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실련 시에 정보공개 청구, “의회, 토지리턴 조사특위 구성해야”

인천경제청이 인천투자펀드를 내세워 SPC(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재미동포타운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그동안 수면아래에 있던 변종 토지담보대출 ‘토지리턴제’의 문제가 부각하는 형국이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인천경실련)은 토지리턴제가 제2의 인천시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토지리턴제의 폐단을 해소하고자 정보공개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인천경실련은 28일 인천시에 ‘인천광역시 공유재산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앞서 인천경제청은 2012년 8월 인천지하철1호선 캠퍼스타운역 바로 옆 송도7공구에 재미동포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케이에이브이원(KAV1)(주)과 송도7공구 국제화복합단지 M2 부지(5만 3724.3㎡, 주상복합용지)를 1780억원(3.3㎡당 약 1093만 3660원)에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토지리턴제는 일종의 ‘풋옵션’ 계약으로, 매수자인 코암인터내셔널(KAV1 설립회사) 측이 해약을 요청하면 인천경제청은 조건 없이 계약금은 원금으로, 중도금은 사전에 정한 이자까지 더해서 되돌려줘야 한다.

즉, 코암인터내셔널이 KAV2까지 설립해 사업 추진에 나섰지만 부진에 처하자, 이 사업이 무산 될 경우 인천경제청은 이자까지 포함해 약 1800억원 이상을 다시 코암인터내셔널 측에 돌려 줘야 한다.

그래서 인천경제청은 지난 7월 10일 코암인터내셔널과 세 번째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고, 세 번째 특수목적법인 KAV3에 인천경제청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인천투자펀드가 참여하는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개발사업에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토지리턴제로 자금을 조달하는 지자체가 늘었다.

이에 정부가 토지리턴제를 ‘채무보증행위’로 보고 지자체 채무관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토지리턴제에 의한 자금조달 규모가 커져, 지자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위험 요소로 등장했다. 재미동포타운 사업이 부진하면서 ‘토지리턴제’가 수면위로 부각한 것이다.

▲ 인천시 토지리턴제 현황.
인천시가 토지리턴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사업은 재미동포타운만이 아니다. 시는 2012년에 교보증권컨소시엄과 송도6ㆍ8공구 내 A1ㆍA3ㆍR1 등 필지 3개(34만 7035㎡)를 8520억원에 토지리턴방식으로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부지는 당시 시가 재정 유동성 위기를 넘기려고 매각한 대표적인 땅이다. 풋옵션 권리(=매수자가 되팔 권리) 발효 시점은 2015년 6월이다. 교보증권컨소시엄은 개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를 시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고, 이 경우 시는 이자까지 포함해 약 9221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이뿐이 아니다. 시 전체 부채 중 가장 많은 부채를 가지고 있는 인천도시공사도 같은 해 청라지구 A12블록과 영종지구 A27블록을 각각 2223억원과 1756억원에 토지리턴 방식으로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의 풋옵션 권리는 당장 올해 7월과 8월에 발효된다. 매수자가 요구할 경우 인천도시공사는 각각 2415억원과 1884억원을 되돌려줘야 한다. 다만 A12블록은 매각이 완료돼, 인천도시공사의 부담이 줄었다. A27블록은 8월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토지리턴제 방식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본 인천경실련은 ‘시의 공유재산 현황’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구한 정보공개 대상은 ▲공유재산 매각과 공유재산 현물 출자ㆍ출연 현황 ▲공유재산 매각 또는 현물 출자로 이뤄진 개발사업 내용과 추진현황 ▲시와 인천도시공사가 민간기업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시유지 매각 가격과 조건, 시유지 현물 출자에서 출자금액 인정 규모와 출자 조건 ▲인천도시공사가 민간기업과의 체결한 MOUㆍMOAㆍHOAㆍ Final Agreement 등 일체의 협약서(계약서) ▲지방재정법에 따른 채무부담행위ㆍ보증채무 부담행위ㆍ예산외 의무(채무)부담 현황 등이다.

인천경실련은 “토지리턴제 방식의 매매계약이 만료되면 송도6ㆍ8공구와 영종지구에서 시가 돌려줘야 하는 금액만 1조 1000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이게 전부인 것인가이다. 게다가 시는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내년부터 10년 이상 매해 약 5000억원 이상을 갚아야한다. 시의 제2의 재정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와 시의회는 지난 10년간 ‘우발채무’란 지뢰를 꼭꼭 숨기고 ‘폭탄 돌리기’를 반복해 오진 않았는지를 조사해서 시민 앞에 공개해야한다. 특히 시의회는 토지리턴제의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즉시 특별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해야한다”며 “또한 이번에 SPC를 명분으로 정보공개를 꺼리는 것도 개선해야한다. 그동안 SPC는 주식회사란 이유로 접근성이 차단됐지만 공공기관의 지분 참여로 세금이 투입된 만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민간자본이 하면 특혜, 인천경제청이 하면 아니다?

KAV1은, 코암인터내셔널이 재미동포타운 조성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KTB증권과 자본금 5억원 규모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코암인터내셔널은 KAV1을 설립하고도 사업에 진척이 없자, 지난해 6월 2일 다시 LIG증권의 리파이낸싱으로 KAV2를 설립했다.

코암인터내셔널이 KAV2까지 설립해 사업 추진에 나섰지만 부진에 처하자, 인천경제청은 올해 7월 10일에 코암인터내셔널과 세 번째 특수목적법인 KAV3를 설립하기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인천경제청의 월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8조의 3에 따르면 개발사업 시행사 지정 권한은 시ㆍ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간자본이 실패할 만큼 사업성이 낮은 사업을 공공기관이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따랐다.

이에 대해 당시 인천경제청은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시행하는 거라면 월권에 해당할 수 있지만, 주택법과 건축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며 “국내법상 오피스텔과 호텔은 특별 분양이 안 돼, 이를 아파트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또한 오피스텔을 줄이고 아파트를 늘리는 것과 관련해 “민간 주도 사업 때 계획을 변경하면 특혜 시비 소지가 있었다. 그러나 공공이 맡으면서 이 같은 소지는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천경실련은 “경제자유구역법은 특별법으로 일반법의 상위법이다. 인천경제청 해석대로 가능한 사항인지 짚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이 하면 특혜이고, 경제청이 하면 특혜가 아닌가? 게다가 경제청이 100% 지분을 가진 것도 아니지 않나? 경제청이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한편, 재미동포타운이 들어서는 M2부지는 당초 연세대 송도국제화복합단지로 인천지하철1호선 캠퍼스타운역과 바로 인접해있어, 송도7공구의 노른자위 땅이다.

인천경제청은 코암인터내셔널을 시행사로 선정해 이곳에 공동주택 830가구와 오피스텔(1972실), 호텔(312실)을 지어 재미동포를 상대로 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코암인터내셔널은 2004년 설립된 미 캘리포니아의 코암타운개발(주)을 모체로 2005년 설립된 외국인 투자 법인이다. 코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김아무개씨는 KAV개발(주)의 대표이사로 연세대학교 총동문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암인터내셔널은 2006년 인천도시공사가 운북복합레저단지 사업을 추진할 당시, 홍콩기업 리포리미티드가 주축이 돼 리포컨소시엄을 구성해 리포인천개발(주)을 설립할 때 같이 참여했고, 현재 상호가 변경된 미단시티개발(주)의 주주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