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부정부패 척결’ 강화, 도박 알선 카지노 직원 4명 체포

 
중국에서 고객 유치활동을 벌이던 한국인 카지노업체 직원 4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한 달 이상 억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카지노 유치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4일 <KBS>는 중국 현지에서 국내 카지노 고객을 모집하던 한국인 3명이 지난달 10일 베이징의 한 아파트에서 체포된 데 이어 19일에도 상하이 공항에서 한국인 1명이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국내 카지노 업체 2곳의 직원들로 전해졌다. 체포된 한국인 4명은 도박 알선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중국인 고객이 현지에서 국내 카지노업체 직원에게 거액의 자금을 건네면 한국에서 즉시 원화로 바꿔주기 때문에 불법자금 유출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중국 내에서 카지노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 불법으로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부정부패 단속을 강화하면서 오랜 기간 한국 카지노업체들의 중국 내 영업활동을 수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카지노 이용객의 40%가 중국인이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아예 중국 현지로 직원을 파견해 고객 유치에 나선 것으로, 중국에서 영업 중인 국내 카지노 직원은 100여명으로 파악된다.

중국공산당은 2013년 11월 9~12일 개최한 중국공산당 18기 3중전회(=당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대표자회의)에서 시진핑을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의 ‘집권 10년의 개혁ㆍ개방 방안’을 제시하며 ‘시장의 기능 강화’를 강조한 동시에 ‘부정부패 척결’도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18기 3중전회는 사법개혁 조치로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권, 검찰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중국공산당은 헌법과 법률의 권위를 유지하는 선에서 법 집행체제를 개혁해 재판권과 검찰권을 독립시켰다. 재판권과 검찰권의 독립은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하는 부패척결의 핵심조치로 평가된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공부 중인 한국인 김국래씨는 “어느 나라 정부나 새 정부가 등장하면 출범 초기 부정부패 척결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데, 베이징에서 단속은 전보다 훨씬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 베이징 고급 음식점이 장사가 안 될 정도로, 중국 정부가 우리로 치면 업무추진비의 사용처를 규제하는 등, 부정부패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에 체포된 카지노업체 직원은 제주도 내 카지노업체 직원으로 파악된다. 제주지역 인터넷언론 <제주의소리>는 16일 “경찰과 카지노업계에 따르면 2013년 12월 중국 현지에서 제주도 중문관광단지 내 H호텔에 입주한 카지노업체 관계자 3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제주의소리>는 또 “제주시내 T호텔 카지노업체 관계자 1명도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호텔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고객 유치를 위해 중국에서 활동 중인 제주지역 카지노업체 관계자들이 현지 공안에 억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내 카지노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 ‘카지노업계 큰손’으로 부상, 경쟁 치열

국내 카지노업체 직원이 중국에서 체포된 것은 도박 알선과 불법자금 유출 혐의다. 카지노업계의 중국 현지 고객유치 활동은 일종의 판촉행사로 볼 수 있지만, 한국과 달리 중국은 카지노 알선 행위에 대해서도 불법으로 판단해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국내 중국인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국내 카지노업계는 이른바 ‘큰 손’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영업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카지노업계에서도 큰 손으로 등장했다. 국내에는 외국인전용 카지노 16개와 내국인대상 카지노 1개(=강원도 정선)가 있다. 외국인전용 카지노는 서울 3·부산 2·인천 1·강원 1·대구 1·제주 8곳이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한 해 외국인방문객 중 238만 3587명이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이용했고, 여기서 발생한 매출액은 약 1조 2510억원이다. 같은 기간 정선 카지노는 이용객 302만 4511명에 매출 1조 209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카지노업체들이 2012년 정부에 내놓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약 1171억원으로, 매출액의 약 9.3%다. 2012년 우리나라 관광외화수입은 141억 7600만 달러다. 이중 카지노 수입은 11억 3729만 달러로 약 8%를 차지했다.

국내 카지노 외국인이용객은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1992년 68만명을 기록한 뒤, 2004년 67만명, 2005년 57만명으로 줄었다가 2006년 98만명을 기록한 뒤 2007년 처음으로 117만명을 넘어섰고, 2011년 210만명을 넘었다.

