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협착에 의한 장 파열’ 추정
병원 사망진단서 추정과 달라 ‘논란’
특별노사협의회 열어 사후대책 합의

새해를 닷새 앞둔 지난달 27일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가족과 회사 쪽은 30일 보상과 관련해 합의했고, 31일 장례식을 치러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사고 발생의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등 해결해야할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인천지회(지회장 강홍규ㆍ이하 노조)가 밝힌 내용 등을 종합하면, 사고는 27일 오전 10시께 ‘60톤 전기로 장입기중기’에서 발생했다. 기중기에 그리스(grease: 윤활유) 주입 작업을 하던 김아무개(27)씨가 기중기 보수작업대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한 뒤 119 구급차량으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12시 45분께 끝내 숨지고 말았다.

당시 담당의사는 ‘시티(CT)와 엑스레이(X-ray) 촬영 결과 골절이나 출혈이 전혀 없고, 부정맥으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사인에 대한 의사 소견이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노조 쪽과 유가족, 경찰은 부검하기로 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28일 오전 11시에 시작한 부검 결과, 김씨의 사인은 ‘협착’에 의한 장 파열로 추정됐다. 협착이란 기계의 움직이는 부분 사이 또는 움직이는 부분과 고정부분 사이에 신체 또는 신체의 일부분이 끼이거나 물리는 것을 말한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인한 단순사고에서 산업재해로 바뀐 것이다.

이와 관련, 노조 안전부장은 3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협착으로 인한 장 파열 추정은 구두로 전해진 것이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3주 걸린다고 한다”며 “경찰도 사고 경위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 공장은 고철을 녹여 철근 등을 만드는 곳으로 사고가 나면 인명사고 등 큰 사고”라며 “어제(=2일)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특별노사협의회를 개최했고, 그 결과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원인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사후대책 등을 제대로 매듭짓기 위해 특별노사협의회 개최를 요구했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날 노사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사고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60톤 기중기 공장’에 안전시설을 우선 설치한 후 전체 공장을 검토해 진행하기로 했으며, 현장에 부족한 인원을 1월 말까지 최대한 채우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당진공장에서 응급구조사 확보, 구조장비 개선 등 안전관리를 위해 예산 1200억원을 확보한 것처럼 인천공장에서도 안전관련 예산을 검토해 노조가 요구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병원 의사의 오진으로 진료대응이 미흡했다고 보고 진상조사 후 고소고발이 필요하면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노조에 따르면, 강홍규 지회장은 지난 31일 병원을 항의 방문해 담당의사의 진료과정과 사망진단서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담당의사는 유감을 표명한 뒤 ‘환자가 응급실에 왔을 때 이미 사망상태였고, CT촬영 결과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사인을 부정맥에 의한 심근경색으로 추정한 것이며, 사망의 종류는 병사가 아닌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하고, 경찰 쪽에서도 부검할 것을 지시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최종 부검결과에 대해서 자신도 궁금하고, 골절 등 CT촬영 결과 외상은 없었다’고 했다.

이에 강 지회장은 ‘처음 환자상태를 진단했을 때 이상소견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진단서(부정맥에 의한 심근경색 추정)를 발급한 분분에 대해 병원은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