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케다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일본 효고본부 집행위원

평양시 대동강유역 청류동에는 ‘대동강어린이빵공장’이 있다. 남과 북, 해외동포들이 북녘의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빵을 제공하고 함께 통일을 만들자는 취지로 공장을 짓고 2005년 4월 1일 가동을 시작했다.

남쪽과 해외에서는 모금활동으로 돈을 모아 빵을 만들 기계와 빵 재료를 보냈고, 북쪽에서는 동포들이 보내준 원료와 기계에 노동을 실어 하루 1만개의 빵을 만들었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남한 정부의 5.24제재조치(=남북 교류협력과 관련한 인적ㆍ물적 교류의 잠정적 중단) 이후 빵 원료인 밀가루 반입이 안 돼 지금까지 5년째 빵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인도적 지원사업도 얼어붙어

▲ 이케다 집행위원.
사단법인 우리겨레하나되기 인천본부와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본부장 이미혜ㆍ이하 빵본부)는 빵공장 일본 효고본부 간부들을 초청했고, 지난달 21일 인천에 왔다. 효고본부는 오사카ㆍ도쿄ㆍ동해본부에 이어 일본에서 네 번째로 2009년 5월 발족했다.

효고본부 최상덕 본부장과 윤원수 간사, 이케다 집행위원이 왔는데, 효고본부 집행위원 중 유일하게 일본인인 이케다(59ㆍ사진)씨를 인터뷰했다.

“이명박 정권과 지금의 박근혜 정권은 북한과 관계가 좋지 않다. 인도적 지원 사업조차 허용을 안 해 빵본부의 모든 사업이 정체돼있다. 지금 이북에 밀가루를 보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이 분위기가 일본에도 이어진다. 효고본부의 빵공장 후원활동과 모금활동이 어렵다”

방한 목적을 묻자, 이케다씨가 한 말이다.

효고본부는 4월 12일 총회를 했다. 총회 내용을 빵본부와 공유하고, 현재 북으로 밀가루를 보내지 못하는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어 간담회도 할 겸 왔다.

이케다씨는 “이미혜 본부장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남에서도 회원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 빵본부에서 통일부에 밀가루를 보내게 해달라고 신청했는데, 진도 바다에서 일(=세월호 침몰)이 터지면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지금으로는 이후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열심히 의욕을 갖고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일본인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말하다

빵본부는 2012년 1월, 7년간의 빵본부 활동내용을 담은 책 ‘그래 빵이 좋겠어’(도서출판 이즘. 2012)를 만들었다. 이 책에는 이케다씨 이야기도 실렸다. 그는 일본인으로서 일본이 저지른 침략의 역사가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이 전체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인으로서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의식이 있다. 통일의 문제는 이북ㆍ이남ㆍ재일동포의 문제지만, 분단의 책임은 일본한테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식민지 36년도 있고, 강화도조약(=1876년 2월 강화도에서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약. 일본의 군사력을 동원한 강압에 의해 체결된 불평등 조약으로 공식 명칭은 조일수호조규)도 있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책임을 갖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동시에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하는 책임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케다씨는 일본과 한반도의 관계를 뛰어넘어 동아시아의 평화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아베 정권은 전쟁을 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정권이다. 이북의 일본인 납치사건 문제를 이용해 북을 싫어하게 만드는 행위를 현 정권이 하고 있다. 독도 문제나 센카쿠 열도 문제로 인근의 나라와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한다. 우선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은 일본이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와 결부돼있다”

이케다씨는 일본의 전쟁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중, 아시아인들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 위한 수요시위 참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에 연다. 1992년 1월 시작했다.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된 지금, 수요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인천을 방문한 효고본부 간부들은 인터뷰 다음날 수요집회에 가기로 했다. 일본 사람들은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생각 자체를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가나 언론에 나오는 우익적 성향의 사람들은 ‘당시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한다. 당한 사람이 분명 있는데도 그렇게 말한다. 또한 ‘설령 문제가 되더라도 그건 보상해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작은 일로 생각한다”

이케다씨와 빵본부의 인연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가 계기가 됐다. 당시 고베에는 외국인들이 1만명 이상 살고 있었는데, ‘마을 만들기’를 중심으로 좋은 동네를 만드는 사업에 지금의 빵공장 후원회원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오래된 인연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손태일’이라는 친구가 재일조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 전까지는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를 몰랐다. 그때의 미안함으로 대학에서도 조선문화연구회라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

자기 생각으로 판단하는 청년이 됐으면

▲ 이케다 북녁어린이영양빵공장 일본 효고본부 집행위원(오른쪽)과 통역을 해준 인수영씨.
마지막으로 일본과 한국 청년들에게 해줄 한마디를 청했다.

“한국 청년들이 취업하기가 어렵고 취업되더라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연명한다고 하는데, 일본도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북이 인공위성을 쏘더라도 미사일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일본이나 중국, 한국이 쏘면 모두 인공위성이라고 얘기한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건데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보도하면 그걸 그대로 믿어버린다. 그런 것에 속지 않아야한다. 모든 것을 올바르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이케다씨는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기 생각으로 판단하는 훌륭한 청년들이 많다”고 한 뒤 “그런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해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관련을 맺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케다씨와 인터뷰한 4월 22일,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의원 147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통역을 위해 애써주신 인수영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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