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흥륜사ㆍ연수성당 ‘대학수능 100일 기도’ 풍경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검정시험(11월 13일ㆍ이하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수험생만큼이나 그 부모들도 불안과 걱정이 앞서긴 마찬가지. 지난 6일과 7일 각각 찾은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흥륜사와 연수성당 안엔 명호(=부처나 보살의 이름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나 경(經)을 외우는 엄마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이들은 정말 집착을 버리라했던 부처님과 사랑을 강조한 하느님에게, 자기 자식이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살아남아 명문대에 진학하게 해달라고 비는 것일까. ‘수능 100일 기도’는 그저 기복신앙의 한 형태일 뿐일까.

기도하는 엄마들은 하나같이 “아이는 고생하는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기도할수록 좋은 대학에 들어가길 원하는 욕심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엄마들도 있었다.

▲ 올해 수능 99일이 남은 지난 6일 연수구 동춘동 흥륜사에서 100일 기도를 하고 있는 고3 수험생 부모들.
“해줄 수 있는 게 기도와 밥밖에 없다”

‘수능 100일 기도’ 입재(=재(齋)를 시작한다는 뜻의 불교 용어) 시간인 오전 10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흥륜사 대웅전에는 그 모습만큼이나 다양하게 기도하는 엄마들이 있었다. 입재 전부터 손에 염주를 쥐고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절을 하는 엄마, 검지 발가락에 깁스를 한 상태로 힘겹게 불상 앞에 엎드리는 엄마, 복사해온 축원문을 읽는 엄마까지. 법당 한쪽 벽면에 걸린 수험생의 이름을 새긴 노란 종이들이, 이 엄마들이 같은 주제로 기도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기도가 끝나자 경을 외우고 목탁을 치던 스님은 엄마들에게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대입 기도 방법’이 적힌 인쇄물을 나눠줬다. 이때, 입재 전부터 열심히 절을 하던 김아무개(47ㆍ송도동)씨는 스님에게 “기도할 때 부처님을 떠올려야 하는지, 자녀가 목표하는 대학교를 생각해야하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스님은 “중요한 건 기도를 드리는 정성이 사무쳐야한다는 것”이라며 “대학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자녀에게 용기를 주라”고 답했다.

김씨는 “둘째 아이가 고3인데, 첫째도 지금 미국에서 대학 편입을 앞두고 있어 걱정이 많다”며 “수능 볼 때까지 매일 아침이나 저녁에 (절에) 들를 생각이다. 시험을 앞둔 자식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기도랑 밥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엄마들이 돌아간 뒤에도 세 자녀의 반명함판 사진이 붙어있는 축원문을 읽고 있던 신아무개(50ㆍ송도동)씨는 “교대를 가고 싶어 삼수를 했지만 결국은 다른 학교에 들어간 둘째가 교사의 꿈을 포기 않고 이번에 다시 수능을 본다”고 기도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말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고, 사소한 아픔도 없이 건강하게 시험에 임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자녀가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길 기도하느냐고 묻자, “그런 욕심 때문에 기도하러 오는 것이지만, 기도할 때마다 욕심이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고 답했다.

▲ 지난 7일 연수성당에서 수능 100일 기도를 하고 있는 고3 수험생 부모들.
“고생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알려주고 싶어”

‘수능 100일 기도’에 들어간 지 3일째 된 날, 오후 8시에 방문한 연수성당에는 엄마 약 30명이 빼곡하게 앉아 ‘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김종국, 생활성서) 3일편을 펴놓고 있었다. 이때부터 한 시간가량 엄마들은 성가를 부르고 기도문을 낭독했다.

선창을 맡았던 김종숙(48ㆍ동춘동)씨와 유미수(49ㆍ동춘동)씨는 ‘100일 기도’에 참여한 동기를 묻자, 이구동성으로 “아이를 도울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기도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아이가 최선을 다한 만큼, 시험 볼 때 아프거나 떨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씨는 “좋은 대학 가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나도 불안한데, 기도하면 위로 받았단 느낌이 들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라며 “또, 기도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며 ‘엄마도 네 고생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기도해주니 아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들은 “한창 좋을 땐데, 잠도 못자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며 “다 (공부)해야 하면서도, (대학 입학) 문도 좁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성당에서 중ㆍ고등부를 담당하고 있는 김 에반젤린 수녀는 “수능 100일 기도라고 하지만, 내용은 모든 이들의 평화와 행복을 바라는 등, 보편적이다. 그래서인지 냉담(=신앙생활을 소홀히 한다는 뜻)했던 분들이 자녀 때문에 왔다가 기도의 맛을 다시 알고, 신앙을 쇄신하는 자리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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