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구월농산물시장 부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 선정

인천시는 남동구 구월동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2필지 5만 8663.5㎡)와 건물(4만 4101.8㎡)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쇼핑(이하 롯데)을 선정해 투자약정서를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초 인천버스터미널 부지(7만 8000여㎡)와 건물을 인천시로부터 9000억원에 매입한 롯데는 버스터미널 부지 바로 옆에 있는 농산물도매시장 부지까지 매입해 인천 상권의 상당 부분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인천에서 가장 많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하나인 송도에 1조원을 투입해 대규모 쇼핑타운을 개발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 최대 상권 중 하나인 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사들였고, 이번엔 농산물도매시장 부지까지 매입해 상권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 농산물도매시장 부지 매입해 상권 개발

농산물도매시장 부지의 감정가는 3056억원이다. 롯데는 이 일대를 일본 도쿄의 랜드마크인 ‘롯본기힐’ 못지않은 상권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인천시에 전달했다.

롯데는 농산물도매시장 부지를 인수하면, 버스터미널 부지 개발 계획과 연계해 대규모 복합문화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초대형 '롯데타운'을 짓겠다는 포부다. 터미널에 있는 백화점ㆍ마트ㆍ시네마 등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증축할 예정이다.

농산물도매시장은 1994년 1월 개장됐다.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인천 인구가 급증하면서 도시가 급속히 팽창해 농산물도매시장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시는 농산물도매시장을 남동구 남촌동으로 이전할 계획을 2005년부터 세웠다. 시는 남촌동 농산물도매시장을 2016년 말까지는 개장할 계획이다.

시는 농산물도매시장 부지 매수인 선정을 위해 지난해 11월 초에 신탁사ㆍ자산운용사ㆍ유통회사ㆍ증권사ㆍ건설사 등 업체 200개를 대상으로 매수 참여 의견을 물었다. 답변한 업체는 3개에 불과했다.

시는 이 3개 업체에 농산물도매시장이 이전할 때까지 현 기능을 유지할 것, 이전한 후 소유권 이전등기를 완료할 것 등의 조건 수용 여부와 구체적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이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중심으로 부지 개발 계획, 회사의 신용상태, 자금 조달계획 등을 평가해 롯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시는 이달 21일까지 롯데와 현물 실사를 거쳐 23일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투자 약정을 계기로 최신식 농산물도매시장을 건립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인근 버스터미널과 백화점, 로데오거리 등 지역 상권과 연계한 복합개발이 가능해 구월동 일대가 일본의 ‘롯본기힐’처럼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사진 : 롯데쇼핑 홈페이지 갈무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놓고 논란 예상

하지만 시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과정과 매각 시점 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먼저, 시가 2012년에 버스터미널 부지와 송도 6ㆍ8공구 매각을 추진할 때부터 농산물도매시장 부지를 롯데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세웠기 때문이다. 당시 시 고위 관계자는 기자 간담회에서 “롯데가 농산물도매시장까지 사들인 뒤 복합개발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부지 매입을 기정사실로 한 것이다. 이에 인천지역의 언론사들은 농산물도매시장 부지가 롯데에 매각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렇게 보도했다.

이와 관련,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 평가담당관은 “5.31 대책을 세울 때 버스터미널 부지와 농산물도매시장 부지를 한꺼번에 팔자는 내부 검토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두 번째 논란은 경쟁 입찰을 통해 좀 더 높은 가격에 부지를 매각해야함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시는 업체 200개에 매수 의향을 물어 3개 업체가 입찰 참여의사를 밝혔고, 검토를 거쳐 롯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단독입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자산운영회사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사실상 포기했고, 시행사는 최소한의 자료만 제출해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롯데와 단독협상으로 어떻게 높은 가격으로 부지를 매각할지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시는 감정가액인 3056억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농산물도매시장 옆에 위치한 버스터미널 부지를 매입한 상태라, 농산물도매시장 부지를 매입하면 부가적인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른 회사와 경쟁을 시켜야 부지를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시는 경쟁을 유발시키지 않았다. 특혜 논란도 따를 수 있는 대목이다.

세 번째는 매각 시점이다. 부동산 경기가 몇 년째 침체돼있지만, 최근 정부가 각종 부동산 부양책 등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왜 서둘러 매각절차를 밟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김광석 경제수도추진본부장은 “농산물도매시장이 이전할 지역을 그린벨트에서 해제할 수 있는 시기와 맞물렸고, 신설 농산물도매시장의 경우 국비 지원이 없어 이전을 위해서는 지금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시의 이번 매각 결정은 인천시 도시기본계획과도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롯데는 버스터미널 부지를 매입할 당시 프랑스 ‘라데팡스’와 같은 도심 재개발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엔 일본의 ‘롯본기힐’과 같은 랜드마크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라데팡스’와 ‘롯본기힐’이 어떻게 한 공간에 존재할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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