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하 예술회관)이 개관한 지 20년이 지났다. 1994년 4월 8일 개관해 꾸준히 성장해왔다. 박동춘(57) 관장은 예술회관이 성장을 넘어 성숙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문화예술 전용공간이 생기다

▲ 인천종합문화예술 전경.
예술회관이 개관하기 전, 인천은 문화예술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인천시민회관이 있었지만 문화예술 전용공간은 아니었다. 예술회관은 건립 이후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싶은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고자 20년 동안 공공 공연장 역할을 해왔다.

예술회관 상주단체로 시립예술단 4개도 만들어졌다. 교향악단ㆍ합창단ㆍ무용단ㆍ극단이 매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술회관 개관이래 지금까지 공연장 3개(대공연장ㆍ소공연장ㆍ야외공연장)에서 총5360건을 공연했다. 2013년 공연장 가동률은 77.5%, 휴관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공연준비와 공연을 위해 무대가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82년 인천 동구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2월 부임한 박동춘 관장은 “예술회관 식구들이 300여명 된다”고 했다. 시립예술단원 240명과 예술회관 운영자 40명, 청원경찰과 시설관리업무 종사자들까지 합해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모든 식구들이 작품을 빛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06년 송암미술관에서 초대 관장을 했어요. 개인 미술관이었는데, 관장을 하면서 많이 배웠죠. 개인 집무실도 없을 때였는데 여러 사람의 협업으로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경험을 했고, 지금 관장 역할을 하는데 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시민을 찾아가는 문화예술

예술회관은 지난해 여름 저녁, 야외광장에서 해외 유명 공연단체의 공연 실황 영상물을 대형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스테이지 온 스크린(Stage on Screen)’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야외광장에서 공기를 넣어 만든 대형 스크린으로 뮤지컬 영상물을 봤어요. 빔프로젝트 성능이 좋아 화면이 선명하고, 스피커도 좋아 소리가 웅장하니까 사람들이 감동받았나 봐요. 먹을 것을 갖고 와 야외에서 예술작품을 즐기는 게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해 문화나누미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시립예술단이 도서(=섬)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공연하기도 한다.

“영종도나 강화, 옹진의 섬들처럼 예술회관에 오기 어려운 지역을 방문합니다. 작년에 ‘찾아가는 공연’을 87회 했고, 올해도 비슷하게 할 생각입니다.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했는데, 작년 8월에 시립교향악단이 갔어요. 교회에서 음악회를 했는데 주민과 군인들이 교회를 가득 채워주셨죠”

박 관장은 성의를 다해 ‘찾아가는 공연’을 하는 예술단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공공예술, 필수적인 문화 인프라

▲ 소공연장 내부 모습.
예술회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영 기조는 ‘공공성’과 ‘공익성’이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연장이니만큼 이윤을 추구하고 시류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술회관의 공연사업은 크게 시립예술단의 공연, 자체 기획공연 그리고 대관공연 세 가지로 나뉜다. 시립예술단은 클래식ㆍ합창ㆍ한국무용ㆍ연극 등 순수예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자체 기획공연은 대중성과 예술성의 갈림길에서 예술성을 먼저 고려한다.

대중성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획사의 대관공연을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고, 시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공연시장의 생태계를 존중하고 보호하면서, 예술성을 담보로 한 기획은 결국 예술회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올해 인천에 아시안게임이라는 대형 행사가 있다 보니 기획공연 예산이 너무 적습니다. 내년에는 예산을 더 확보해 여러 장르의 공연을 더 유치할 생각입니다. 도시에 상ㆍ하수도 기반시설을 꼭 해야 하듯이 문화도 꼭 투자해야할 인프라라고 생각합니다”

시립예술단은 다양한 재능기부도 한다.

“남동구에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기숙학교인 한누리학교가 올해 개교했어요. 부평엔 혜광학교라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가 있고요. 두 곳에 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교가(校歌)를 만들어 헌정했어요. 올해도 보람 있는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수준 높은 예술단 실력과 무대장치

“정부가 주관하는 국군의 날 행사에 우리 합창단이 초대받은 적도 있어요. 합창단과 교향악단은 몇 년 전까지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최근 예산이 없어 해외 공연에 참가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지만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시립예술단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을 대중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민들이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시립교향악단의 클래식 공연을 보면 알겠지만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진행해요. 예를 들면, 연주를 하면서 지휘자가 ‘이건 다툼의 소리다. 이건 기쁨의 소리다’라며 관객이 호기심을 갖고 상상할 수 있게 하죠. 시민들이 클래식을 즐겁게 대하면서 관객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외국의 유명한 공연과 국내 양질의 공연을 할 수 있을 만큼 무대에도 자신이 있습니다”

상주하는 시립예술단에는 노동조합이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연맹 시립예술단지부다. 노조의 요구 중 하나가 정년 연장이었는데 작년에 55세에서 58세까지 연장됐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의 진출을 막는 거 아니냐는 반대의견도 있었어요. 하지만 단원 중에 자신의 진로를 찾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어서 추가모집의 기회는 항상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죠”

안정적 관객 확보 위한 프로그램 기획

▲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외관.
예술회관은 도로명 주소 ‘예술로 149’에 착안해 올해 ‘스테이지149’를 기획했다. ‘스테이지149’는 대중성보다는 예술성과 작품성을 중심으로 연극ㆍ무용ㆍ마임ㆍ창작뮤지컬 등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해외 초청작인 프랑스의 ‘매직더스트’와 호주의 ‘빙하탈출대소동’은 영상과 인형, 마임 등을 결합한 작품이다. 창작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다.

또한 연극작품 4편을 묶어 ‘연극선집’을 공연할 예정인데 모두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국적으로 풀어낸 ‘한여름 밤의 꿈’과 ‘칼로막베스’, 동시대의 문제의식을 냉철하게 반영한 ‘알리바이연대기’와 ‘투명인간’이 무대에 오른다.

자체 기획사업인 인천&아츠는 지난해부터 브랜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발성 공연기획보다는 공연프로그램에 브랜드를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인 관객 확보와 예술회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자체 기획공연으로 브랜드화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커피콘서트 ▲밴드데이 ▲명품클래식시리즈 ▲스테이지온스크린 ▲썸머페스티벌 ▲스테이지149 등이다.

예술회관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시도

▲ 박동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관장.
현재 종합편성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밀회’라는 드라마가 있다. 한류바람을 타고 중국에서도 회당 800만명이 시청한다고 한다.

“우리 회관에서 많은 분량을 촬영하고 있어요. 며칠 전 유아인이 대공연장에서 협연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우리 교향악단하고 연주하면서 촬영한 거예요. 드라마를 보고 많은 고객이 예술회관에 올 수 있겠죠. 중국인들에게는 방문코스가 될 수도 있고요.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방송사 쪽에서 드라마 종영 후 드라마에 삽입된 OST 클래식 곡을 시립교향악단과 공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단다.

“20년 동안 애정과 질책으로 예술회관의 성장을 지켜봐준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인생으로 치면 성년이 됐죠. 지금까지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성숙’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숙된 예술회관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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