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허수’ 버리고 ‘실수’로 재정 건전성 확보”
재정위기단체 지정은 곧 재정운영권 박탈 의미

추경 때 5000억원 삭감하면 채무비율 40% 넘어

유정복 인천시장의 민선6기 인천시가 추가경정예산 때 예산을 대폭 감축하기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시는 예산 5000억원 정도를 감축하기로 하고 각종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등, 내부 심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한 배경에는 송영길 전 시장의 민선5기 때 편성한 예산에 허수가 많다고 분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는 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입예산의 허수를 버리고 실수를 토대로 다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 계획대로 예산 5000억원을 삭감하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예산이 줄면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안전행정부의 재정위기단체 지정 기준인 4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채무비율은 지방채에 채무부담행위액과 보증채무이행책임액을 더한 지자체의 채무를 최종 세입예산으로 나눈 값이다. 가결산 기준, 시의 2013년 최종 세입예산은 약 8조 8364억원이고 채무는 약 3조 1588억원이다. 이 채무를 최종 세입예산과 기금을 더한 금액으로 나눈 채무비율은 약 35.7%다.

민선5기가 지난해 편성한 올해 당초 세입예산은 7조 8372억원이다. 시 계획대로 올해 지방채를 8411억원(타환채 4015억원) 발행하고, 차입금 원금 2505억원과 이자 1107억원을 갚으면 연말 예상되는 채무는 약 3조 1991억원이다. 이 채무를 올해 당초 세입예산과 기금을 더한 금액으로 나눈 채무비율은 약 39.5% 수준이다.

이 상태에서 시가 예산 5000억원 규모를 감축(=세입예산과 세출예산을 나란히 감축)하면, 채무는 큰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예산 규모가 크게 줄어 채무비율은 40%를 넘어선다. 안행부가 지정하는 재정위기단체를 자임하는 것이다.

안행부는 기준 7가지로 재정위기단체를 지정하는데, 그중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항목은 채무비율 40%다.

재정위기단체 지정은, 기업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지방채 발행이 제한되고 각종 사업 집행을 안행부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한다. 사실상 지자체의 재정운영권이 박탈되는 것이다.

채무비율 40% 넘더라도 재정위기단체 면할 복안 있나?

 
유정복 인천시장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고, 또 장관 재임시절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해 지자체의 부채 관리 범위를 보증에 의한 우발 부채까지 확대했다. 유 시장은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를 위한 관리체계를 정비했으며, 그는 지방재정 분야에 있어서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다.

이런 유 시장이 인천시가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유 시장이 대규모 예산 감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가 예산 감축을 실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 예산을 편성하는 데 더 이상 허수를 토대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민선5기는 올해 세입예산을 편성하면서 매각 가능성이 낮은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의 매각대금 3100억원을 반영했다. 이밖에도 ‘DCRE’ 기업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소송에서 1690억원을 받을 것이라며 세입에 반영했다. 둘을 합치면 4790억원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존 부적합 재산 매각대금 41억원, 북항 배후부지 매각대금 1139억원, 소래ㆍ논현구역 매각대금 197억원, 기타 매각대금 100억원 등, 총1477억원을 세입예산에 반영했다. 문제는 이것들이 올해 들어올지 미지수라는 데 있다.

즉, 민선5기가 편성한 2014년 당초 세입예산 7조 8372억원 중 약 6260억원이 불투명한 예산이고, 유정복 시장은 이를 과감히 예산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민선5기 또한 세입예산 6260억원이 불투명하다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16개) 건설과 도시철도 2호선 조기 개통으로 지방채가 늘어 시 채무가 이미 3조 1000억원 규모인 상황에서, 세입예산 규모가 작을 경우 채무비율이 40%로 상승하기 때문에 예정 자산 매각대금을 최대한 세입예산에 반영한 것이다. 민선5기가 설정했던 올해 말 기준 채무비율 목표는 39.5%였다.

그렇다면 유 시장은 채무비율이 40%를 넘더라도 재정위기단체를 면할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에 <인천투데이>은 안행부와 사전 조율하는 등의 대안을 준비한 것인지 시 예산담당관실에 물었는데, “감축하더라도 채무비율은 4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시, “실무심사 통해 모든 사업 원점에서 재검토”

시 예산담당관실은 예산 5000억원 삭감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단계적으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8월 1차 추경 때 약 3000억원을 감축하고, 12월에 있을 정리 추경 때 2000억원을 삭감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를 위해 부서별 실무진과 예산 감축을 위한 1차 실무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 감축 시 세입예산을 줄이는 것은 쉽다. 불투명한 세입예산을 빼면 그만이다. 문제는 세출예산이다. 지출의 경우 어떤 사업을 축소하고 폐기할 것인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각종 토목건축 사업은 물론 무상급식을 비롯해 노인ㆍ아동ㆍ장애인ㆍ여성ㆍ청소년 분야 사회복지, 각종 출연기관 지원금, 자치구 재원조정교부금, 교육경비지원금, 버스준공영제에 따른 보조금, 인천지하철 지원금, 연안여객 요금 지원금, 중소기업 지원금 등 전 영역에 걸쳐 5000억원을 삭감해야한다.

시 예산담당관실은 “불요불급 사업을 정리하고, 1차 실무심사를 통해 사업의 경중과 우선순위를 정해 감축할 계획이다. 우선 경상경비와 축제성 예산에서 각각 20%를 감축해 600억원을 줄일 계획이다. 지방비 매칭 국비사업의 경우 성과가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계속비 사업의 경우 완료시점을 연기하고, 출연기관 관련 예산도 다시 검토하는 등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복지사업의 경우 손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동시에 특별교부세(=국비)를 확보하고, 예비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채무비율이 40%가 안 되게 재정을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과연, 시가 5000억원을 삭감하면서 채무비율 40%를 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유정복 시장이 취임 초기에 허수 예산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취지는 옳다고 본다. 다만 채무비율이 문제다. 이에 대한 복안이 있어야한다. 경상경비와 축제성 사업비 감축 등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줄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도시철도2호선 사업을 연기하는 등, 대규모 사업을 축소하거나 연기해야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이마저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다고 당장 코앞에 닥쳐 있는 아시안게임 사업비를 줄일 수는 없다. 또한 예산감축으로 공공요금 인상도 우려된다. 세입 감축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올해를 5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세출을 5000억원 줄이기는 쉽지 않다. 예산은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예산감축 방안을 시민에게 공개해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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