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성윤 한의사(푸른솔한의원 원장)
한약에 대한 오해가 여전하다. 우리 한의사들이 그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해도 언제부터 생긴 지 모르는 뿌리 깊은 편견과 양의학에 의해 자행되는 공격적 폄훼를 당해내기가 힘겨운 실정이다.

한약은 수천 년에 걸친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있는, 결코 무시돼서는 안 될 민족의 지적유산이다.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21세기 바로 지금도 여전히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는 훌륭한 무기다. 이 자리를 빌려 한약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한약은 중금속, 농약 덩어리다?

한약 재배도 일반 채소와 마찬가지로 농약과 살충제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탕약의 재료로 쓰이는 약재의 경우 일반 식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약재만을 사용하게 강제된다.

같은 도라지라도 시장에서 팔리는 도라지와 약재로 쓰이는 도라지(길경이라 한다)는 그 가치가 다르다. 식약청의 엄격한 검사를 통과한 약재만을 사용하는 한약재에 중금속 오염은 있을 수 없다. 국산 약재가 없는 경우 수입산을 쓰는 것이 불가피한데 수입되는 약재의 경우는 오히려 국산 약재보다 더 엄격한 검사를 통과해야 통관이 허용된다. 한약재는 매일 밥상에 오르는 야채나 과일에 비해 훨씬 더 자연친화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예전에 못 먹고 굶주렸던 시절에는 몸을 찌우는 것이 보약의 주된 효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못 먹기보다는 오히려 많이 먹고 활동은 덜하게 된 요즘에는 살을 찌우기보다는 덜어내고 배설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됐다. 실제 살을 찌게 해달라는 요구보다 살을 빼달라는 요구가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약은 살을 찌게 할 수도 있고 살을 빼게 할 수도 있다. 한약 처방이 살 찐 사람과 마른 사람에게 똑같이 행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百人百色 一人一藥(백인백색 일인일약)’이다. 물론 한약 먹고 살이 쪘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약 자체가 가진 작은 영양분으로 살이 쪄봐야 얼마나 찌겠는가? 오장육부의 활동성이 늘고 균형이 잡혀 생긴 일이다. 이 정도는 긍정적으로 봐도 될 것이다.

한약은 간에 나쁘다?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간에 부담을 준다. 그렇다고 우리가 음식이 간에 나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물론 약 중에는 간에 특히 부담을 주는 것들이 있다. 이는 양약과 한약이 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볼 때 천연물로서 한약재의 간독성은 화학적인 합성물인 양약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사탕수수를 그대로 채취해 먹는 것과 그것을 정제해 만든 설탕을 먹는 것을 상상해보자. 무엇이 더 부담스러운가는 명확하다. 한약으로 지방간, 간경화, 간염, 황달, 간결절을 치료하고 있다. 모든 약은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전문 한의사의 처방은 안심해도 좋다. 몸에 좋다고 아무거나 달여 먹지 않는 한 한약으로 인한 간독성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암환자는 한약을 먹어선 안 된다?

한사코 한약을 거부하는 환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암수술을 했는데 한약을 먹으면 재발한다고 했단다. 한약을 먹으면 종양이 커진다는 말도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암을 키우고 재발하게 하는 ‘효능’이 한약에 있다는 것은 그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하는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약이 암환자에게 나쁘다면 생강, 강황, 도라지, 계피, 모과, 귤, 율무, 오미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을 버려야한다. 그것들이 다 한약재로 쓰이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 현대의학 수준은 종양의 원인과 악화인자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 이르고 있지 못하다. 한약이 종양을 키우거나 재발시킨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하지만 한약이 암환자의 QOL(Quality of Life: 삶의 질 또는 행복지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는 있다.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 환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무지는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니다. 공부해 알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똑바로 서있는 것을 삐딱하게 서있다고 우기며 걷어차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검은 고양이도 쥐를 잡지만 흰 고양이도 쥐를 잡을 수 있다. 한의학과 한약에 대한 열린 태도를 기대한다. 유럽과 북미의 주류 의학이 동양의학에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굳이 사족으로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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