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화 건강과나눔 상임이사
건강보험제도는 1977년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해 1989년 전 국민건강보험으로 확대돼 올해 37주년이 된다. 건강보험은 그동안 국민의 건강수준을 높이면서 의료접근성과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며,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등 건강지표를 향상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의 두 배,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60% 정도로 OECD 평균(77.2%)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 재정적 문제점으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온전한 믿음을 받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의 이번 담배 소송은 공단에 대한 또 다른 믿음과 기대를 갖게 한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25개비로 세계 평균 17.7개비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겠지만, 공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자가 금연자에 비해 후두암에 걸릴 위험이 2.7배 높고, 기관지나 폐암에 걸릴 위험은 2.6배, 흡연으로 인한 정신ㆍ행동장애가 발생할 위험은 2.1배, 식도암에 걸릴 위험은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각종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에 걸릴 위험도 매우 높다. 더욱이 현재 흡연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과거에 흡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이에 못지않게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는 참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발현된다고 나왔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48.7% 증가했고, 연간 1조 5663억원으로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의 3.4%를 차지한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진료비 증가뿐 아니라 간접흡연의 영향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있다. 더욱이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금연정책에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회적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이 담배소송을 했으나 위험성을 알면서도 스스로 흡연을 선택한 흡연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매번 패소했다. 과연 흡연 피해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만 있는가? 그렇지 않다. 담배로 인한 손실에 대한 책임은 원인을 제공한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부터 담배회사가 건강상의 해악과 중독성 증가를 위한 내부 연구를 수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책임이 담배회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1994년 미시시피주를 시작으로 49개 주정부와 시정부 등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치료에 지출한 진료비 변상을 요구한 소송이 제기됐고 40개 군소업체는 2460억 달러를 변상하기로 합의한 사례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담배에는 소비세ㆍ지방교육세ㆍ건강증진부담금 등이 부과된다. 담배 가격의 62%를 차지한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국가의 담배세율이 평균 76%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담배세율은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건강보험공단의 담배 소송은 그 결과를 떠나 진료비 절감 외에 흡연자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닌, 그 근본적 원인제공자인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치료에서 예방ㆍ건강증진으로 건강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 건강보험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아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갖게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적 부담이 국민에게 있는 것처럼 건강보험공단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야한다. 담배 소송은 어쩜 그 첫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 가지 우려 점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공단 재정손실을 담배회사가 부담하게 됐을 때, 담배 값 인상으로 그 책임을 또 다시 국민들에게 전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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