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유해 화학물질 정보 공개하고, 비상대응체계 마련해야”

▲ 지난 22일 남동구 고잔동에 위치한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에서 염소산나트륨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제공ㆍ인천공단소방서>

인천에서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8시 17분께 남동구 고잔동에 있는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에서 염소산나트륨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염소산나트륨 1톤가량이 보관된 저장탱크의 수동제어장치를 잠그지 않아 20리터가량이 누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사고로 누출된 물질을 코로 들이마신 업체 노동자 22명이 호흡 곤란과 구토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호송돼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염소산나트륨은 호흡 곤란 증세 등을 일으키지만 인체에 크게 해롭진 않은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화재 시 불이 번질 수 있어 위험물질로 분류된다.

지난 19일 오후 2시 20분께 서구 왕길동의 화학물질 취급 업체에선 아세트산비닐 500리터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해당업체가 지하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던 아세트산비닐이 자체적으로 반응을 일으켜 끌어 넘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부소방서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2시간 동안 방재작업을 진행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경찰 공무원들은 업체 주변을 차단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 사고로 인근 주민 중 5명이 두통을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으며, 업체 인근 밭의 농작물이 말라 죽고 하천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와 관련해 왕길동 등 검단지역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1일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달엔 서구 원창동에 소재한 SK인천석유화학에서 벤젠이 함유된 나프타 269리터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서구는 보도자료를 내고 “인근 주거지역이나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로부터 유해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위급 상황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의 시민단체와 함께 비상대응 체계를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SK인천석유화학 주변지역 안전 및 환경대책 토론회’에서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기업의 화학물질로 인한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근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기업이 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정부에 보고하면, 정부는 그것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공무원과 시민단체들이 유해물질 건강 영향을 평가해 사고를 예방하고 비상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