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안보사건, ‘도대체 왜’라는 현미경식 분석 필요”
“이른바 안보사건, ‘도대체 왜’라는 현미경식 분석 필요”
  • 인천투데이
  • 승인 2014.06.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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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어느 때보다 안보와 평화가 강조되는 6월이다. 남북한 분쟁의 상징이 된 서해의 아픈 기억들을 간직한 인천에선 그 의미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신현수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은 “서해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 경제수도고 뭐고 모두 헛말”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사)인천사람과문화는 부평아트센터 호박홀에서 ‘서해전쟁을 서해평화로’라는 주제로 ‘밥이 되고 꿈이 되는 2014 인천 인문학 콘서트’의 1강을 열었다.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장성 35명의 증언으로 재구성하다’의 저자, 김종대 <디펜스 21플러스> 편집장이 첫 강연을 했다.

김 편집장은 1980년 말부터 평화군축(군비축소) 운동을 시작으로 국회 국방위원회보좌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등을 거쳐 2007년 군사안보전문잡지 <디펜스21플러스>를 창간한 군사안보전문가다.

그는 서해전쟁을 ‘도대체, 왜’라는 현미경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른바 안보사건 발생의 세 가지 요인

김종대 편집장은 “큰 지진이 나기 전엔 미세한 진동이 있기 마련”이라며 “현재 남북에 흐르는 집단적 증오감은 머지않아 위기를 불러일으켜 다시 인천을 주목받게 할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남북한, 특히 서해교전 발생 전에 항상 위기징후가 선행됐다. 그것을 잘 관리하면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김 편집장은 제1차 연평해전을 비롯해 서해에서 발생한 모든 전투는 “막을 수 있었던 전투였다”고 했다.

그는 서해전쟁, 이른바 안보사건을 일으키는 데는 국가 간 갈등, 군 조직 내부 갈등, 국내 정치 상황 등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남북한 정부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발생하는 폭력이 바로 교전 사태다. 그러나 여기에는 군 조직 내부, 구체적으로 육군ㆍ해군ㆍ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사이에 상호불신이 개입된다. 해전 경험이 없는 육군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합참은 해군에게 육군 식으로 싸우게 지시하고, 해군은 그런 합참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이런 상황이 위기를 더 악화한다. 또 대북 강경기조를 고수하는 정치권과 언론의 부추김도 한 몫 한다”

정부 발표 ‘믿는가 안 믿는가’로 변형

▲ 사)인천사람과문화가 지난 12일 부평아트센터 호박홀에서 연 ‘밥이 되고 꿈이 되는 2014 인천 인문학 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 편집장은 한국전쟁에 대한 우리의 인식 실태를 잠시 거론했다. 그는 “한국전쟁 사망자 총390만명 중 민간인이 330만명, 즉 85%에 달한다”며, 이를 민간인 사망자 40%와 69%를 각각 낸 제1ㆍ2차 세계대전과 비교한 뒤 “차마 글로는 묘사할 수 없는 인류 역사상 제일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통탄했다.

“어떻게 정규사단 6개가 지키던 국경선이 단 하루에 무너지고,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될 수 있었는가, 또 어떻게 패주(敗走)와 진주(進駐)를 반복하며 민간인에게 그런 보복을 가할 수 있었는가 등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내릴 수 없는 이상한 전쟁이다. 그럼에도 300만명 넘는 민간인을 누가 왜 죽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금기시돼있다”

그는 진실을 원치 않는 세력이 그런 질문을 봉쇄하고, 그런 이들이 천안함 사건도 “정부 발표를 믿는지 안 믿는지의 문제”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2010년 5월 20일 정부 발표를 보면, 천안함 사건은 북한 잠수정에서 쏜 중어뢰가 우리 초계함을 폭침한 사건이다. 군사지도자ㆍ전문가라면 마땅히 당시 북한 정치권력의 동향과 의도, 북한의 새로운 무기체계와 작전술 등을 연구해야했다. 그러나 4년간 이와 관련한 학술대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천안함 사건이 과학적 문제가 아니라, 천주교 박해 때 예수 사진을 밟고 지나가라고 한 것처럼 ‘정부 발표를 믿는지 안 믿는지’의 문제로 변형됐기 때문이다”

언론의 부추김과 잘못된 군 조직문화

김 편집장은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넓게 그리고 멀리’ 보는 망원경 방법과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장의 세밀한 부분까지 짚어보는 현미경 방법이 있다”며 천안함 사건과 마찬가지로 ‘믿고 안 믿고’의 문제로 변형됐던 제1ㆍ2차 연평해전의 내막을 현미경식 관점에서 재분석했다.

