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부단장, 정부가 선박연령 규제 완화할 당시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의 시정업무 인수인계를 담당할 '희망인천준비단'이 지난 11일 발족했다. 유정복 당선인은 인수위원 17명을 위촉하고 인천교통공사에서 본격적인 인수인계 업무를 시작했다.

인하대학교 최순자 교수가 단장에 인선 됐고, 부단장에는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을 맡은 정유섭 새누리당 부평갑지역위원장이 인선됐다. 희망인천준비단은 이달 30일까지 운영 될 예정이다.

희망인천준비단은 ‘새로운 인천, 행복한 시민’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유정복 당선인은 발족식에서 “당선의 기쁨보다도 백배, 천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인천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하는 엄중한 소명 의식을 이해하고 겸손한 자세로 시민을 섬기는 준비단이 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준비단장을 맡은 최순자 교수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융합해 희망인천준비단이 앞으로 4년 동안 인천시정을 이끄는 밑거름이 되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희망인천준비단은 기획팀, 재정 점검과 국비 확보팀, 아시안게임 점검팀, 정책팀, 공보팀, 시민소통팀 등 총6개팀 17명으로 구성됐다. 희망인천준비단은 오는 16일부터 재정운영, 아시아게임, 도심재개발·주거·환경 분야에 걸쳐 각 부서별로 차례로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희망인천준비단이 발족한 다음날인 12일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해피아를 측근으로 기용했다"며 "희망인천준비단 정유섭 부단장 인선을 재고하라"고 주장했다. 한국해운조합 17대 이사장을 지낸 정유섭 부단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유정복 당선자는 선거 시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 좀 더 철저하고 완벽한 안전체계를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자성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재발방지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와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 중에 있고, 실종자들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유정복 당선인은 해양수산부 고위직과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을 지낸 정유섭 선대본 정책본부장을 인수위 부단장에 인선했다. 유정복 당선인은 부단장 인선에 대해 재고하길 바란다. 그리고 정유섭 부단장은 박근혜 정부의 관피아 척결에 걸림돌이 되지 말고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선박연령 완화는 해운조합의 작품
국무회의 보고서에 해운조합 주장 그대로

지난 2009년 1월 이명박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여객선의 선령(=선박연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상향조정했다. 이후 여객선사들은 앞 다퉈 노후 선박을 수입했다.

새누리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영순 국회의원이 지난 4월 30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여객선 수입현황에 따르면 15년 이상 된 노후선박의 수입 비중은 선령 완화 시행 전후로 29.4%에서 63.2%로 급증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등록된 국내 여객선 173척 가운데 외국에서 수입한 중고 여객선은 36척으로, 이들 중고 여객선의 수입 당시 평균 선령은 14.7년이었다. 올해 4월 현재 평균 선령은 20.7년이다.

세월호의 경우 18년 선령 선박을 청해진해운이 일본에서 수입해 개조한 선박으로, 올해 선령은 20년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여객선 선령을 상향조정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08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는 해운업계의 ‘선령완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선령 완화로 인한 국민 안전에 대한 우려는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선령을 연장하면 연간 200억원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후 세월호 침몰 사고의 단초를 제공한 선령 규제는 2009년 1월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됐다.

선령 완화는 2006년 5월부터 한국해운조합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내용이다. 해운조합은 2006년 10월 서울대와 여객선 선령 제한 적정성 연구 용역을 진행했고, 2007년 7월 해양수산부 장관 오찬 간담회 때 연안여객선 선령제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선령완화 주장 보고서에는 해운업계의 주장이 그대로 담겼다. 특히 선령완화 시 우려되는 안전위험에 대해서는 “2000~2004년 발생한 연안여객선 해난사고는 여객선의 선령과 관계없고 선원의 운항 과실에 의한 것이 대부분(75.4%)이다. 해양 선진국(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선령을 제한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불과 5년 치 통계만을 활용했고, 해양 선진국에서는 노후 선박을 자체 기준에 따라 퇴역 조치한다는 사실 등을 생략했다.