카지노 외국인이용객 중 중국의 비중이 단연 높게 나타났다. 2012년 이용객 238만 3587명 중 중국인은 97만 818명으로 40.7%를 차지했다. 일본인(78만 5538명, 33%)과 대만인(7만 8977명, 3.3%)이 뒤를 이었다.
이렇듯 중국이 국내 카지노업계의 큰 손으로 등장하면서 중국 현지에 직접 가서 손님을 유치하게 된 것이다.

영종 카지노, 중국발 악재에 기존업체 반발 겹칠 듯
인천경제청, 미단시티 개발 위해 카지노 불가피

그러나 중국 정부가 카지노 알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불법자금 유출 혐의까지 조사하고 있어 국내 카지노업계는 위축될 가능성 높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카지노 유치에 사활을 건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변화가 요구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 카지노를 짓겠다고 하는 업체는 5군데 정도 된다. 우선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거대 카지노자본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와 중국 화상(華商) 부동산재벌 리포의 합작법인인 리포&시저스가 영종도 미단시티에 카지노를 구상하고 있다.

또 일본 카지노업체 오카다(회장 오카다 가즈오)는 자회사 오카다홀딩스코리아와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코리아를 통해 영종하늘도시와 인천공항 국제업무 지역에 카지노 두 개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 파친코 대부 ‘마루 한(한창우)’이 한상(韓商)자본을 끌어들여 설립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는 영종대교 아래 준설토 투기장에 카지노를 계획하고 있다. 인천과 부산에서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운영 중인 (주)파라다이스는 인천공항 IBC-I 지역에 카지노를 계획하고 있다.

이중 리포&시저스가 지난해 1월 말 문광부에 ‘미단시티 카지노’ 사전심사를 신청했고,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4월 3일 ‘인천공항 국제업무 지역(IBC-Ⅱ) 카지노’ 사전심사를 신청했으나 모두 탈락했다. 이후 리포&시저스는 지난해 12월 17일 다시 카지노 사전심사를 신청했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7일 (주)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의 영종하늘도시와 IBC-II, 리포&시저스의 미단시티, (주)파라다이스의 IBC-I 등 4곳에 카지노가 개장하면 2020년 기준 생산유발효과는 최소 6조 8000억여원에서 최대 12조 8000억여원이고, 부가가치 규모는 3조 3000억여원에서 6조 5000억여원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와 맞먹는 규모다. 200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인천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개최됐을 경우 생산유발효과 12조 9000억원과 부가가치 5조 6000억원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인천경제청 투자유치본부는 그동안 “카지노 사업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경제자유구역의 카지노는 외국인전용 카지노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데, 이들을 유치하면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미단시티 카지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단시티의 전체 개발면적은 약 269만 9945㎡다. 관광레저단지로 개발하는 이 부동산 개발사업의 핵심이 바로 카지노 유치다.

중국을 겨냥했던 인천이 ‘중국 정부의 카지노 단속’이라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중국 정부는 단순히 도박행위에 대한 단속을 넘어 불법자금 유출 혐의까지 수사하고 있다. 자국 내 자금이 해외로 빠지는 것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것이다.

중국 정부의 단속이 심할수록 카지노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할 전망이다. 2012년 기준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 16개의 매출은 약 1조 2510억원이다. 이 중 서울 소재 카지노 3곳의 매출이 8522억 3300만원으로 68.1%를 차지했다.

이번에 중국 정부가 체포한 카지노 직원은 제주도 소재 업체 소속이다. 제주도 업체 8곳의 매출은 1438억 9700만원으로 11.5%를 차지했다. 인천은 6.2%를 차지했다.

인천의 카지노 사업은 서울, 제주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정부의 신규 카지노사업 허가에 대한 기존 업체의 불만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주)파라다이스가 인천하얏트호텔 소재 카지노를 신규가 아닌 인천공항 주변지역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검토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카지노 유치에 변함이 없다. 인천경제청과 인천도시공사는 도시공사 재정난 해결과 미단시티 부동산 분양을 위해 카지노 유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문광부는 리포&시저스가 신청한 ‘미단시티 카지노’ 사전심사 신청에 대해 오는 3월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중국 발 카지노 단속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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