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의 경제이야기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로 핵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과 인접해있다는 원인도 있고, 원전사업과 관련한 숱한 비리사건 때문에라도 더욱 불안감이 크다. 그런 만큼 탈핵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방사능의 공포를 무릎 쓰고 아직도 원전을 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가격 때문이다. 발전방식별로 전기 판매단가를 살펴보면 1kw당 원전은 40원 수준이지만, 화력발전은 80원,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은 무려 220원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미래대안으로 늘 이야기하는 신재생 에너지도 120원 정도이므로 원전에 비해서는 거의 세 배 정도 비싼 셈이다.

물론 원전이 가진 놀라운 가격경쟁력의 이면에는 숨겨진 계산이 있게 마련이다. 원전을 건설해서 우라늄을 투입해 생산하는 전기비용만 셈법에 들어가지, 방사능 폐기물을 거의 영구무한으로 보관해야하는 비용이나,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기하는 비용은 계산하지 않는다. 결국 현 세대가 치르고 있는 위험비용과 후세대가 치러야할 폐기 비용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다. 이 비용을 모두 계산하면 원전도 결코 싼 발전방식이 아니라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숨겨진 비용이 크든 작든 핵폐기물을 배출하고 방사능 사고 가능성이 있는 원전이 궁극적인 에너지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원전에 대한 찬반입장과 무관하게 원전의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명제에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그 대안을 찾기 위한 각종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탈(脫) 원자력을 위해서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역시나 비용 문제이다.

독일의 예를 잠시 살펴보자. 독일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이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탈 원전을 선언하고, 2022년까지 자국의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런 독일의 결정은 참 대단하다 싶지만, 더 대단한 결단이 숨겨져 있다.

독일의 탈핵 방침이 발표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무려 50%나 인상한 것이다. 독일 기업들은 전격적인 전기요금 인상에 비명을 질렀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이미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비싸며, 기업용도 50%가량 더 비싸다. 독일의 탈핵 선언은 달리 말해 탈핵 비용을 온 국민이 감수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대안 에너지 개발 국가라는 독일도 현재 수준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8%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 수준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매우 멀다.

그만큼 앞으로 치러야 할 비용도 매우 클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에도 비용이 들고, 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데도 비용이 들 것이다. 우리가 원자력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드는 비용이다. 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후쿠시마의 비극을 되풀이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대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요구도 절박한 것이다. 그 요구가 절실한 만큼, 더 비싼 전기요금 청구서를 참아내야만 한다. 아직 인류의 기술은 ‘깨끗하면서도 안전한데 값도 싼’ 에너지를 개발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탈핵 운동에 동참한다는 것은 탈핵을 위한 비용 지불에도 동의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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