 정도가 다르다. 크게 보아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며 상호경쟁구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동북아에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선택이 곤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한반도에 고도 40㎞ 이상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 미사일방어망(MD)의 핵심 무기체계인 사드(THAAD)를 배치하길 원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 일본 주도의 아시아 금융질서를 재편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려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참여하길 요청했으나, 여기선 미국이 반발하고 있다. 이렇게 동북아 질서가 변하며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시기에, 우리가 100년 전의 비극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선, 능동적인 전략을 갖고 있어야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질서에서 강대국 정치에 휩쓸리지 말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한다. 우리나라가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으려면 동북아가 협력해야하는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미ㆍ중 또는 중ㆍ일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관계가 양호하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할 기회도 생긴다. 즉 북한을 설득하는 능력만큼, 동북아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결정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나아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선 5.24 조치를 해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5.24 조치는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남북교역과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산 농수산물 등이 중국을 거쳐 들어오고, 의류 위탁가공도 중국 기업이 북한과 사업하는 것처럼 꾸며 이뤄진다. 이는 북한에 어떤 고통도 주지 못하고, 외려 중개료를 챙기는 중국 상인들의 배만 불리는 셈이다. 그러는 동안 북ㆍ중과 북ㆍ중ㆍ러의 협력이 활성화됐고, 북ㆍ일 경제교류까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 통일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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