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의 컨테이너물동량이 작년 사상 처음 200만TEU(20피트 컨테이너 200만개)를 돌파하며 부푼 꿈에 젖었다. 또한 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인천 신항 항로 수심을 16m로 늘리는 증심(增深)사업 용역비 50억원이 올해 예산에 반영된 것도 성과였다.

인천항이 정부의 투-포트(two-port: 부산항과 광양항 중점 육성)정책으로 늘 홀대를 받는 가운데 이룬 성과라 인천 항만업계는 크게 고무됐다. 300만TEU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은 인천 신항 항로 증심과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그렇다.

인천항 운명, 신항 항로 증심에 달려

 
인천 신항은 정부의 ‘제2차 항만기본계획’ 당시 2015년까지 선석 15개를 개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제3차 항만기본계획’을 통해 2015년까지 선석 6개를 개장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비록 축소되긴 했지만, 2015년 6월께 부두 6개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부두가 만들어지면 바로 배가 드나드는 항만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항로가 있어야 한다. 인천 남항 컨테이너 부두를 만들어놓고 정작 남항을 입ㆍ출항하는 항로가 없었던 게 단적인 사례다.

인천 신항은 선박이 대형화되는 세계 흐름에 맞춰 중국과 미주, 구주를 오가는 8000TEU급 선박의 입ㆍ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배가 입ㆍ출항하기 위해서는 항로의 수심 16m를 확보해야하는 것이다.

수심 16m를 확보하지 못하면 대형 컨테이너 선박 입ㆍ출항이 불가능하다. 대형 선박 입ㆍ출항이 불가능하면, 인천 신항은 개장해도 항만기능을 못할 게 자명하다. 결국 남항에 있는 물동량이 신항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고, 남항 컨테이너부두와 배후부지는 공동화 현상을 겪을 공산이 크다.

그래서 16m 증심은 동북아시대 인천항의 운명이 걸려있다. 16m 증심 사업에 약 40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인데, 인천항은 이제 용역사업비 50억원을, 그것도 조건부로 받아냈을 뿐이다.

인천항에는 신항 항로 증심 사업 외에도 여러 가지 현안이 산적해있다. 항만시설(=부두와 배후단지)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자비율의 역차별 해소, 인천항과 국내 항만 간 배후부지 임대료와 접안료, 입ㆍ출항료 형평성 제고는 대표적 차별해소 정책이다.

인천항은 또 내적으로 내항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풀어야하고, 대외적으로는 대중국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정기항로를 증설하고, 나아가 해운자유화협정으로 나가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중심에 있는 당사자가 인천항만공사다. 2014년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인천항만공사는 여전히 2013년에 머물러 있다. 인천항만공사의 이사회인 인천항만위원회가 3개월이 넘게 인선을 하지 못하고 방치돼있는 것이다. 인천 항만업계에선 이 또한 인천이 홀대 받는 사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돈 지 오래다.

인천항만위 공석사태는 ‘인천 홀대’

인천항만위는 상임위원 4명(=사장 1명, 본부장 3명)과 비상임위원 7명(=정부 추천 4명, 인천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원 4명 중 본부장 3명과 비상임위원 7명 중 4명(=정부 추천 3명, 인천 추천 1명)의 임기가 지난해 10월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원 중 운영본부장은 임기가 1년 더 연장되면서 공석상태를 피했지만, 나머지 2명은 여전히 공석상태로, 전임 위원이 대신하고 있다.

남은 상임위원 2명은 경영본부장과 건설본부장으로, 올해 초 인천항만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경영본부장으로 3명을 추천했고, 건설본부장에는 해양수산부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 비상임위원 4명 추천은 이대로 가면 2월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논란이 됐던 자리는 경영본부장이다. 경영본부장은 정부 예산을 따오고 인천항에 대한 정부정책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위치다. 그래서 인천 항만업계는 인천항을 잘 알고 인천 항만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을 원했다.

현재 이 자리에 현 정부 실세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와 해운업계 출신, 항만산업 관련 교수가 추천됐다. 인천 항만업계가 원하는 사람과 정부가 낙하산으로 미는 사람 사이에는 간극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제는 인선이 늦춰지면서 인천항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를 총괄하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격 경질됐다. 인천항만위 공석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진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정부, 영종 드림아일랜드 일방 추진

인천항만위 사태와 더불어 인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 있으니 바로 해수부가 지난 4일 전격 발표한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드림아일랜드’사업이다.

해수부는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316만㎡)을 2020년까지 세계적인 종합 관광ㆍ레저단지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항만 재개발 사상 최초의 민간제안사업으로, 사업규모는 약 2조 400억원이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주)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가 선정됐다.

(주)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는 내년 하반기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0년까지 워터파크와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특급 호텔과 복합쇼핑몰, 마리나 리조트, 테마공원, 골프장 등을 짓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사업과 이해관계가 밀접한 인천시는 물론 인천항만공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과 단 한 번의 협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해수부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인천항만공사의 인천 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 개발사업과 상당부분 중복되고 또 인천경제청이 영종도 미단시티에 계획하고 있는 개발사업과도 상당부분 중복된다.

2013년 11월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은 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 개발과 해수부가 추진 중인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항만 재개발사업이 총9개 분야 중 6개(67%) 분야에서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인천항만공사는 남항 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43만 9267㎡)에 2015년 1월부터 6000억원을 투입해 마리나 리조트, 한류 공연장, 호텔, 스파, 워터파크, 월드마린센터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이 역시 민간자본 사업으로 추진된다.

인천경제청과 인천도시공사의 사활이 걸려있는 미단시티의 경우 사정은 더욱 딱하다. 영종도 미단시티는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과 거의 맞닿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인천시가 미단시티를 복합리조트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터라, 최소한 인천시와 협의해야했다. 인천항만위 공석사태와 정부의 일방적인 영종도 드림아일랜드 사업 추진에 담긴 인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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