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서 출판기념회

 
1989, 1994, 1999, 2004, 2009, 2014.

나열된 숫자의 규칙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1989년 「서산가는 길」(1989. 호서문화사)로 첫 시집을 발표한 신현수(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시인은 5년마다 시집을 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렇게 정해 놓으면 게으르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올해가 다시 5년이 되는 해, 「인천에 살기 위하여」라는 시집 제목으로 우리를 찾았다.

기자가 주안공단에서 일하던 1997년, 주안역 북광장에 자그마한 서점이 하나 있었다. 서점 주인은 책을 무척 사랑했다. 손님이 방문하면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주었고 좋은 책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당시 대학가에서 조금씩 사라져가던 사회과학서적을 많이 취급했던 것 같은데, 어느 한가한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서점을 찾았고 거기서 신현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처음처럼」(1994. 내일을 여는 책)을 구입했다. 그 책의 책날개 다음 장에는 시인의 친필 사인이 있었다.

기자와 신현수 시인 사이엔 구체적인 인연도 있다. 세 번째 시집인 「이미혜」(1999. 내일을 여는 책) 출판기념회를 부평문화원 강당에서 했을 때다. 가물거리는 기억이지만 시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마디를 하라는 사회자의 말에, 용기 내어 손을 들고 ‘나도 열심히 살아서 다음 시집에는 꼭 실리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의 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쳐난다. 보물처럼 여기는 고은 시인의 ‘만인보(萬人譜)’처럼 내가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 시인은 눈물 나게 감동적으로 또는 해학적 표현으로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게끔 시를 쓴다.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났으나 백일 무렵 인천 부평으로 이사를 왔다고 하니, 인천이 고향인 시인은 인천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많은 이들을 만났다. 같은 지역에서 동시대를 살다보니 그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많은 사람을 나도 알고 있었고, 내 이름이 시집 귀퉁이에라도 실렸으면 하는 어처구니없는 욕심을 내봤던 것이다.

세 번째 시집을 내고 나니
인천에서 운동하며 사는 후배들이
형 시집에 이름 안 나오면
인천에서 운동하는 거 아니다,
내 이름은 다행히 형 시집 후기
끄트머리에 나왔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런 말 들으면 사실 부끄럽다.

「군자산의 약속」(2004. 내일을 여는 책)에 나오는 ‘세상이 나를 얼마나 웃기는 놈이라고 비웃을지’라는 시의 도입 부분이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시를 쓰는데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들을 판단했다는 자기비판의 내용이다.

그의 시는 성찰로 가득 차 있다. 아니 스스로를 검열하는 듯도 하다. 여섯 번째 시집도 역시 고해성사 하듯 자신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놓는다. 그래서 그의 시를 계속 읽다보면 반성문을 읽는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오랜만에 마늘을 까는데…
그냥 까놓은 마늘 사서 쓰지 하는
생각에
슬슬 짜증이 난다…
나는 마늘이나 까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내 시간은 마늘 따위 까는
하찮은 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손가락 조금 아리다고

이번 시집의 ‘마늘을 까면서’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행위조차 그는 사색하는 힘을 통해 이율배반적인 자신의 속마음을 발견한다. 이것의 예술의 힘이 아닐까?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신현수 시의 장점은 ‘읽기 쉽다’이다. 혹자는 ‘신현수 표’ 시라는 표현을 했는데, 쉽게 읽히고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의 속성을 갖고 있는 그의 시를 그렇게 말한 것이다.

시인은 「처음처럼」후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에 관한 나의 생각은 매우 소박하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과 내용이되 뒤통수를 후려치는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시를 쓰려고 하는데 그런 자신의 생각에 시들이 값할지는 모르겠다’

기자가 보기엔 충분히 값을 하고 있다. 아니 시를 읽는 독자에게 ‘당신은 어떤가?’ 준엄하게 묻고 있는 것도 같다.

조재훈 시인은 ‘마음과 말이 일치해야 진실이 된다. 마음 따로 말 따로 라면 그것은 무책임한 거짓이다…. 마음과 말과 함(실천)의 행복한 일치에는 무한한 자기 채찍과 피나는 싸움이 따르는 법이다. 그러한 자기반성과 노력에 대해 우리 스스로 얼마나 엄격했던가를 물어야한다. 그런 물음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은 게으르다. 신현수의 시는 이러한 물음의 바탕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첫 시집에 발문을 썼다.

이번 시집에도 역시 성찰의 기운이 가득했으며 이웃하며 살고 있는 인천시민들이 사람냄새를 풍기며 등장하고 있다. 신현수 시인의 시를 읽으면 서정홍 시인의 ‘시인’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그저 바보처럼
외롭고 눈물 많은
사람입니다.

그 눈물로
세상을 적시고 싶은
사람입니다.

눈물 많은 바보, 신현수 시인은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에서 여섯 번째 시집 출판기념회를 연다. 시와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도 함께 한다고 하니 시간을 내어 볼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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