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대응과 안전 대비 문제로 호되게 혼난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늑장대처는 물론 졸속행정으로 국민의 불편만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16일부터 시행된 수도권 직행 좌석형 시내버스의 입석 운행 금지는 대표적 졸속행정이라 할 수 있다. ‘잔여 좌석 없음’ 표지판을 내건 버스들이 연달아 정류장을 지나치면서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이 불평과 항의를 쏟아냈다. 버스 운전기사에게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국토교통부와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출퇴근 시간대에 대체차량을 투입하고, 담당 공무원들이 버스에 탑승해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이런 대책을 체감할 수 없었다.

이번 조치가 졸속행정이 될 것임은 예견됐다. 정부와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이 직행좌석버스의 안전운행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연 날은 4월 23일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으로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정부는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다니는 시내버스의 입석 운행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어 6월 10일, ‘7월 중순부터 직행좌석버스의 입석 운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첫 대책회의를 한 지 75일 만에 입석 금지를 시행한 것이다.

행정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면밀한 사후대책 없이 시행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 통제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느슨해지는 것을 국민은 숱하게 경험했다. 정말 안전을 강화하려면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 구축 등 대책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정부의 늑장대처도 있다. 1977년에 건조돼 선령이 37년이나 된 백령도 어업지도선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있다. 선박 내 밸브와 철판 등의 부식이 심하다. 백령도 어업지도선의 주된 임무는 우리 어업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가는 것을 감시하는 것이지만, 해경과 함께 중국어선의 불법조업도 단속한다.

인천시는 3년 전부터 어업지도선 현대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내려준 보통교부세 안에서 어업지도선 구입비를 마련하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입장이란다. 정부나 지자체나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재고해야한다.

오는 24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째다. 피해 가족들을 비롯한 다수 국민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면 특별법 제정을 반대할 어떠한 이유도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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