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허브공항 경쟁 치열 … 여객 1억명 시대 준비해야

개항 12년 9개월 만에 연간 4000만명 달성

2013년 12월 25일 인천국제공항은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 사장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특별한 손님을 기다렸다.

오전 11시,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368편 비행기가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잠시 후 중국인 여객 ‘씨에 치옹찬’씨가 여객터미널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사장은 그에게 다가가 행운의 열쇠와 왕복항공권, 면세점 상품권 등을 전달했다.

씨에 차옹찬씨는 의아해 했겠지만, 그는 2013년 인천공항의 4000만 번째 손님이다. 공사는 여객 4000만명 돌파를 기념해 그에게 선물을 줬던 것이다. 2001년 3월 29일 개항한 인천공항은 개항 12년 9개월여 만에 연간 여객이 사상 첫 4000만명을 돌파했다.

2001년 인천공항의 여객은 1454만명을 기록했다. 이후 연평균 6.4% 증가하며 12년 9개월 만에 2.7배 성장했다. 그동안 취항 항공사는 47개사에서 84개사로, 취항 도시는 109개에서 176개로, 환승객은 163만명에서 706만명으로 늘었다.

인천공항은 2012년 3897만명을 기록하면서 2013년엔 4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공사는 “저비용 항공사(LCC)의 성장과 중국인 관광객ㆍ환승객 증가에 힘입어 올해 4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이 여객 4000만명을 돌파했다는 것은 인천항이 컨테이너 물동량 200만TEU를 달성한 것과 더불어 인천이 동북아시대 환황해권 경제블록의 거점도시임을 입증한 이정표다.

국제공항협의회(ACI)는 연간 국제선 여객수가 4000만명 이상인 공항을 대형 공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인천공항이 대형 공항 진입을 대내외에 알린 신호탄인 것이다.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8년 연속 1위를 지켰다. 그만큼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한’ 공항이라는 것이다. 공사는 급증하는 여객 수요에 맞춰 출입국수속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4000만명 돌파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 비결로 개항 후 계속 축적한 ICT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을 꼽았다.

공사는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를 대거 확충하고 심사를 확대 적용했으며, 예상 여객수에 따라 인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승객예고제를 운영해 평균 수속시간을 국제기구(ICAO) 권고 기준보다 단축했다. 출국수속 60분을 세 배 이상 빠른 19분으로, 입국은 45분에서 12분으로 단축해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인천공항 포화상태
늦춰진 제2여객터미널 완공시기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조정하는 3단계 공사가 추진 중이다. 당초 2015년에 완공하려 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 2017년으로 2년 연기됐다.<사진출처·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은 5단계까지 개발하는 것으로 돼있다. 2008년 6월 2단계 공사를 마친 상태로 연간 여객 처리능력은 4400만명이다.

공사의 향후 인천공항 여객처리 전망치를 보면, 2015년 4500만명, 2017년 5000만명, 2020년 6000만명이다. 공사가 전망치를 비교적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2015년께 인천공항의 여객 처리능력은 포화상태를 초과한다.

이에 대비해 지난 정부는 제2여객터미널(=3단계 공사)을 2015년에 완공하려 했다. 3단계 공사는 약 4조 93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여객 처리능력을 현 4400만명에서 6200만명으로, 화물 처리능력을 450만톤에서 580만톤으로 늘리는 동북아 허브공항 육성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공사 계획이 이명박 정부 때 2017년으로 2년 더 연기됐다.

당초 계획대로 2015년에 완공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완공시기가 2년 늦춰져 공사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동북아시아 경제블록이 커지고 이에 따라 동북아 허브공항을 선점하기 위한 나라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기 투자가 늦춰지면서 8년간 제패한 ‘세계 1위 공항’에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공사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여객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국내선 카운터를 1층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국제선 카운터 19개를 증설해 현재 총399개의 국제선카운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출국장 입구를 현 4개에서 6개로 확장하고, 출국여객 대기공간을 넓히는 것은 물론 주차장도 2000면을 추가로 증축해 제2여객터미널이 완공되는 2017년 말까지 여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때문에 공사도 근본적인 대책은 공항 확장이라고 보고 있다. 즉, 한쪽에서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2017년 말 완공 예정인 3단계 공사를 앞당기는 게 요구된다.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 치열, 4단계 공사 서둘러야

인천공항의 여객 처리실적을 보면, 2002년 2000만명에서 2005년 2600만명을 돌파한 뒤 2007년 3127만명을 기록했다. 1단계 공사의 처리능력은 3000만명이었다. 즉, 정부가 2단계 공사를 2002년에 미리 시작하지 않았으면 인천공항은 2008년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에 3단계 공사의 조기완공과 더불어 4단계 공사의 조기 착공을 위한 정부 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 현재 아시아 각국은 여객과 화물이 모이는 허브공항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항공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공항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인천공항의 경쟁상대는 중국 공항들이다. 세계 2대 강국인 중국은 동북아시대 허브공항을 선점하기 위해 전면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도 베이징공항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현재 중국 내 공항 180개를 250개로 늘릴 전망이다.

인천공항 4단계 공사는 여객터미널과 활주로 증설로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 처리능력을 1억명, 화물 처리능력을 1000만톤으로 키우는 것이다. 1단계 공사가 8년 넘게 걸렸고, 2단계 공사는 6년 넘게 걸렸다. 향후 10년을 내다본다면, 4단계 공사를 위한 정책 결정 시기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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