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국제도시 상인들 고액 임차료에 울상

▲ 인천 청라국제도시 상가들의 모습.
“2012년 5월 상권이 제일 괜찮은 상가 밀집지역에 실 평수 17평(56.2㎡)짜리 점포 두 개를 임차해 커피숍을 열었다. 인테리어와 커피머신 등 장비 구입에 1억 5000만원이 들었다. 그런데 점포 임차료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600만원(부가세 제외)이었다. 여기에 부가세와 건물 관리비를 포함하니 월 평균 800만~850만원이 지출됐다. 직원들 임금 월 600만~700만원, 재료비 월 400만원도 매달 지출해야한다. 장사가 잘 될 때는 하루 매출액이 100만원이 나오기도 했지만, 인근에 경쟁 업체가 들어와 장사가 안 되면서 1년 동안 집에 10원짜리 한 장 못 가져갔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00만원(부가세 제외)으로 임차료가 매우 비쌌지만, 상권이 좋다고 해서 실 평수 17평(56.2㎡)짜리 점포 1개를 임차해 지난해 4월 옷가게를 열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7000만원을 까먹었다. 상가에 들어올 때 인테리어 비용으로 4000만원이 들었으니 권리금을 못 받으면 1년 동안 1억 1000만원을 까먹은 것이다. 매출이 0원인 날도 있다. 하루하루 피가 말릴 지경이다. 그런데 임차료를 두 달만 밀려도 상가 주인이 내용증명을 보내 쫓겨날지 모른다는 압박에 시달려야한다. 보증금에서 까는 경우도 없다. 인근에 그나마 장사가 잘 된다는 술집을 차린 점포도 장사가 잘돼야 한 달에 150만원을 겨우 가져간다. 길어야 1년 버티는 거고 3개월 만에 가게를 접고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상가 점포를 임차해 장사 중인 상인들이 고액 임차료로 울상이다.

1년 6개월 정도 커피숍을 운영하다 다른 사람에게 넘긴 ㄱ씨는 청라국제도시 상가 건물들의 높은 임차료에 치를 떨었다. 지난해 12월 권리금을 받고 넘긴 점포에 식당을 연 임차인은 월 임차료를 ㄱ씨보다 100만원이나 더 많은 700만원을 내고 있다.

ㄱ씨는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지만, 아무리 장사가 잘 되도 임차료 내기가 빠듯할 것을 알기에 미안한 마음에 그 식당에 밥 먹으러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이야기를 하면 서울 강남에 잘나가는 상권에 있는 상가 임차료와 맞먹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 상가들의 임차료를 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년 동안 옷가게를 운영 중인 ㄴ씨는 “상가 임차료가 비싸니 옷 가격이 조금 비쌀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런데 청라 주민들은 왜 시내 번화가도 아닌데 이렇게 비싸게 받느냐고 따진다”며 “청라국제도시 상인들 90%는 힘들게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남우현 상권입지분석연구소 소장은 <인천투데이>과 한 인터뷰에서 “청라국제도시의 임차료 수준은 사실상 대한민국 최고 상권의 임차료 수준과 맞먹는다”며 “최고 상권 수준의 임차료라면 상권의 성숙도도 임차료 수준에 맞아야하지만, 청라국제도시의 상권 성숙도는 구도심의 일반 상권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청라국제도시 상가들의 임차료가 높은 이유는 상가 건물의 높은 분양가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뷰한 상인들이 입점해있는 상가의 분양가격은 실 평수 17평(56.2㎡)짜리 기준 7억원 정도”라며 “이 가격에 분양됐기 때문에 월 임차료가 300만원이더라도 연간 수익률은 5.5% 수준으로 상가를 투자의 개념으로 분양받은 임대인들은 수익률이 적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신도시의 경우 상권이 안정화되기까지 입주부터 3~5년의 기간이 필요한데, 그 기간에 2~4차례 바뀌는 임차인들은 금전적 어려움을 겪으며 극심한 고통을 느낄 것”이라며 “물론 상권이 안정되는 3~5년 동안 매출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거꾸로 임대료는 하락하기 때문에 결국 임대인도 최종적으론 고분양가의 피해자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이런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임차인이나 임대인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사실상 신도시에서 창업을 상권이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보류하는 것(상가를 분양받지도, 장사를 하지도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렇게 엎어진 물이 돼버린 상황에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청라국제도시 조성 계획을 본래 청사진대로 진행해 상권을 살리는 방안 이 최선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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