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각국거리 조성사업 관련, 문화ㆍ시민단체들 해법 모색

 

▲ ‘인천 각국거리 조성사업 대응 시민모임’은 25일 ‘인천 중구의 공간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란 제목의 토론회를 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각국거리 조성 사업의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인천아시안게임의 개ㆍ폐막식 공연은 과거 국가주의 열풍과 다른 인천의 도시성을 살린 공연이 될 것이다. 도시는 기승전결로 묘사되면, 악의적으로 편집된다. 인천엔 개항 후 먹기 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산업화 시대에도 가족의 생계를 도모하기 위해 찾았다.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당연히 저항이 일어난다. 삶의 기억들이 생략되거나 편집된 채 거리나 도시가 형성되는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다”

지난 25일 열린 ‘인천 중구의 공간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윤수 문화평론가는 ‘도시, 낭만적 거짓과 실체적 진실’이란 주제로 이렇게 말했다. ‘인천 각국거리 조성사업 대응 시민모임’과 홍예門(문)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 토론회는 류권홍 원광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정윤수 문화평론가는 도시 개발엔 최소한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며, 지역 주민의 반대가 심하거나, 해당 지역의 역사성이 왜곡되거나, 그 지역의 사회ㆍ문화적 조건과 어긋나는 것을 억지로 유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시 중구가 추진하는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에 대해 “인천의 지속 가능한 삶과 무관한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주민의 오래된 삶의 공간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해체ㆍ재구성하는 것은 위험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중구의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은 신포동 우현로 39번길(신한은행~김내과의원) 250m(폭7m) 구간에 예산 11억 5900만원을 투입해 도로를 포장하고 상징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중구는 지난 6월 착공했지만, 인천지역 문화ㆍ시민단체들이 ‘몰 역사성에 근거한 사업’이라고 강하게 반발해, 현재는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 중구는 예산 11억 5900만원을 투입해 신포동 우현로 39번길을 개항 각국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는 이밖에도 조계지 관광명소화 사업, 초한지 벽화거리 조성 사업, 인천 개항장 근대역사체험관 조성 사업, 월미도 해수족탕 조성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들은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미약하고 형태적 고증도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정 평론가는 “도시는 단일한 기준, 적어도 관청이나 회사의 관점에서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며 “도시의 역사는 기승전결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국 지자체들이 이른바 ‘문화관광 콘텐츠 사업’을 과도하게 치장하고 부풀려 작은 역사적 기억이나 흔적으로 오늘의 삶을 재규정하고, 이를 관광 산업으로 직결시키면서 벌이는 많은 이벤트와 축제가 있다”며 “각종 구경거리, 먹을거리, 놀거리를 억지로 만들어 제공하고 서둘러 계산하는 사이에 주민들 스스로 형성해온 자연스러운 삶들은 급속하게 관광산업의 한 재료로 전락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김용하 인천발전연구원 초빙연구원의 ‘인천 중구의 추진사업 및 개발 방향’, 권상구 대구시 중구 도시마들기 지원센터 사무국장의 ‘도시 공간 맥락의 존엄성-대구 중구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민운기 스페이스빔(인천 동구 소재) 대표가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본 우리의 자화상과 과제’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민운기 대표는 “관광 패러다임에 매몰돼있는 지역개발은 지역이 가진 고유한 역사성과 장소성을 쉽게 왜곡할 수 있는 데다 유흥지만 조성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제대로 된 문화ㆍ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도시철학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중구가 추진하는 동화마을이나 각국거리 조성 사업 등은 제대로 된 도시철학과 정책 비전이 없고, 역사의식 부재 또한 심각하다며 관광 패러다임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인천지역 문화ㆍ시민단체 회원들과 중구 신포동 주민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사업 주체인 중구는 참여하지 않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신포동 일부 주민은 “시민단체 때문에 공사가 중단됐다. 도로 포장 사업 등이 시급하다”며 각국거리 조성 사업에 반대 의사를 밝혀온 민 대표를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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