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가 당선소감으로 인천을 희망과 꿈이 있는 살고 싶은 도시, 깨끗하고 활력이 넘치는 ‘부자’ 도시를 만들어 ‘위대한 인천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세부공약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탐욕적이고 성장 중심의 토목사업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렇지만 희망과 꿈이 있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란 말에 주목한다.

분단 70년에 걸쳐 남북관계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사회 현실 전반을 규정해왔다. 정치민주화ㆍ경제번영ㆍ사회정의ㆍ문화 창달은 물론 개개인의 행복, 상상력과 세계관을 송두리째 제약해왔다. 하물며 분단의 최전선에 위치한 인천에 대해서는 말해 무얼 하랴. 남북 화해와 협력 없이 인천의 삶이 행복하고 미래가 밝을 리 없다.

바다가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인천의 생명인 해양성을 잃었던 냉전시대에 도시는 확장됐지만 서울의 변방이었고, 지역경제는 성장했지만 생산된 부는 서울로 유출되고, 지역주민은 비용만 부담했다. 지금 인천이 겪고 있는 기형적 도시 기능, 극심한 환경오염, 열악한 교육ㆍ문화 환경은 거의 대부분이 그 잔해다. 생활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진 자는 미련 없이 서울로 떠났지 않는가.

냉전이 끝나고 전쟁과 대결의 먹구름이 걷히면서 인천에 꿈과 희망이 깃들기 시작했다. 세계를 향해 바다와 하늘 길이 열렸고, 대륙을 향한 땅 길도 막 뚫리던 참이었다. 도시에 생기가 돌고 삶터로서 매력이 생겨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동북아의 통상ㆍ물류 중심도시로서 국내외에서 사람과 물자, 돈이 몰려들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다시 좌절을 맛봐야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인천 앞바다에 다시 총성이 울리고 포탄이 떨어졌다.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세계인의 눈에 다시 인천이 대단히 위험한 전쟁터로 비춰졌다. 경제특구ㆍ국제도시를 크게 외쳐대지만.

‘위대한 인천시대’는 6ㆍ15남북공동선언과 10ㆍ4남북정상선언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가능하다. 특히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중심이 된 10ㆍ4선언은 인천 발전에 신기원을 여는 ‘인천선언’이었다. 인천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민족의 공동번영과 통일을 견인할 수 있는 국제도시로 부상할 바탕이었다. 그런데 아깝게도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 통일대박론, 그레스덴선언 등 수많은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말만 요란했지 실천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명박 정부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남북화해협력이야말로 인천시민의 행복과 안녕, 인천의 미래를 위한 관건이다. 중앙정부에서 돈 몇 푼 받아다 교통망을 확충하고 토목공사나 하는 것들과 비교할 정도가 아니다.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다.

대통령에게 지금까지 위의 공약들을 실천에 옮기라고 촉구하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민족분단으로 먹고 사는 한 줌의 수구 기득권층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민, 동북아를 뛰어넘어 모든 세계인한테서 대통령의 업적으로 찬사를 받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