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범섭 계양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담당관.
지난 15~16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제6회 지방선거 경쟁의 막이 올랐다. 내가 사는 지역 후보자들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선거 기운이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덩달아 우리 선거관리위원회는 하루가 너무나 짧다. 유권자와 후보자 양쪽의 정당한 권리실현을 돕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요즘 심경은 우려와 기대가 섞여 복잡 미묘하다. 최초로 전국 단위 사전투표제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가 전체의 36.6%를 차지했다. 이 결과대로라면 바빠서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3명 중 1명꼴인 셈이다. 

특히 투표율 하락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의 하락속도는 서구 국가들보다 25%나 빠르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간이 없어 투표를 못하는, 너무나 바쁜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비율과 갈수록 투표율이 하락하고 있는 현상 사이에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때문에 시간적 제약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권리를 실현할 길을 마련하는 게 필요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의 하나로 사전투표제도가 언급돼왔다. 미국은 이미 1988년부터 선거일 3주 전부터 투표를 할 수 있는 사전투표를 허용해오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이 제도로 투표자의 20~30%가 사전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역시 10년 전부터 ‘기일전투표’를 도입했다. 2010년 투표율이 18.00%로 2003년 10.93%보다 대폭 상승했다. 이밖에도 높은 투표 참여율을 유지하는 스웨덴의 경우 특별한 요건 없이 24일 전부터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는 개방적 형태의 사전투표제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사례를 보면, 투표 참여율에 미치는 사전투표제의 긍정적 효과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 사전투표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재․보선 지역의 사전투표율 평균이 4.78%, 그 가운데 국회의원 재․보선 3곳의 사전투표율 평균이 6.93%에 달했다. 사전투표로 전체 투표율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평균 투표율 2%대를 나타내는 부재자투표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이 때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 49.3%가 사전투표의 가장 큰 장점으로 ‘투표 편의성을 높인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향후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97.1%에 달했다.

이런 결과를 볼 때, 사전투표가 전국적으로 도입되는 제6회 지방선거의 투표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편으론, ‘처음’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에게 복잡한 신고절차를 요했던 부재자투표처럼 사전투표 역시 어렵다고 인식하진 않을까, 걱정이다. 실상 알고 보면 사전투표제는 간단하고 편리한 제도인데 말이다.

단순하게 보면, 사전투표제 도입으로 투표일이 3일이 된다는 것이다. 6월 4일 투표를 할 수 없다면, 혹은 그 전에 투표권을 미리 행사하고 싶다면 5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가지고 투표 당일과 똑같이 투표소에 가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지역 대표자를 전국 어디에서든 뽑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제도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인천에 살고 있는 유권자가 회사 업무상 부산으로 출장을 갔어도, 출장지에서 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제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 12시간에서 36시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오랫동안 투표소의 문이 활짝 열려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많은 유권자들의 기운찬 발걸음이 투표소로 향하기를, 그래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즐거움을 꼭 누리기를 기대한다. 민주주의의 초석은 선거에 있고, 많은 유권자들의 참여가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한 걸음 더 향하게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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