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부평구 옛 경찰종합학교 부지의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에 영유아보육종합지원센터ㆍ청소년미래센터ㆍ자원봉사센터ㆍ근린공원ㆍ고등학교ㆍ지구단위계획구역 등으로 활용하기로 도시 관리계획을 결정ㆍ고시했는데, 이중 청소년미래센터ㆍ자원봉사센터ㆍ고등학교를 짓지 않고 그 만큼 종합의료시설 부지를 늘리겠다는 게 요지다.

변경 이유는 이 토지를 공공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매입비와 공사비가 들어가는데, 시에 그럴만한 재정이 없고 인천아시안게임과 각종 개발 사업으로 부채가 급증하기 때문이란다. 송도6ㆍ8공구는 물론 인천버스터미널, 인근 구월농산물도매시장까지 팔아넘기는 상황에서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매각했거나 매각을 앞둔 부지와 옛 경찰종합학교 부지는 서로 성격이 다르다.

송도6ㆍ8공구는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바다를 매립한 것이고, 인천버스터미널은 기업에 매각했지만 임차료를 지불하고 사용한다. 농산물도매시장은 대체 부지를 마련해 이전한다. 이에 비해 옛 경찰종합학교 부지는 부평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공공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땅이다. 전체 부지 18만여㎡ 중 기획재정부가 11만 6479㎡, 인천시가 4만 3096㎡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사유지는 2만 7109㎡이다.

부평은 인구는 많고 땅은 좁은 데다 유휴지가 거의 없다보니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각종 인프라도 부족하다. 이러한 부평구에 숨통을 튀어줄 수 있는 땅인 것이다.

시가 종합의료시설 부지를 추가로 4만 5000여㎡ 확대할 경우, 이는 인천성모병원에 매각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경찰학교 부지 중 1만 8000여㎡를 이미 매입한 인천성모병원은 경찰학교 전체 부지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특혜시비도 일 수 있다.

게다가 인천성모병원 쪽은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간호ㆍ의과대학 실습교사, 실버타운 등 의료복합단지 조성을 계획 중이지만, 의과대학은 아직 정부의 인가도 나지 않은 상태다.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하는 인천교구 천주교회유지재단이 최근 서구에 인천국제성모병원을 개원한 상황에서 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할 자금능력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지난 4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병원이 커지면 지역상권도 활성화돼야하는데, 병원 안에는 빵집ㆍ음식점ㆍ커피숍ㆍ편의점ㆍ기숙사가 들어와 주변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민의 말도 새겨들을 만하다. 토지이용계획을 서둘러 변경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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