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일자리한마당’이 지난 18일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이 박람회를 주최한 인천시에 따르면, 박람회에 참여한 구직자 수는 당초 예상보다 약 500명 많은 3500명이었다.

또한 박람회에 참가한 사업체들이 당초 공고한 채용인원은 457명이었는데, 현장면접에서 채용이 확정된 구직자는 93명이라고 한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여기에 2차 면접 대상자 300명이 더 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가 채용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실업은 경제적 고통과 역할상실 등을 불러온다. 직업적 역할에 수반해 다른 사회적 역할도 수행하는데, 실업으로 인해 이러한 부수적 역할까지 상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과 사회와의 단절, 자존감 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자리박람회는 구직자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존재다.

그런데 이번 인천 일자리한마당은 다수 구직자에게 희망이 아닌 실망을 안겨줬다는 평을 받았다. 중장년층 구직자들은 하나같이 ‘나이 먹은 사람이 올 데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현장면접을 보고자 사업체 부스를 방문했지만 연령 때문에 채용 담당자들이 상담조차 불편해했기 때문이다. 청년 채용관이면 할 말이 없겠지만, 일반 채용관에서 그랬다.

이 박람회 주최 측은 구직자 대상을 ‘청년, 여성, 중장년 등 전 계층’으로 명시했다. 박람회 공식 사이트나 안내책자, 박람회장 채용공고판에도 제한연령이 기재돼있지 않았다. 또한 사업체 부스를 일반 채용관과 청년 채용관, 여성ㆍ시간선택제일자리 채용관으로 나눠 배치했다. 사업체 72개가 참여했는데, 이중 일반 채용관 부스를 차린 데는 42개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는 구직자 연령을 제한했고, 이는 다수 구직자를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이유는 밝혀졌다. 2009년부터 시행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때문이란다.

시 관계자는 ‘이 법을 어길 수 없어서 박람회장 채용공고판 등에 제한연령을 써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계층 대상 박람회에서는 모든 계층을 만족시키는 데 제한점이 있다’며 ‘대상별 일자리 박람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를 예상했으면서도 관련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중장년층 구직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수많은 구직자들의 처지와 심정을 헤아려보려고 노력했다면, 이러한 보여주기식 행사를 치르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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