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한 지 4주차에 접어들었다. 예전에는 주간과 야간조로 나뉘어 각각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하다가 이제는 전ㆍ후반조로 나뉘어 각각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오후 3시 40분부터 새벽 1시 50분까지 일한다. 밤샘노동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삶에 변화가 시작됐다. 교대제가 변경된 지 채 한 달이 안 돼 구체적 변화를 분석한 것은 없지만, 이미 지난해 3월부터 밤샘노동을 폐지한 현대자동차에 견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지난해 8월 조합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3.5%가 수면의 질 향상. 심리ㆍ육체 피로도 감소, 취미와 여가시간 증대, 가족 유대감 향상 등을 들어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불만도 따랐다. ‘퇴근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후반조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2시가 넘어 아내와 방을 따로 써야한다’는 이야기는 대표적 사례다.

이런 변화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가족, 그리고 협력업체와 지역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교대제 변경으로 전반조일 땐 다른 식구보다 1시간 이상 먼저 일어나고, 2시간 이상 빨리 퇴근해야한다. 후반조일 땐 다른 식구가 모두 잠든 시간에 집에 들어간다. 아이를 양육하는 맞벌이부부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폭스바겐이 소재한 독일 볼프스부르크주는 폭스바겐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다양한 근무형태를 시행한 이후 이혼율이 급증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대부분 수동적 여가활동에 익숙하고 부부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분석을 눈여겨볼 만하다. 부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적극적 여가활동을 위한 정보·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지역사회에 끼칠 영향도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 일례로 후반조 퇴근시간대인 새벽 2시 이후 대중교통버스의 운행 문제이다. 대중교통수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가용 출근이 확대돼 교통 혼잡과 주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역 상권에 끼칠 영향도 미리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지엠 교대제 변동에 따른 문제는 한국지엠에 그치지 않는다. 인천시와 부평구, 각종 교육기관과 문화예술단체 등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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