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21일로 엿새째를 맞았다. 사망자는 늘고 실종자는 줄어들고 있다. 배가 가라앉은 뒤 살아서 돌아온 이는 아직 없다. 희망은 오그라들고 슬픔은 흘러넘치고 분노는 치솟고 있다. 온 국민이 비통하다.

선체의 결함인지, 자연조건 탓인지, 선장이나 항해사, 조타수의 잘못인지, 침몰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후 어떻게 대응했느냐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배가 침몰하는 순간 선장은 가장 먼저 도망가 버리고, 승객은 ‘객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르다 차디찬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이게 사건의 전말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숱한 대형 참사가 이어졌다.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때마다 정부는 참사의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화했다. 그러나 대형 참사는 멈추지 않았다. 사고를 미리 막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그러나 사고는 언제든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말이 현실적이다. 때문에 사고 발생 후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을 둬야한다. 그래서 정부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중대본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범정부 차원의 지휘통제 기능을 맡는 것으로 돼있다.

세월호 침몰은 국가적 대형 참사다. 정부 각 부처와 유관기관들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인명 구조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할 수 있게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처해야할 사건이다.

그러나 중대본은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구실밖에 하지 못하고 그마저도 집계 착오 등으로 불신과 분노만 키웠다. 정부가 발표한 탑승자와 구조자 집계는 사고 발생 나흘 동안 수정을 되풀이했다. 심지어 실종자와 구조자 명단이 뒤바뀌는 상황도 벌어졌다. 사고 현장에서 대응도 그랬다. 현장 지휘체계를 일원화하지 못하면서 선박 침몰 직후 승객들의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가 재난대응 체계와 위기관리 능력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 가족의 슬픔은 분노로 치솟았고, 국민은 자괴감에 빠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현장을 떠나 걸어서도 가겠다고 청와대를 향하기도 했다. 믿을 수 없는 정부 발표와 더딘 구조‧수색 활동을 더 이상 앉아서 볼 수만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복경찰을 보내 피해자 가족 동향을 감시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게 현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안전’인지, 이런 데서만 위기관리 능력이 작동하는 것인지, 비통할 뿐이다.

이건, 제대로된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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