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혁신 전 <인천일보> 기자, 세 번째 소설 발간

 
<인천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소설집 ‘뒤집기 한판’과 ‘삼류가 간다’로 도시 서민들의 절망과 희망을 그려냈던 조혁신 작가가 이번엔 첫 장편소설 ‘배달부 군 망명기(출판사 작가들ㆍ1만 2000원)’를 출간했다.

‘배달부 군 망명기’는 현 시대 하층민들이 처한 고립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을 뒤로 물리고, 그 대신에 하층민들의 삶을 끊임없이 옥죄고 억압하는 주류사회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펼쳐 보여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직장에서 체험한 현실과 고민, 그리고 한동안 필리핀에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한 이 소설의 창작 의도에 대해 조 작가는 이렇게 고백했다.

“비극적 존재의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들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었다. 그들은 자본주의에서 깨지고 터지고 일터에서 쫓겨나고 짐승처럼 일하다가 죽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올렸다. 비극적 삶을 희극적으로 그리고 자본주의를 희화하며 자본주의의 심장을 찌르는 이야기들을 말이다. 비주류들이 다시 자본과 맞장 뜨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듯, 이 소설은 하층민을 대변하는 남매 배달부와 배달순,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는 하층의 지식인들이 자본과 권력에 통쾌하게 설욕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의 추악한 몰골과 그들의 앙상한 논리를 풍자로 일그러뜨리고, 여기에 기생하는 언론과 지식인들을 끝없이 조롱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국정원 댓글 논란과 권력의 시녀가 된 언론들, 박근혜 시대에 일어난 아르오(RO) 내란음모 사건과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등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될 것”이라고 조 작가는 말했다.

또한 “자본과 권력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담이든 만화든, 판타지든 무협지든, B급 영화든 포르노든 상관없이 소설에 가져다 쓸 수 있는 형식이란 형식은 마구잡이로 차용하는 종횡무진의 서사 전략을 구사했다”고 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이 소설의 재미는 기성 권력에 대한 통쾌한 복수의 서사와 이를 능란하게 끌어가는 작가의 서사적 재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본과 권력에 대한 하층민들의 근원적 저항방법을 찾고자, 작가는 퀵서비스 노동자 배달부 군의 망명기를 배치하고 그를 필리핀 반군과 만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리핀 반군의 싸움방식 또한 자본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우리시대의 투쟁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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