그는 1999년 1차 연평해전 발생 원인이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 즉 국내 정치상황에 있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해에 꽃게가 많이 잡히기 시작하자 남북 어선들이 그곳으로 몰려들었고, 이에 남북 군함들도 어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처음에 남북 군함은 위협을 느껴도 서로 마주치면 포를 위로 드는 등 교전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북한 군함보다 작은 우리 군함이 북한 배와 스칠 때마다 자꾸 손상됐다. 잦은 정비에 피로해진 우리 해군은 그 뒤 북한 배가 우리 쪽으로 올 때마다 살짝 피했다.

그리고 이 모습이 9시 뉴스에 ‘북한 군함은 돌진하는데, 우리는 피한다’라고 보도됐다. 화가 난 당시 김진호 육군 출신 합참의장은 1999년 6월 13일 ‘북한 군함보다 큰 배를 투입해 일렬로 배치하라’고 명령했고, 전투능력이 부족한 수송함과 구조함이 투입됐다. 그러자 북한에서는 우리 해군의 대응을 새로운 공격 신호로 인식해 어뢰정 세 척을 내보내 어뢰를 개문했다.

당시 해군작전사령부는 14일 야간에도 ‘배를 철수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야간에 북한 배가 철수하면 우리 배만 남게 돼 결국 북한군 해안포의 표적이 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제2함대 사령관은 15일 위협 요인인 어뢰정을 폭파하고자 ‘북한 어뢰정이 나타나면 고속 돌진해 충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우리 군함의 돌진에도 불구하고 북한 어뢰정은 폭발하지 않고 붕 뜬 뒤 우리 배에 떨어졌고 그때부터 교전이 시작됐다. 이때 언론은 ‘북한군이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며 저항했다’고 묘사했다.

총을 쏜 것은 맞지만 실제로 북한군이 던진 것은 수류탄이 아니라 식량으로 비축해둔 ‘감자와 옥수수’였다. 러닝셔츠 바람에 누런 작업복 바지를 입고 있던 즉, 전투 준비가 안 돼있던 북한군은 그 사건으로 100명 넘게 사망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2차 연평해전의 경우 1차 연평해전의 승리가 만들어낸 군 내부의 잘못된 조직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1차 연평해전에서 이긴 후, 제2함대사령부에서 훈장ㆍ표창장 등을 받은 인원이 약 500명이었다. 그 후 해당 함대 안에선 상을 받아 진급하길 원하는 인사를 중심으로 서해상에서 북한 군함을 농락하는 군사문화가 형성됐다. 심지어 우리 군함이 북한 배를 자극해 유인한 다음 격퇴하는 일도 있었다. 약이 바짝 오른 북한군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렸고, 2002년 월드컵 3ㆍ4위전을 벌이던 때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1ㆍ2차 연평해전 모두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무력도발로 일어난 전투’라는 정부 발표와는 사뭇 다른 설명이다.

“꽃게와 해파리의 법칙은 끝났다”
“안보는 전쟁 가능성을 막는 것”

김 편집장은 “우리가 전쟁역사에 대한 인식 방법을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에겐 북한을 단순히 비합리적인 집단으로 대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와 분리된 자연물질 또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국가다. 즉 우리가 북한에 대해 어떤 자세와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정책방향 등이) 달라지는 존재다. 따라서 전쟁역사에선 우리(자국)가 북한에(타국에) 끼치는 영향도 통합해서 다뤄야한다”

그의 이야기는 더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까지, 서해의 전쟁과 평화는 ‘서해에서 꽃게가 많이 잡히면(남북한 어선과 그를 따라 남북한 군함들이 몰려) 전쟁이 발생하고 해파리가 많이 잡히면(어선이 몰리지 않아) 평화가 유지된다’고 설명 가능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이후부터 우리는 3가지의 관점에서 서해전쟁을 분석해야 한다. 예컨대 천안함 사건의 경우 북한이 도발을 강행한 동기, 수중공격이 힘든 서해에서 굳이 어뢰공격을 기획한 이유, 도발 이후 얻고자 한 이익이 무엇인지 분석할 수 있어야한다. 우리는 ‘도대체, 왜’ 남북한이 그런 전투를 벌였는지를 인식할 수 있어야한다”

끝으로 그는 “북한 포 사정거리 내 서울ㆍ인천ㆍ경기북부의 인구수를 합치면 2000만명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황당한 전쟁터는 없다. 군사연구기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우리 군 전쟁계획대로면 사망자는 최소 150만명에서 최대 500만명까지 발생한다. 즉, 우리 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전쟁 가능성’ 그 자체다. 그래서 안보는 그 가능성을 막는 것 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사)인천사람과문화는 올해 11월까지 매달 한 번씩 ‘꿈이 되고 밥이 되는 인문학 콘서트’를 개최한다. 7월 10일에는 ‘육체파 지식노동자’ 김남훈 UFC 해설가, 8월 14일에는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저자 김시천 철학박사, 9월 11일에는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저자 이유리 작가, 10월 16일에는 ‘내 나이가 어때서’ 저자 황안나 도보여행가, 11월 13일에는 ‘행동하는 예수’ 저자 김근수 신학자의 강연이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