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사업 양식 벗어난 설문조사, 논란일 듯

▲ 효성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효성동 100번지 일원).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1월 22일 계양구 효성동 효성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안)과 구역지정(안)을 ‘11대 9’로 가결했다.

개발방식을 수용방식으로 확정함에 따라 환지방식을 주장했던 토지소유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같은 날 환지방식을 주장하는 토지소유자 92명은 토지소유주임을 입증하는 토지열람조서와 주민등록증 사본을 첨부한 서류를 시 개발계획과에 제출했다.

시가 수용방식으로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정했지만, 상당수 토지소유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데다, 심의과정에 허점이 노출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효성도시개발사업은 계양구 효성동 100번지 일원 43만 4989㎡에 공동주택 3200여 세대를 건립하는 개발 사업이다. 당초 효성도시개발(주)이 추진하려했으나, 효성도시개발(주) 대표이사 등 관련자가 부산저축은행 비리사태와 관련해 4700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파행을 겪었다.

이후 지난해 5월부터 효성도시개발(주)의 주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가 효성도시개발(주)을 인수한 뒤 다시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시 도시계획위의 결정이 11대 9로 가결될 만큼 처음부터 격론이 예상된 상황이었다. 도시계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혁재(정의당 연수지역위원장) 위원은 “시는 효성도시개발(주)이 엉터리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70% 넘는 주민이 사용ㆍ수용방식에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양식조차 어기고 임의로 만든 설문지를 돌려 조사했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또 “토지소유주 167명 중 92명이 주민등록증 사본을 첨부해 환지방식을 원한다고 시 개발계획과에 제출했다”며 “왜곡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가결된 개발계획(안)은 오히려 주민 갈등과 혼란만 더 부추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성도시개발사업지구 면적 43만 4989㎡ 중 24만 2267㎡(55.7%)를 효성도시개발(주)이 소유하고 있고, 국ㆍ공유지(5개 기관)가 9만 2665㎡(21.3%)이며, 민간 토지소유자 167명이 23.1%에 해당하는 10만 57㎡를 소유하고 있다.

환지방식 요구 9명에 불과한데, 민원 제기는 92명

▲ 효성도시개발이 작성한 설문지.
도시개발사업 시행사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시개발법’상 시행단계에서 사업 대상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소유하고 토지소유주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여기서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 소유와 토지소유주의 과반 동의다. 시 도시계획위는 이날 시 개발계획과가 ‘환지방식을 요구하는 토지소유자가 9명에 불과하다’고 보고하자, 강제 수용방식을 결정했다.

그러나 시의 이러한 보고는 허점이 많다. 시가 ‘환지방식을 주장한 토지소유주가 9명에 불과하다’고 한 것은, 시행사인 효성도시개발(주)이 토지소유자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 기인한다. 이 설문조사는 ‘도시개발법’에서 정한 양식을 채택하지 않은 엉터리인 데다, 토지소유주의 인감 날인도 받지 않았다.

토지 면적 ‘3분의 2’ 이상 소유도 매우 불명확하다. 전체 토지 중 효성도시개발(주)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55.7%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5개가 소유한 국ㆍ공유지는 아직 소유권 이전이 안 된 상태다.

그렇다면 민간 토지소유자 167명이 가지고 있는 토지 중 일부가 효성도시개발(주)에 이전 돼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명확하다. 효성도시개발(주)은 2010년 1월에 민간 소유 토지 중 일부를 3.3㎡당 300만~350만원에 매입했다. 그 땅이 55.7% 정도에 해당한다.

현재 남아 있는 토지소유자 167명 중 98명은 효성도시개발사업 측과 전혀 계약 맺은 적이 없는 이들이고, 30명은 신탁상태, 나머지는 40여명은 구 백영건설과 원진D&C와 계약을 맺은 이들이다. 98명 중 92명이 이번에 시에 환지방식을 주장하며 민원을 제기했다.

즉, 효성도시개발은 구 백영건설 등과 소유권 이전 협약을 맺었는데, 백영건설과 원진D&C와 매매 계약을 체결한 이들은 아직 잔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토지 소유권은 여전히 효성도시개발에 이전 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시는 이번 결정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시 개발계획과는 “이번 결정은 사업방식과 구역지정 결정이지, 사업시행 인가가 아니다. 사업시행 인가를 받으려면 토지소유주의 주장대로 소유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한다. 구역지정만 마쳤을 뿐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 도시개발사업법 시행령에 따른 양식.
반면, 환지방식을 주장하는 토지소유주로 구성된 가칭 효성도시개발사업조합은 이번 결정에 하자가 있다는 의견이다.

조합장은 “환지방식을 수용한 사람이 9명이라고 했는데,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9명이 아니라 토지소유주 모두 환지방식을 원한다. 효성도시개발(주)에서 작성한 엉터리 설문조사를 근거로 수용방식으로 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는 명백한 절차상 하자다. 환지방식을 요구하는 토지소유주의 신분증과 토지열람조사서를 제출했으니 시 개발계획과와 우리 조합이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며 “또 효성도시개발(주)은 전체 토지의 ‘3분의 2’도 소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시계획 심의 과정의 허술함을 지적했던 이혁재 위원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받고 나서 제3자에게 사업권한을 매각한다는 게 예금보험공사의 입장이다. 이는 낙후한 도시환경을 정비하고 원주민 재정착을 높인다는 도시개발사업 취지와 안 맞는다. 결국 사업권한을 빨리 매각해 먹고 튀려다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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