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8곳 퇴직공무원 절반 이상 재취업 성공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퇴직한 고위 공무원의 92%가 영리 사기업체에 재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윤리법이, 까다로운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전행정부가 21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남동구 갑)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퇴직 후 2년 안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취업을 신고한 고위공직자는 신고대상자 1046명 중 961명(92%)이다. 조사 기간은 2011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이며, 조사 대상 기관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147곳이다.

▲ 부처별 취업 승인 현황(상위 8개 기관ㆍ박남춘 의원실 제공)
이를 부처별로 보면, 국방부가 192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찰청 112명, 대검찰청 58명, 국세청 52명, 대통령실 49명, 감사원 33명 등, 이른바 권력기관이 상위에 올랐다. 기관 8곳의 퇴직공무원 절반 이상(52%)이 재취업했다.

퇴직공무원이 가장 많이 재취업한 기업체는 삼성전자로 총25명이다. 이들의 출신기관은 경찰청(10명), 검찰청(5명), 외교부ㆍ국방부(각각 4명) 등이다. 또한 삼성 계열사 17곳에 88명이 재취업했다. ‘삼성공화국’을 연상하게 한다.

한국우주산업(주)[=대우중공업ㆍ삼성항공(현 삼성테크원)ㆍ현대우주항공 등 항공 3사의 항공기 부문 통합]에 퇴직공무원 13명이 재취업했는데, 이중 11명이 국방부 출신이다.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에 재취업한 10명 중 8명도 국방부 출신이다.

경찰청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 후 가장 많이 재취업한 곳은 손해보험사로 나타났다. 현대해상보험 11명, LIG손해보험 9명, 동부화재해상보험ㆍ롯데손해보험 각 6명 등, 손해보험사에만 경찰청 출신 47명이 재취업했다. 특히 현대해상ㆍLIG손해ㆍ동부화재해상보험의 경우 26명 전원이 경찰청 출신이다.

▲ ▲ 경찰청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한 후 가장 많이 재취업 한 곳은 손해보험사다. 이 관행은 꽤 오래됐다.<자료 제공ㆍ박남춘 의원실>
박남춘 의원은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심사가 강화됐다고 하지만, 영리 사기업체로의 재취업 관행은 여전했다”며 “이 같은 형식적인 업무처리로는 공직자의 기강 확립과 더불어 민ㆍ관 유착 방지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행태는 공직 기강과 윤리를 약화하고 사회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만큼, 공직자윤리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의 엄격한 적용과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의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개정안 3년), 퇴직 전 3년 이내에 자신이 소속돼있던 부서 업무와 연관이 있는 영리 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 기간에 기업체에 취직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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