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터미널 매입 당시 승인조건 … 아울렛 전환 시 부평상권 타격

공정거래위, 인천터미널 매입 때 조건부(=매각) 승인

▲ 롯데백화점 부평점의 모습. <다음 로드뷰 갈무리 사진>
롯데쇼핑이 지난해 인천시로부터 인천터미널을 매입할 때, 공정거래위원회는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롯데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까지 인수할 경우 인천ㆍ부천지역 내 롯데쇼핑의 독점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2012년 9월, 인천터미널 부지와 건물에 대해 인천시와 매매계약 체결을 위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롯데쇼핑은 인천시 공공재산 매입 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투자법인 ‘롯데인천개발’을 설립해 지난해 1월 인천시와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4월 공정거래위는 조건부 승인했다.

2012년 기준 인천ㆍ부천지역 백화점 시장의 규모는 약 1조 9755억원이다. 신세계백화점이 7200억원으로 36.4%를 차지하고 있고, 뒤를 이어 롯데백화점이 6235억원으로 31.6%(인천점 2315억원 11.7%, 부평점 1276억원 6.5%, 중동점 2644억원 13.4%)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현대백화점과 스퀘어원 등이 차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인천터미널을 인수하면서, 2017년 말 기준 인천ㆍ부천지역 롯데백화점 점포수는 올해 개장할 경제자유구역 내 송도점을 포함해 5개로 늘어난다.

공정거래위는 ‘시장점유율 31.6%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쇼핑이 인천터미널에 백화점을 새로 개장하고 송도점까지 개장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31.6%에서 63.3%로 증가함에 따라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2개 점포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공정거래위 결정으로 롯데쇼핑은 인천시와 신세계백화점 간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날 익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인천ㆍ부천지역 롯데백화점(인천ㆍ부평ㆍ중동점) 중 2개 점포를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제3자에게 백화점 용도로 매각해야한다.

다만 인천시와 신세계 간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에, 공정거래위가 ‘경쟁제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 중동점 중 매각 대상으로 꼽히는 두 곳은 인천점과 부평점이다.

롯데쇼핑이 2010년에 지에스(GS)로부터 인수한 중동점은 3곳 중 매출액이 가장 큰 반면, 인천점과 부평점은 중동점에 비해 영업이익이 작고, 시장 점유율이 낮기 때문이다.

한편, 백화점 용도로 매각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의 큰 손이라 할 수 있는 신세계는 이미 다른 곳에 입점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이 점포들을 매입할 가능성이 적고, 현대백화점도 이미 중동점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이랜드도 송도에 엔시(NC)백화점을 짓고 있기 때문에 인천ㆍ부평지역에 소규모 점포를 인수할 가능성이 적다.

아울렛 들어와도 걱정, 백화점 나가도 걱정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두 곳을 아울렛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아울렛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아울렛 시장은 백화점 시장과 겹치는 시장이 아니기에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매각하지 않아도 되고, 동시에 신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류쇼핑 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부평역지하상가와 부평문화의거리 상점가 등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백화점과 달리 아울렛 품목은 이 두 곳 상권과 상당히 중복되기 때문이다.

노태손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 이사장은 “상인들도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 롯데가 아울렛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아울렛이 들어설 경우 부평역 일대 상권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쪽은 아울렛 전환 계획을 부인했다. 이진효 롯데쇼핑 홍보팀 과장은 “두 곳을 매각해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울렛 전환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 다만, 백화점으로 매각이 안 되더라도 2017년에 백화점 운영을 중단해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매각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인천점과 부평점 건물은 감가상각이 끝난 상태라 자산가치가 없고, 매각하더라도 토지가격이 매매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천점(토지면적 1만 2458.78㎡)의 2013년 기준 공시지가는 685억 2285만원(500만원/1㎡)이고, 부평점(7460㎡)은 279억 40만원(374만원/1㎡)이다.

인천점과 부평점이 백화점 용도로 매각이 안 돼 문을 닫게 되도, 상권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인천터미널에 이르는 상권은 롯데ㆍ신세계백화점과 이랜드 뉴코아아울렛이 각기 다른 시장을 형성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고, 부평역 일대도 롯데백화점과 부평역사쇼핑몰, 지하상가, 문화의거리상점가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백화점이 빠져나갈 경우 전체 상권 위축이 우려된다.

롯데쇼핑 입장에서도 매각이 안 돼 건물을 그냥 방치했다간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는 재정위기를 겪는 인천시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면서 비롯된 일이기도 하다. 지역상인과 롯데쇼핑, 지자체 간 지역상권 상생을 위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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