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의 경제이야기⑧

 
환율은 늘 움직인다.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환율이 어디로 움직이든 상관없이 우리 언론은 늘 걱정만 한다. 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이다. 그것도 항상 똑같은 걱정뿐이다. 아예 공식으로 만들어두면, 앞으로 신문 기사를 읽을 때 도움이 될 것이다.

환율이 올랐을 때 신문 기사 3종 세트는 ‘물가 불안’,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외환보유고 우려’이다.

이 세 가지 범주를 벗어나는 기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3종 세트가 틀린 말은 아니다. 환율이 올랐다는 말은 한국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이니, 수입 물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외국인 자금은 가치를 떨어질 원화를 들고 있으면 손해를 볼 것이니 얼른 팔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환율이 내렸을 때 반응은 어떠한가? 이때 반드시 나오는 것이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이다. 원화 가치가 올랐다는 말이니, 수출기업이 단가를 올리지 못하면 채산성이 나빠질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역시나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이렇게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늘 걱정만 한다.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란 늘 양면적이다. 누군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우리 언론의 기사와 반대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맞는 말이다. 환율이 올랐다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고용이나 투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반면 환율이 내리면 수입품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물가가 안정될 것이며, 외국인 자금이 몰려올 것이다.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진다고는 하지만, 이 기업들이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 또한 싸지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

환율이 문제되는 경우는 매우 급격한 변동을 보일 때다. 즉 변동 폭이 커 경제에 충격을 미치는 경우이다. 보통 한국에 위기상황이 발생해 환율이 급등하는 경우가 문제일 수 있다. 사실 이런 경우라도 환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환율 급변동을 불러일으키는 위기상황이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이런 급변동이 일어난 경우는 1997년 IMF 당시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가 거의 유일하다.

최근에 환율이 다시 조금씩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언론은 늘 준비된 대로 물가 불안과 외국인 자금 이탈을 하나같이 걱정한다. 누구도 이 상황에서 수출기업들의 영업환경 호전을 축하하는 기사를 쓰지는 않는다. 굳이 환율의 긍정적 효과를 열심히 기사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의 변화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호들갑이 문제라는 것이다.

환율이 변화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속도는 얼마나 빠른 것인지, 그에 따른 영향은 어떠한지, 복합적 분석이 필요하다.

물론 아무리 훌륭한 기사가 나온다 하더라도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소한 현실의 맥락이라도 정확히 잡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주류 언론들은 늘 걱정만 한다. 이 논조가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일단 독자들이 현명해지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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