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지엠 밤샘근무 폐지, 노동자 삶과 지역에 미칠 영향은?(중)

상권 변화 불가피, 술집이 가장 큰 타격

한국지엠의 밤샘근무 폐지로 지역상권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울산의 경우 현대자동차 밤샘근무 폐지 10개월 만에 당구장과 골프연습장은 증가했으나, 술집 등 유흥주점의 매출은 크게 줄어들었다.

2013년 3월 23일 <매일노동뉴스>의 특집보도를 보면, 현대차 정문 앞에서 22년째 아귀찜 식당을 하고 있는 이아무개(54)씨는 “1조가 끝나는 오후 3시 30분에는 밥이나 술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새벽 1시 30분에는 다들 통근버스를 타거나 자가용을 끌고 가니 술 마시는 사람이 없어요. 지난주 금요일에는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손님이 딱 한 테이블 있었습니다. 점심시간도 1시간에서 40분으로 줄어들어 밥 먹으러 나오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한아무개(65)씨는 “매출이 평상시보다 50% 이상 떨어졌다”며 “밤새도록 일하고 아침 8시에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국밥과 소주를 팔아 15년을 먹고살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울산북구지회에 따르면, 염포ㆍ양정동 일반음식점 250여개 가운데 3월 들어 16곳이 문을 닫았다.

당시 안희수 울산시 북구 경제일자리과장은 “식당이나 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게 생겼다며 생계대책을 호소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지난 10년간 현대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한다, 안 한다 논의만 하다가 올해 갑자기 시행하니까 미처 대응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상권이 죽어가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청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부평 역시 한국지엠이 1월 2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는 것을 알고 있는 상인은 드물다.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로 부평의 경우도 갈산동과 산곡동, 청천동 일대 상권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마지막으로, 근무형태 변화가 완성차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노동 양극화 해결의 계기가 돼야한다고 했다.

완성차 제조사의 주간연속 2교대제가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일부 1차 벤더를 제외한 다수 부품 협력업체들의 근무형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울러 협력업체의 경우 완성차 노동자에 비해 노동강도는 세고, 임금은 적다. 협력업체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에는 생산물량을 어느 정도 맞추면서 임금을 보전해줘야 하는 데, 이는 완성차와 협력업체 간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관행을 개선하지 않는 한 협력업체 독자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노광표 소장은 “완성차의 근무형태 변화가 협력업체로까지 선순환되지 않으면 노동 시장의 핵심 문제인 ‘노동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 주간연속2교대, 부평의 과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변화 함께 고민해야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한국지엠이 2013년 3월 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실시 후, 4월 8일부터 8일 동안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1만 44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6692명이 응답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늘어난 시간의 활용 실태를 보면, ‘휴식과 TV 시청’이 44.4%로 가장 많았고, 2위가 ‘레저와 스포츠 활동’으로 38.9%, 3위는 수면(낮잠)으로 25.4%를 차지했다. 불과 2주라는 짧은 시범기간에도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전면 시행 이후 레저와 스포츠 활동, 문화 활동 등 적극적 여가활동은 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근무형태 변화로 일과 생활 간 균형을 위해 회사에서 지원했으면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응답자의 46.4%가 ‘취미생활 프로그램’을 1순위로 선택했다. ‘퇴직 이후 창업대비와 자격증 준비 프로그램’이 41.7%로 2위를, 3순위는 이보다 한참 낮은 비율로 ‘건전한 여가생활을 위한 컨설팅(23.1%)’으로 나타났다.

반면 ‘각종 대회(체육ㆍ등산)’나 ‘유명강사 초청 교양강좌’와 같은 일회성 행사 성격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요구는 응답률이 매우 낮아 후순위에 머물렀다. 근무형태 변화가 가져올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 이면에는 위기요인도 존재한다.

전반조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후반조가 오후 3시 40분부터 그 다음날 새벽 1시 50분까지 일하다보면 노동시간은 단축됐지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어정쩡하며, 식사시간과 취침시간을 둘러싸고 부부간 그리고 가족 간 갈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전반조의 경우, 여성 배우자는 남편의 식사 준비로 인해 기상이 1시간 이상 앞당겨지고, 남편의 출근시간은 자녀들의 등교시간에 비해 너무 빠르기 때문에 식사를 두번 준비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배우자가 직장을 갖고 있을 경우 출근시간이 어긋나 그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후반조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늦은 귀가다. 일이 새벽 1시 50분에 끝나면 평균 귀가 시간은 2시~2시 30분이 될 전망이고, 귀가 후 잠드는 시간은 평균 2시 30분~3시가 된다. 결국 가족들이 가장 곤하게 잠들어 있는 시간대에 남편이 귀가하는 상황이 격주로 반복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한국지엠 남성노동자를 배우자로 둔 젊은 세대(약 30대) 주부의 경우 근무형태 변경에 대해 호의적인 반면, 50대 이상 주부의 경우 본인들의 여가시간이 없어지고, 남편과의 갈등이 많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두 번째로 교통과 주차 문제이다. 근무형태 변경은 출퇴근 시간의 교통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지역 교통량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교통 문제의 핵심은 후반조 퇴근시간대인 새벽 2시 이후 대중교통버스의 운행 여부이다.

울산시의 경우 비용 증가와 시내버스 운전자들의 반대를 이유로 후반조 퇴근시간대 시내버스의 운행을 거부하고 있다. 즉, 대중교통수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가용 출근이 확대돼 교통 혼잡과 환경, 주차 문제가 우려된다.

예전에는 야간조의 차량이 아파트가 아니라 공장에 주차했으나, 밤샘노동이 없어지면서 아파트에 주차할 차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근무형태 변경이 지역사회 주차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게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자동차산업 교대근무자들은 장시간노동으로 여가생활과 문화생활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이제 노동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여가활동과 문화생활의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TV시청과 낮잠 등 소극적 여가활동에서 머무르는 게 현실이다.

직장과 집에만 머물던 노동자들이 지역사회의 ‘시민’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행정과 교육기관, 시민사회, 문화예술기관과 단체 등이 노동시간 단축 이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장 밖으로 기지개를 펼 노동자를 맞이할 고민을 같이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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