선령완화 결정적 시기, 정유섭 부단장이 이사장

이후 정부는 2009년 1월 여객선을 최대 30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당시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정유섭 부단장이었다.

새누리당 부평갑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유섭 부단장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과장과 국립해양조사원장을 거쳐 2007년 9월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을 끝으로 해수부 공직생활을 마쳤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18일 한국해운조합 17대 이사장으로 취임해 2010년 9월 17일까지 이사장직을 수행했다. 그 뒤 2012년 4월 부평구 갑선거구에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은 “정부가 해운조합의 의견을 국무회의 때 그대로 반영해 선령을 완화할 당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정유섭 이사장이다. 이런 사람을 희망인천준비단 부단장으로 인선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정서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유정복 인천시장 희망인천준비단 측은 “이미 지나간 일을 들춰내 문제는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정유섭 부단장은 해운조합 이사장 시절 정부에 여객선 안전과 관련해 상당한 건의를 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조선> 6월호에 실려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개인적인 일이니 당사자와 직접 통화하는 게 더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월간 <조선> 6월호에는 ‘[세월호 특집] 해수부 마피아가 바라본 세월호 참사’라는 제목의 기사에 정유섭 부단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당시 월간 <조선> 인터뷰에는 “한국해운조합은 지난 2009년 여객선의 안전점검 업무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또 정 전 이사장 퇴임 후에도 해운조합 집행부는 여객선 안전 업무를 분리시키기 위해 ‘해양교통안전공단법’(2010년)을 만들어 국회에 의원 입법 형식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이 공단법은 상임위원회 심의에서 폐기됐다”고 나와있다.

또한, 정 부단장은 "숱한 시도를 했지만 당시 힘이 있다는 국회의원에게 부탁을 해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으로부터 운항관리 지원금 10억원을 받아 운항관리자 몇 명을 뽑은 것이 전부였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해피아 맞고 선령완화 했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다"
" 선박안전 강화 위해 법 제정 하자고 했더니 국회가 폐기"

이와 관련 정유섭 부단장은 자신을 두고 해피아라고 하는 것과 또 자신이 해운조합 이사장 시절 선령을 완화한 것은 맞지만, 마치 그게 세월호 사건의 원인 돼서 자신을 문제 있다고 비판한 것은 ‘견강부회’라고 했다. 

정유섭 부단장은 “이명박 정부가 실정이 많다고 해서 고대 전체가 문제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세월호 참사는 선령이 문제가 아니라 청해진해운이 해당 선박을 불법으로 개조해 탈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선령문제로 연결 짓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정 부단장은 “선령완화 내가 이사장 시절 했다. 선령완화의 본질의 여객선사의 경영수지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비롯된 일이다. 아시아 여객선 시장은 일본에서 15년 사용한 배를 한국이 수입해 10년 사용하다가 이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팔고, 또 이들은 5~10년 사용하다가 방글라데시에 매각하는 구조로 돼 있다.”며 “그런데 국내에서는 선령이 25년으로 제한 돼 있어 무조건 25년이면 팔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매각 시 국내 여객선사의 가격협상 경쟁력이 떨어진다. 왜냐면 어짜피 25년이면 무조건 한국은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월호는 인천에서 두 번째로 선령이 젊은 배였다. 선령문제가 아니라 불법개조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정 부단장은 또 “선진국 어느 나라도 배를 선령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다만 안전진단을 철저히 해서 합격이면 운항하고 불합격이면 퇴출할 뿐이다. 그래서 해운조합 이사장 시절 여객선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해양교통안전공단법 제정하고 예산 배정하자고 했다. 그런데 국회가 폐기했다.”며 “내가 해피아 인 것 맞다. 그러나 내가 해수부 재직 또는 해운조합 이사장 시절 무슨 문제가 있었으면 벌써 조사받고 (수사기관에) 끌려갔을 것 아닌가? 해운조합 이사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있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견강부회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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